"다국적기업 지적재산권이 국민 건강권보다 우선할 수 없다"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공동대표 서홍관 인의협 공동대표, 최인순 건약 부위원장)은 30일, 노바티스社가 가지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특허청에 청구했다. 이번 강제실시권의 청구인은 공대위에 참여하는 3개 보건의료단체(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민중의료연합)이며, 법률적인 대리는 남희섭 변리사와 박성호 변호사가 담당한다.

▲ 글리벡 문제해결 공대위에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청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와 함께 공대위는 글리벡을 국내에서 생산할 제약업체의 공개모집에 나섰다. 공대위는 이미 80여 곳의 국내 제약업체에 글리벡 생산에 관한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접촉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이 있는 국외 제약업체와도 협의하고 있는 중이다.

강제실시권란 무엇인가?

이번에 공대위가 청구한 의약품에 대한 강제실시권은 특허권자의 이익 이외의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특허권의 행사를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특허법에 제107조에 보장된 강제실시권 청구가 특허청장에 의해서 승인되면,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약품을 특허권자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비싼 가격을 책정하여 치료를 방해하거나 국내 보건의료정책을 무시했을 경우에, 청구인이 특허권자의 동의없이 약품을 생산하여 환자들이 먹을 수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왜 '글리벡' 강제실시권을 청구하는가?

▲ 이번 강제실시권 청구 법률 대리를 맡은 남희섭 변리사
공대위는 강제실시권까지 청구하게 된 데에는 같은 절실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첫째. 백혁병 치료를 위해서 '글리벡'이 꼭 필요하나, 약값이 너무 비싸다. 노바티스사가 요구하는 가격이라면 월 300∼400만원이 필요하다.

둘째, 노바티스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결정된 한국 정부의 보험약가를 불합리한 이유로 거부하였다.

셋째. 노바티스사의 글리벡 약 공급이 불안정하여, 환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이미 한차례 공급 차질이 빚어져 일부 환자들이 2∼3일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자들이 글리벡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러한 상황은 특허법이 정하고 있는 '공익을 위한 강제실시'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이며, 백혈병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글리벡 강제실시권은 특허권에 대한 도전인가?

공대위는 노바티스사가 강제실시 검토에 대해 '특허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반박하는 것은 특허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883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강제실시 제도는 미국, 독일, 스위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고 TRIPs 규정에도 강제실시에 대한 규정이 들어 있다. 특허선진국일수록 강제실시를 실제로 발동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노바티스는 이미 97년 미국에서 유전자치료법 관련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당한 사례가 있다. 또한, 강제실시가 발동된다고 해서 특허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특허권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게 된다.

특허제도는 특허권자 개인의 이익만을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발명의 노력을 보상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지향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공익과 사익의 조화는 특허제도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며, 이것을 현실적으로 달성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강제실시권이다.

강제실시권 청구 처리는 어떻게 되나?

▲ 글리벡 환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강주성씨가 기자회견에서 글리벡의 살인적인 약값으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말하다 괴로운 듯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청구되는 강제실시권이기 때문에, 주무 관청인 특허청의 처리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일본 특허청을 예를 참고할 수 있다.

특허청장은 대략 180일 안에 청구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며, 이 기간 동안 노바티스사와 청구인 간의 주장을 검토하고,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

글리벡 사안에 비추어, 보건복지부와 외교통상부의 의견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구가 기각될 경우에 공대위는 곧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제실시 능력을 확보할 수 있나?

공대위가 상이한 국내 5개 제약회사 및 연구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 제약업체 관계자들은 글리벡 한 알의 원재료 가격은 소매가로 845원(최대 1000원 미만)정도이고 재료를 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제조공정이 단순하여 일정한 시설만 갖춘 국내 제약업체라면 글리벡을 충분히 생산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내 업체를 통한 강제실시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노바티스이외의 외국 업체를 통해서 생산하여 수입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공대위는 두가지 중 어떤 방안을 이용할 지 검토 중이다.

외국의 사례는 있는가?

TRIPs 협정 이후에도, 캐나다, 영국, 미국에서는 주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의약품, 컴퓨터, 생명공학기술 관련 특허 등에 대해 강제실시를 발동해왔다. 미국의 경우, 100 건이 넘는 불공정 거래 행위 사건에서 항생제, 합성 스테로이드, 생명공학 특허를 포함한 많은 특허에 대해 강제실시를 허용한 바 있다. 의약품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사례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강제실시 청구에 대한 허가율이 63%에서 72%에 달한다. 한편 작년 11월에 브라질 정부는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발동하여서 원래 가격의 60%로 떨어뜨린 바 있다.



2002/01/30 14:51 2002/01/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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