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일을 하건 동일한 윤리규범을 따라야한다.



번역 오은정 | 우리모임 회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

몇 년전 하버드 대학의 유전학자들은 아주 훌륭해 보이는 과학적 의도를 가지고 중국으로 갔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천식이나 비만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환경요인과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일은 지난달 발표된 미국 공식 조사보고가 아주 침울하고 자세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끔찍하게 잘못된 것이었다.

어떤 연구들은 윤리위원회의 검토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었다. 자신들의 피를 샘플로 제공하거나 엑스레이를 찍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서양의 의약품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가난해서 결

국에는 개발된 약의 혜택을 입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부의 피실험자 동의서는 피실험자들의 참여가 자발적이었는지를 구별해 줄 수 없었다. 또 다른 동의서들은 그 실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나 곤란한 점들을 표기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의료 처방을 제안하지도 않았다. 요컨데 이러한 모습은 서구의 과학자들이 개발도상국에서 형편없이 수행하는 실험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와 같은 일이 마지막일 것 같지는 않다. 운동화를 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생산하는 게 훨씬 저렴한 것처럼 생의약품 연구도 마찬가지다. 비용이 저렴하고, 규제도 느슨하며, 질병이나 환자의 공급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다. 그 결과 이 지역들에서는 국제적인 연구들이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그 연구들에 대한 좀 더 나은 정책들도 긴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번 주에 영국의 《생명윤리에 관한 너필드 위원회 (Nuffield Council on Bioethics)》는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연구윤리)규범의 기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일련의 권고사항들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옳게 주장되고 있으며, 매우 신중한 것들이다.

이 보고서는 과학자들이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며,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에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이 권고사항들은 서구의 과학자들이 자국에서 먼저 독립윤리위원회에 의해 통과된 해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정확하게 주장한다.

현재 미국 기업 전체의 사분의 일이 못되는 수가 이것을 겨우 행하고 있다. 그러나 너필드 보고서 전체에 걸친 세부 권고사항들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 보고서는 자국에서 통과된 연구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험이 수행될 나라에서도 '적절하게 기능할 수 있고 독립적인' 윤리위원회로부터 찬성을 얻어야 하며 이러한 위원회가 부족한 나라들의 경우에는 가서는 안될(no-go) 지역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모든 나라가 윤리 위원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연구들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정은 누가 할 것인가?

다른 권고사항 중에는 어떤 연구가 장기적으로 그것을 수행하는 나라에 혜택을 가져오게 될 때만이 허락될 수 있다는 사항이 있다. 그렇지만 무엇을 혜택이라 간주할 수 있는가? 너필드 위원

회 패널들은 혜택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람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좀더 좋은 연구 기반시설이라거나 전문가들도 혜택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이런 해석은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을 산업화된 세계의 이윤창출 시장을 위해 고안된 의약품 테스트를 위한 의료노동착취시장으로 사용하려고 하는 의도에 면죄부를 만들어줄 수 있다. 연구자들은 등록된 환자들에게 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허용하지 않은 상태로 철수하기도 한다. 이 보고서가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들이 "시험 후 접근"과 같은 것들을 보장

하는데 노력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 보고서가 놓친 가장 큰 기회는 플라시보(주1)와 숙지된 동의와 관련된 뜨거운 쟁점에 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임상실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요법을 이전 약품이나 혹은 플라시보에 대해 비교연구를 수행해야할 필요가 있다. 너필드 보고서는 임상실험에서 비교를 위해 상정되는 통제집단이 이용가능한 가장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대신

이들은 연구가 진행중인 질병에 있어 통제집단은 '보편적인 진료수준' 혹은 '국내 진료 수준' 정도로 치료받으면 되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어도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

부분의 윤리학자들이 덜 효과적인 치료-플라시보까지 포함해서-가 좀더 온건한 조건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규칙들을 흐리게 하는 것들은 강력한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이들을

착취할 수 있는 면죄부가 될 수 있는 위험을 만들어낸다.

몇 년 전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HIV(주2)에 감염된 임산부들에게 AZT(주3)치료가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미치는 효과를 시험할 목적으로 플라시보를 제공했던 것이 큰 문제로 떠올랐던 적이 있다. AZT 복용은 이미 작용을 한다고 증명된 상태였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플라시보는 전혀 허용되지 않고 있었다. 만약 이들 임산부가 플라시보 대신 그 약을 복용했었다면 약 1000명 정도의 아이들이 HIV에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 여인들은 모두 자신들이 가짜 약(더미)을 복용할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자기 태아들이 위험을 감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의서는 소송으로부터 기업과 연구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문의 법적 기록이었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 자신들이 그 과제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진정한 수준을 평가했어야만 했다. 너필드 보고서가 이렇게 중요한 권고사항들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역주

(주1) 독도 약도 아닌, 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인 약품 (젖당 ·녹말 ·우유 ·증류수, 생리적 식염수 등). 비교연구를 통해 의약품의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주2)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일명 에이즈 바이러스.

(주3) 아지도티미딘 (Azidothymidine: AZT).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과정을 억제하는 약물로서 1987년 개발된 Zidovudine의 이전 이름. 완치능력은 없지만, 에이즈 환자 바이러스 감염자의 증세를 완화시키고, 에이즈로의 이행을 늦추거나, 생존기간을 다소 연장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출전: NewScientist, vol.174. issue 2340, page 3. (2002. 4. 27)

※관련기사: 생명공학감시뉴스 4월 22일자

http://blog.peoplepower21.org/PSPD/6197

2002/05/28 00:00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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