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개인적으로는 2002년 새해 들어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통령께서 총재로 계셨던 "새천년민주당"에서 정당 개혁의 일환으로 대통령선거 예비후보를 "국민참여경선제"를 통해 선출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정당민주화 방안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정당개혁의 과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쇄신의 요구가 제도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 같아서 당내에서 밑으로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붙여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이 성공하기까지 상당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는 세간의 입방아가 화를 자초한 걸까요? 그렇게 정치개혁을 촉구하던 신문언론들은 시큰둥하더니 기어코 사고가 터졌습니다. 심심하면 3류 주간지에나 등장하던 기사거리가 사실로 우리 앞에 등장한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중도개혁포럼이라는 곳에서 그리고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 분이 거간꾼으로 등장하여 추진되는 "신3당합당"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제일 먼저, 이러한 "신3당합당"은 꼭 필요한 겁니까하는 점입니다. 제 나름대로 궁리해서 해석해 보았을 때 약 5년 전에 추진되었던 DJP연합 또는 DJT연합으로 불렸던 그때는 "정권교체"라는 명분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무슨 명분입니까? 보도에 따르면, 정권재창출 아니 선거승리를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선거승리를 위해 또다시 호남과 충청이 손을 잡는 것입니까?

지역주의 구도를 깨기 위해 또 다른 지역연합을 선택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잘 모르는 무엇이 있습니까? 이렇게 지역야합의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한 후에 국민에게는 지역감정을 없애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자고 호소하실 겁니까?

둘째, 이번 "신3당합당"은 대통령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입니까? 형식적으로는 총재직을 떠나 나하고 관련이 없다고 하면, 구체적 물증이 없는 저희로서는 반박할 만한 재료가 마땅히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공조를 파기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어 '내각제만 받는다면 누구와도 연대하겠다'는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를 만나는 것은 과연 이번 일과 무관할까요? 또한 앞에서 제기했던 중도개혁포럼과 김한길 장관은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분들이 아닌가요?

셋째, 민주당의 정당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마당에, 개혁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신3당합당"추진은 무엇을 뜻합니까? 만에 하나 혹시, 정당개혁이 못마땅하신 것은 아닙니까?

1인 지배구조, 보스중심 정당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당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평소 생각해 오시던 "정치9단"의 감각에 벗어나는 행로를 바로 잡아 주시고자 직접 나선 것은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저의 생각이 경솔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정치상식이 짧은 제가 주제넘게 많은 말씀을 드린 것 같아 여기서 그만 마치고자 합니다.

다만 앞에서 얘기했던 생각의 여러 갈래를 한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의 일부가 또는 대통령님의 측근이 추진하는 것이든 관계없이 "신3당합당"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정치의 명분을 그리고 원칙을 중요시해오신 대통령께서는 임기의 마무리를 사심없이 하시어, 정치후배들의 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동교동계이든 범동교동계이든 관계없이 길이 아닌 길을 가려고 하면, 꾸짖고 일깨어주는 것도 대통령님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김정치를 마무리하는 짐도 불행하게도 현직의 대통령님이 가장 많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당내의 뜻 있는 개혁적 인사들의 다수가 지금 추진되는 명분없는 이합집산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뚜렷이 하고 있습니다. 총재직을 그만두시면서 아직 당에 대한 애정이 있어 당적이탈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하신 걸 기억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추진되는 야합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표명해주십시오.

아무쪼록 국가대사가 많은 올 한 해, 더욱 건강하시고 성공한 대통령,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국민 마음속에 자리잡는 분이 되길 빌어 봅니다.

김두수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2002/01/31 00:00 2002/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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