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과장된 정보 유포보다는 차분한 연구가 더 필요



(편집자 주) 이 글은 단국의대 내과학 교수인 김건열 교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로 보내온 글이다.

현장에서 직접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3월 9일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의 '소 난자 이용 인간배아복제 실험 성공'결과 발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다.

아직 초보적인 생명현상에 대한 기술에 대해 과학자들이 과장된 정보를 유포하기 보다는 차분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2002년 3월 9일자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는 "사람"에게서 떼어낸 체세포핵을 "소"의 난자에 이식해, 사람 유전자를 가진 연구용 배아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모 국내 생명공학 연구소의 발표를 인용 보도한바 있다. 이 연구진은 이미 지난 10월에 복제에 성공했으나 윤리적 비난이 두려워 발표를 보류하다가 과학기술부가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 허용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뒤늦게 이 사실을 밝혔다.

이처럼 아무런 규제 없이 질병치료연구라는 미명으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점점 그 속도를 빨리 하고 있다. 생명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정부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급기야 배아연구는 기초 연구의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이종의 동물간 교잡실험으로 까지 이어졌다. 실로 비인륜적이며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단계에까지 온 것이다.

현재의 과학지식은,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인공 배양법을 겨우 터득한데 불과하다. 1998년 그 배양법을 처음으로 개발한 미국의 톰슨 교수 자신도,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아직 해결해야할 장벽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방향으로 분화시키는 기술의 확립이나, 이식된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알아내는 기능의 검사 기법 개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의 필요, 암 발생 위험에 대한 확실한 고증, 조직 거부 반응에 대한 대처 방안등이 최소한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강조하였다.

현대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지만 특히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와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수정 과정에 대한 유전자 기능을 포함한 분자 생물학적 지식은 여전히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종류와 그 기능에 대해 밝혀져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 것이 오늘의 의과학 지식의 현황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특히 이종간 교잡 실험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먼저 과학자는 사람의 정자/난자의 수정과정에 깊게 관여하는, 생명 탄생의 신비에 대해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난자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부챗살관"을 정자가 어떻게 통과해 수정을 하는지? 난자 외벽의 투명층에서 작용하는 "종 특이 수용체 (Species Specific Receptor)"가 어떻게 작용해 인간의 난자는 인간의 정자만 받아들이는지?, 이 "종 특이 수용체" 에 깊게 관여하는 유전자의 종류는 어떤 것이며, 얼마나 되며, 어떻게 그렇게 절묘하게 작용하여, 다른 동물 정자의 진입을 막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2) 사람의 단 한개의 정자만이 사람 난자의 외벽을 뚫고 들어가, 난자속에 정자의 유전체를 넣어주게끔 (수정과정) 되어 있는 것을, 인공적으로 종이 다른 동물의 유전체(사람의)를 종이 다른 소의 난자 속에 집어넣어 종간 교잡을 하는 과학자의 실험은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3) 그 밖에도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정에 얽힌 미스테리는 한 두가지가 아니며, 과학이 발달되었다고 해도, 아직도 밝혀져야 할 너무도 많은 인간 생명 탄생 현상에 대한 신비가 사람의 정자와 난자 사이에도 산적해 있는 상태임을 감안해 이 방면의 연구가 동물 이종간 교잡실험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4) 동물간 종간 교잡과 유전자 혼합의 연구에 앞서, 인간배아줄기세포의 분화과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배아세포 복제과정에 관여하는 세포주기 조절인자, 이에 관여하는 각종 유전자의 종류와 기능, 및 분화과정에 관여하는 환경인자에 대한 연구, 과연 배아복제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치료 목적의 분화된 조직세포를 얻을 수가 있는가에 대한 인간세포에 대한 연구가 선행 되어야 할 것이다.

(5)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장기 세포(심장, 신경, 근육, 취장 세포 등등)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확립됐다는 소식은 아직 세계적으로 없으며, 일부 동물 실험에서의 부분적 성공 예가 보고 되어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했을 때, 과학자들은 세상에 과장된 약속을 퍼트리기 전에 인간배아줄기세포의 분화 과정에 대한 더 확실한 연구와 임상 실험, 조직거부 반응 해결의 문제, 암 발생 여부에 대한 연구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6) 국가나 공공 기관의 연구비도 국민의 세금으로 갹출된 귀한 자원임을 감안하여, 연구비 신청이나 연구비 배정은, 특히 생명과학 관련 연구의 연구 지원은 엄격한 관리하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7) 좀더 효율적인 생명과학의 연구와 연구비 관리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생명윤리 기본법" 이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8) 우리나라의 "생명윤리기본법(안)"에는 "인간과 동물의 종간 교잡 행위는 일체 금한다" 라고 명시 되여 있다. 하루 빨리 우리나라에도 "생명윤리기본법"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여 연구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이러한 무모하고 비인륜적인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치국가와 문화국민으로서의 체통을 유지하는 국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9) 전세계적으로도, 비윤리적인 행위로 간주되는 종간 교잡 실험/연구는 금지되어 있다. 결국 이번 우리나라의 종간 교잡실험 행위는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이런 무모한 실험과 그 무책임한 공개 발표는 과학 연구의 명분으로 행해 졌다고 하더라도 그 공적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10) 미국에서는 현재 플로리다 출신의 공화당의원 "데이브 웰돈(Dave Weldon)"에 의해서 인간배아 복제도 금지하는 "웰돈 법안(Weldon Bill)"이 상정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을 보면 " 어떤 목적의 인간배아복제도 금지하며 이를 어긴 자에게는 10년 징역과 벌금 100만불을 부과한다" 라는 엄벌을 제안하고 있다.


인간배아복제에 이렇게 엄한 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종간, 즉 사람과 소의 배아복제를 아무 규제 없이 벌써 몇 년 전부터 연구하고 있었다니 매우 놀랍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놀랄 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건열 단국의대 내과학 교수
김지연
2002/03/13 14:47 2002/03/1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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