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 책세상, 2002.



질병에 걸릴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암과 에이즈를 비롯한 불치병들은 이제 유전자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고 혹시라도 찾아오는 병은 배아복제를 통해 얻은 신선한 줄기 세포가 있으니 걱정이 없다. 평균수명도 더욱 늘었다. 호르몬 치료와 퇴행성 질환 치료법은 젊음을 가능한 오래 지속시켜 준다. 오염된 물과 공기는 환경 미생물이 해결해주고, 굶주리는 동포와 지구촌의 기아 문제를 생산량 많은 GMO 농축산물이 해결해준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이상은 생명공학이 설계해 준 우리의 핑크 빛 미래상이다. 사람들은 이에 흥분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생명공학 관련 뉴스라면 귀를 쫑긋 세운다.

이렇듯 잘 나가는 생명공학에 시쳇말로 ‘초를 치는’ 책이 있다. 그 제목부터도 상당히 공격적인 ‘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은 현재의 생명공학과는 타협도, 양보도 할 수 없고, 이해와 협조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철저한 생명공학 반대 운동을 주장한다. 이 책은 유전자 조작과 생명 복제 기술이 가져오는 위험성과 비윤리성에 대해 비판하고, 지금까지 축적된 유전 정보가 활

용되면서 나타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유전자 조작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이렇다.

“자본의 힘을 입어 전 세계로 퍼져나간 GMO 농작물과 가축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토착 생물종의 자리를 점령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감소시킨다. 다양성을 잃어버린 생태계는 제 6의 멸종을 맞이할 것이다. 유전자 조작한 먹거리는 아직까지 믿을 수 없고, 유전자 조작한 의약품의 활용은 신중해야한다..”그러니 GMO보다는 환경오염과 같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한 생명 복제의 비윤리성을 공격하면서 인공난자와 대리모 동물이나 대리모용 복제 인간을 이용하는 기술이 보편화되어버린 끔찍한 미래를 가정한다.

현재 생명복제 기술자들이 내놓은 계획이 그대로 이루어지다면 저자가 묘사하는 미래는 현실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자궁뿐 아니라 난자까지 불필요한 시대가 되고, 앞으로 인간들은 원하는 유전자 조합을 가진 아이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출산하게 된다고 한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의 복제는 생명을 경시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배아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너를 며칠 째부터 생명으로 인정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다. 게다가 이러한 생명 경시 사상은 남의 유전자로 특허를 내고 유전자의 조합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음도 저지르고 있다. 이는 책이 지적하는 유전정보로 인한 불평등의 모습과 일치한

다.

이렇게 위험한 생각만을 추구하는 생명공학이 저자에게는 전혀 희망이 없어 보인 것 같다. 생명공학을 전면 부정하면서 마지막으로 유전적 다양성, 생물적 다양성,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연스러운 삶으로 퇴보할 것을 제안한다.

생명공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면적으로 부정당할 만큼 쓸모없고 ‘천박한’ 기술도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성체 줄기세포는 윤리적으로도 어긋남이 없고 활용가능성도 입증되면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성체 줄기세포의 연구에 대해서 불평등의 맥락으로 그 타당성에 딴지를 걸고 있다. 연구결과의 혜택이 자본의 논리로 불평등하게 분배될 것을 염려하는 바는 이해하겠으나, 그 때문에 어떠한 대안도 받아들일 자세 없이 생명공학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오히려 반발만 살 뿐이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과 생명 복제 문제만은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활발히 논쟁 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이나 배아 복제, 인공 장기 기술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부풀려진 설명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럴싸한 원리와 방법이 덧붙여져서 매우 합리적이고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더욱 확실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감정적 반대만 앞서고 이렇다 할 만한 반대 근거는 충분하지 못했다. 이는 저자를 탓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실질적으로도 논거가 될 만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들의 맹점을 찾아내는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긍정적 결과만을 선호하고 가치를 두어왔지,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고 무시해왔다. 무조건 가능성 있는 방향으로만 몰아쳤지 왜 안 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생명공학의 단점을 덮어온 것이 아닐까? 이제는 생명공학의 위험성이나 실현 불가

능성을 밝히고자 하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물론 현재의 분위기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가 무모한 부분으로의 투자를 막아 오히려 세금을 절약해 줄 수도 있다. 또한 자연스러운 삶과 조화를 이루는 안전한 생명공학을 이끌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생명공학 기술의 홍보물과도 같은 수많은 기사와 책들 가운데를 비집고, 그것도 국내에서 이러한 책이 나왔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생명공학 육성법의 비호아래 밝은 앞모습만을 내세웠던 생

명공학의 추한 뒷모습을 들추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너무 반대 극을 향하고 있어 합의점을 흐려놓았다는 걱정도 든다. 극과 극의 대립은 좋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앞으로는 생명

공학의 존재 가치와 유용성은 인정해주되 그에 대한 그릇된 환상은 철저히 깨줄 수 있는 냉철한 시각을 기대해 본다.

생명공학이 미칠 영향이 큰 만큼 관심 갖는 사람도 많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의 과장된 생명공학의 흐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간절히 필요한 것이 있다. 그 비판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올바른 연구 방향의 제안이 그것이다.

출전 : 생명공학감시뉴스 24호(5월 6일자)

성영모 | 우리모임 회원
2002/05/28 00:00 2002/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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