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감시운동가 미국탐방기②-GMO 막아내기, 결론은 시민단체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생명공학 :
2002/03/24 12:56
FDA와 환경청은 기업의 꼭두각시
(편집자 주)시민생명공학정보자료실 박병상 실장이 미국의 생명공학의 현황과 감시운동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 국무부의 인터내셔널 비지팅 프로그램(IVP)에 초청받아 약 1달간 미국 방문을 하였다. 3회에 걸쳐 미국의 생명공학의 현황과 감시운동에 대한 탐방기를 연재한다.
생명공학감시운동가 미국탐방기
① 시민단체 얼굴 한 기업 홍보 단체들(03/10)
GMO 관련된 첫 방문으로 미국의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 건물을 찾았다. 유쾌하지 못한 검색을 받고 만난 GMO 관련 정책기획담당자는 인도 출신으로 학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생명공학자였다. 친절이 몸에 벤 듯했지만, 한 시간에 걸친 토론 내내 과학적 안전성을 과신하면서 인문사회적 평가의 가치에 고개를 저었고, 자신의 고국 농민들이 강력하게 펼치는 GMO 반대운동에 불만을 표시하는 그는 단작의 위험성을 무시하면서 식량증산을 강조하는 꼴이 꼭 식약청의 GMO 담당 연구관을 보는 듯했다.
기업의 꼭두각시 : 미국 FDA, 환경청
다음 날 찾아 간 곳은 미국 식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업체였다. 식품안전 뿐 아니라 잘못된 식품 판매로 인해 발생되는 쟁송과 보험관계를 자문하고 시민교육까지 맡는다고 업무를 소개하던 담당자가 GMO 검증의 과학적 사실을 필요 이상 강조하는 성의(?)를 과시하기도 했지만, 내 눈에 소비자의 안전보다 식품회사의 심기를 만족시키는 곳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이는 환경처인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도 마찬가지였다. EPA에서 만난 담당관도 자료 제시 요구에 얼버무리면서 Bt제품의 안전성을 유난히 강조했고 몬산토의 이념에 충실한 GMO 환경보호론을 열심히 외고 있었다.
더욱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 곳은 시민단체의 얼굴을 한 기업이었다. 식품의 안전과 영양을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IFIC(International Food Information Council)라는 곳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탈을 쓰고 소비자 사회에 자본의 판매전략을 신화처럼 각인시키는 역할을 거침없이 그리고 집요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그 운영자금은 식품업체가 전액 담당하고 있었다. 어쩐지! 따지기 좋아하는 미국시민에게 GMO 경각심이 의외로 낮은 것이 저 때문은 아닐까. 무서운 자본의 음흉한 얼굴에 몸서리쳐지는 순간이었다.
농림부 담당관을 만나, 다짜고짜로 "왜 비의도적 혼입률을 5%로 높이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가"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압력은 없다'였다.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에 어떻게 압력을 가할 수 있겠는가, 다만 당부만 할 따름"이라는 거다. '우리의 부탁에 떠는지 어는지, 당신네 주권 국가 공무원들은 알아서 잘 기더라'는 이야기를 그들은 하지 않았다. 이어 GMO표시제를 준비하는 상원의원실(Richard J. Durbin, 민주당, 일리노이주)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만난 담당 보좌관에게 미 농림부의 오만한 태도를 일러바쳤다.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이 폭발할까 두렵다고 했는데, 분노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새겨듣는 얼굴이었는데, 얼마나 소용 있으랴 싶었다.
GMO에 대한 비판적 학자들의 행동 의지는 어떨까. 보스턴에 위치한 터프트 대학의 Sheldon Krimsky 교수를 찾았다. 1970년대부터 생명공학 발전 과정을 감시해왔다는 그는 자신이 쓴 책 몇 권을 보여주며, 지식을 생산하여 환경단체에 전달해주면 환경단체는 정부의 정책에 그 지식이 반영될 수 있도록 운동을 전개한다고 학자의 운동방식을 전한다. 미국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그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기대하려면 첫째, 행동을 유발할만한 끔찍한 재난이 발생하거나, 둘째, 언론의 관심이 지속되거나, 셋째, '침묵의 봄'이나 '도둑맞은 미래'와 같이 대중을 깨울 수 있는 강력한 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학자다운 지적이었지만 그게 학자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GMO에 대해 NO 라고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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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사스주 주도인 오스틴에서 시에라클럽 활동가(여성)와 담당 전문가(Neil J. Carman, Ph.D.)와 함께 |
이름 대신 명함에 "SAY NO TO GMOS!"라고 쓴 노란색 승복 차림의 중년 여인과 박사 타이틀을 소유한 시에라클럽의 담당자는 유용한 자료를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웹사이트(http://www.saynotogmos.org)를 소개하며, 미국의 대규모 식품회사인 Kraft를 비롯한 StarBuck, Safeway들의 체인에 25만 통의 항의엽서를 보내고 반대전화와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여 GMO 불사용 천명을 유도해 낼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캐나다에서 표시제가 곧 시작되면 미국도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심포지엄과 공청회에 초대한다면 한국의 운동을 돕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1996년부터 GMO를 먹고 있는 불행한 미국의 현실을 개탄하면서도 희망을 강조하는 그린피스는 그 이유로 이미 세계 30개국에서 표시제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 여론조사 결과 미국 시민들의 90%가 표시제를 요구하고 표시제를 요구한 시민의 절반 이상이 GMO를 먹지 않겠다고 응답한 점을 든다. 1년에 걸친 운동으로 "Trader Joe's"라는 대형 식품점이 마침내 GMO를 취급하지 않겠다고 항복했다며 승전보를 전한다. 시민운동이 고조되고 있어 얼마 안 가 GMO표시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견하는 담당자는 GMO로 피해를 본 중서부 농지의 사례를 담은 비디오 자료를 제공하고 미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오히려 표시제를 강화한 크로아티아의 사례도 귀띔해주었다.
GMO 막아내기, 결론은 시민단체
"결론은 버킹검"이라는 광고도 있었지만, GMO도 결국 시민만이 막아낼 수 있다는 진리를 이번 여행에서 다시 각인했다. 어느 나라나 정부와 기업은 결국 한 통속이라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나 거기나, 의회의 움직임은 마지못한 것일 게고, 전문가는 믿을만한 존재가 못된다는 점도 한결같았다. 역시 열쇠는 시민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압력을 받는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결론은 버킹검"이다. 시민, 다시 말해, 고단한 시민단체가 다시 떠맡고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박병상 시민생명공학정보자료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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