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찾은 생명윤리법 제정 긴급토론회 열려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2/02/27 00:00
'생명윤리법 제정 미룰 명분, 더 이상 없다'
생명윤리법 공동캠페인단(주관 :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은 7일 오후 1시 30분,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생명윤리법 제정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생명윤리법 제정 이 늦춰지고 있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가 줄기세포 연구사업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다. 참가자 대부분은 생명윤리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과 동시에 대략적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강조하였다. 생명윤리법 제정을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발표의 첫 순서였던 과기부의 장현섭 사무관은 '세포응용연구사업'및 생명윤리관련 입법 추진과정에 대한 상황을 설명했다. 세포응용연구사업이 포함된 프론티어 사업 공모에 대해서는 입법 이전에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시인하였다. 그러나 향후 입법방향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명윤리관련 입법 추진현황에 대해서는 현재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출되어 있고, 시민단체와 산업계, 연구계, 근육병환자 보호자회 등의 의견제시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어진 복지부의 김헌주 사무관은 일부 언론에 과장되어 보도된 보건사회연구원의 '생명과학 관련 국민보건안전·윤리확보방안'에 대한 해명과 함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 작년에 나온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 시안과 비슷했으며, 향후 계획으로는 과기부와의 협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정부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민과학센터의 김환석 소장은 생명윤리법의 주요 쟁점과 관련된 일반시민의 의식을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일반 시민은 인간 생명의 시작을 수정 순간으로 보고 있으며 인간 배아의 도덕적 지위를 잠재적 인간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생명윤리기본법 기본골격안이나 보건안전윤리확보방안 연구결과가 대체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큰 틀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속히 생명윤리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였다.
토론에서는 다양한 각계의 입장이 이어졌다. 마리아병원의 박세필 박사는 논쟁의 핵심이 되는 배아의 사용여부에 대해 기초적인 연구에 대해서는 허용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그러나 입법 이전에도 배아 연구에 대한 허용여부를 규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동아일보의 김훈기 기자는 과기부와 복지부안을 비교해봤을 때 어느 정도의 합의가 이루어진 듯 보이므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을 덧붙이기 보다는 협의과정을 빨리 진척시켜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과기부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시안, 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서로 차이가 있는지,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생명윤리학자로는 울산의대 구영모 교수가 참석했다. 구영모 교수는 정부가 더 이상 입법을 미룰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각 연구기관에서 준수하는 가이드라인정도 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구체적으로 입법과정에 들어가야 할 시기라며 최소한의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천주교계의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김명희 위원은 생명윤리법의 빠른 제정이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인간배아에 대한 부분에서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였다. 배아연구보다는 윤리적으로도 안전하며 기술적으로도 가능성이 높은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민우회의 명진숙국장 역시도 생명윤리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 인공수정분야가 빠져있는 생명윤리 관련 법안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였고, 특히 쟁점이 되는 배아에 대한 논쟁에서 당사자인 여성에 대한 고려가 없음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신동일박사는 윤리법 제정이 포괄하는 범위가 넓다보니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장 필요한 규제들을 적용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개별적 법을 분야별로 제정하는 접근법을 제안하면서, 오히려 너무 광범위한 법을 제정하려고 하면서 시간이 늦추어 지는 것은 정부가 "생명"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며 꼬집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주유희 부회장은 실제 자신의 두 자녀가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설명하면서, 법 제정과정에서 환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줄 것을 부탁했다. 즉석 토론자로 참가한 난치성질환연합회 신현민 회장은 실제 다발성경환증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복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치료를 위한 연구는 진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객석 토론에서도 열띤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실제 난치병환자의 보호자인 참가자는 생명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연구자들이 윤리적 논란이 되는 연구 자체를 회피하는 현상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연구의 진척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더 이상 입법을 늦추지 말고 빨리 결정을 해주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후 구성될 국가생명윤리자문위에서는 실제 줄기세포 연구의 수혜자가 될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반적으로 생명윤리법에 대한 각계의 입장은 조속히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합의지점을 찾았다. 다만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난치병환자들의 입장이나 여성, 동물권 등 다양한 각계의 입장을 법 제정과정이나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구성에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이 새롭게 부각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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