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259명, 상원의원 26명 초당파적 지지



'나는 너무나 분노했어요.'

1994년 당시 47세였던 흑인여성 베르티스 엘리스(Vertis Ellis)는 커다란 우편 봉투를 받았다. 봉투를 열자 'RPR(매독을 뜻하는 의학 용어)'라고 적힌 서류가 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매독검사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연구소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했던 엘리스는 곧 국립 버클리 연구소가 비밀리에 흑인과 라틴계 등 유색인들을 대상으로 겸형 적혈구 유전자, 임신, 매독 등 의료검사를 자행해왔음을 알게되었다.

이 사건은 우연히 같은 연구소 회계직원인 동료에 의해서 밝혀졌는데, 그녀는 건강검사 기록에 의문을 품고 동료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1960년대이래 수 천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검사를 해왔음을 알게되었다. 그녀와 동료들은 소송을 제기했으며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 제 9호 순회법정은 노동자들 편에 섰다. 그리고 1999년 원고에게 22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떠올리게 하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고용과 건강보험에서의 유전자차별금지법 제정이 인권운동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990년대 후반 노스웨스턴 생명보험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고용주의 15%는 2000년까지 채용결정 전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또한 제네틱 얼라언스(Genetic Alliance, 유전질환자 및 가족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보험 가입 희망자 중 22%는 유전적 조건 때문에 거부당했다고 믿고 있으며, 13%는 취업을 거부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17-18%는 고용주에게 유전정보를 숨긴 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개별 주 정부는 유전자 차별에 대한 입법활동을 계속하여 현재 미국의 42개 주는 건강보험에서, 21개주는 고용에서의 유전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생명공학정보자료실 50번 참조). 그러나 미국시민권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y Union)의 워싱턴지국장 로라 M. 머피(Laura W. Murphy)씨는 '유전적 차별이 각 주 정부 보험법, 노동법, 장애자법, 환자 프라이버시 법 등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어, 취약한 개인과 가족들을 유전적 차별로부터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면서 연방법 제정을 촉구했다.

2000년 2월 8일 클린턴 대통령은 연방 행정직 채용에서 유전적 차별을 금지키로 한 행정명령을 승인하면서 유전적 차별에 대한 연방법을 지원했다. 같은 해 미국 하원 민주당 위원들은 공청회를 열어 상원의 환자권리법안이 유전적 차별에 관련한 규정을 포함하고 있으나 매우 불충분함을 지적하고 입법준비에 착수했다.

이어서 다음 해 2월 13일에는, 하원의원 루이스 슬라우터(Luise Slaughter, 뉴욕), 코니 모렐라(Connie Morella, 메릴랜드)와 상원의원 톰 다슐(Tom Daschle, 사우스 다코타), 에드워드 케네디(Edward Kennedy, 메사추세츠), 크리스토퍼 도드(Christopher Dodd, 코네티컷) 등은 "건강보험과 고용에서 유전적 차별금지법(안)"을 제출했다. 현재 이 법안은 위원회에서 검토중이다. 부시 대통령도 6월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유전적 차별금지법의 통과를 요구했다.

이 법의 제정작업은 911테러 사건에 따른 미국 사회의 혼란 속에서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 13일 상원 건강교육노동연금위원회가 공청회에를 개최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공청회에는 미국시민권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참석하여 이 법안을 지지하고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2월 현재 이 법안은 259명의 하원들에게 초당파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26명의 상원의원들도 이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과 고용에서 유전적 차별금지법(안)의 주요 내용

·건강보험 관련

- 이 법은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 계획, 개별 시장 등 모든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적용된다.

- 예상되는 유전정보 또는 유전자 서비스에 근거한 보험가입 제한 또는 보험료 조정을 금지한다.

- 건강 설계 또는 보험회사가 개인에게 유전자 검사를 요구 또는 검사 결과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다.

·고용관련

- 이 법은 고용주, 고용중개인, 노동기구, 연수프로그램에 적용된다.

- 고용, 배상, 그리고 직제와 관련하여 유전적 차별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고용주가 노동자의 유전정보의 요구을 금지하고, 위험한 작업환경의 부작용을 점검하는 경우에만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수연 | 우리모임 자원활동가
2002/04/29 00:00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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