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가능성 높아, 국제적 규약 마련 시급



하버드대 연구팀이 중국에서 유전자 샘플을 채취하면서 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제공과 동의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아 미국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음에도 이 같은 사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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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집단유전체 연구는 보통 특정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 특허(유전자 소유권)를 획득하고 벤처기업이나 제약회사가 이것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수순을 밝게된다. 그런데 고립된 집단일수록 공통 유전자를 찾아내기 쉽기 때문에 솔로몬 군도의 섬, 알래스카 원주민, 중국내륙 농촌 지방 등이 선호되고 있다. 이것을 '생물학적 탐사(Biological Prospecting)' 또는 비판적 표현으로 '생물해적질(Biopiracy)'이라고 한다. 이 경우 선진국에서 온 과학자들은 토착민의 문화적 특성을 존중하지 않고, 신체 샘플을 증여 받을 때에도 윤리적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게놈다양성프로젝트(Human Genome Diversity Project; HGDP)는 토착민들이 표명한 우려를 무시한 채 유전체 수집을 시작했다. HGDP가 혈액 샘플을 수집하려 하자, 어떤 토착민 집단들은 HGDP를 '흡혈귀 프로젝트'라고 불렀으며, 토착민 공동체 대표와의 접촉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 집단에 포함시켜 반발을 사기도 했다. 1993년 파푸아뉴기니의 한 섬에서 발견된 천식 유전자는 베링거 잉겔하임에 7천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1993년 6월에 발표한 토착민의 문화적 및 지적 소유권에 관한 마타아투아 선언은 HGDP가 미칠 영향을 논의할 때까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선언문 3.5항은 '인간게놈다양성프로젝트의 도덕적, 윤리적, 사회경제적, 물리적 및 정치적 의미를 토착민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하면 그들이 이해하고, 승인할 때까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우려로 인해 생물식민주의에 대한 토착민평의회(Indigenous Peoples Council on Biocolonialsim; IPCB, www.ipcb.org)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토착민에 대한 생물학적 조사 연구를 감시, 보고하는 한편 토착민에 대한 교육에 힘쓰고 있다. 유전학연구의 대상이 되는 토착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문화적인 이유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주지시키는 한편 '아메리카 인디언이 유전학연구에 관해 알아야 할 것'과 같은 안내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인간게놈다양성 연구와 관련된 문제가 국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서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유전체 관련 연구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립보건원의 국립유전체연구소가 개소하면서 국내의 유전체 연구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과학기술부 산하에도 유전체연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의대연구소나 벤처기업도 자체적인 유전체 은행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립/사립 연구소들은 해외와의 연계망을 넓혀가고 있는데, 유전체연구사업단은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전체다양성 연구사업의 추진계획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2월에 발표된 전경련 생명과학산업위원회의 "동북아민족 지놈사업"계획, 서울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와 몽골 의과학 연구센터간에 체결된 "한·몽골 유전체연구사업", 한국·일본·싱가포르가 중심이 된 14개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연구를 위한 "아시아태평양생명과학연구소"설립 등이 그것이다

이 연구들은 앞서 언급한 윤리적/상업적 문제들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일례로 "한·몽골 유전체연구사업"의 경우 몽골인의 유전자 샘플과 임상정보를 몽골의대 측에서 제공하고 서울의대는 몽골 의학자의 한국 내 연수를 추진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동북아민족 지놈사업"의 경우는 특정 지역에 고립되어 있는 주민들을 '광대한 유전자원의 바다'로 간주, 상업적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다. 이런 연구사업들은 의학적, 경제적 가능성만을 내세울 뿐 토착민 개개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연구의 상업적 전환으로 인한 피해들을 막을 수 있는 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윤리 관련 법안이 입법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이지만, 아시아 지역 공동연구의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규정조차 없다면 검체를 제공하는 개인의 인권유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의학적 상업적 이유로 당분간 이런 종류의 유전체 연구는 점점 더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각국의 기술력과 유전자원의 교류를 위한 협약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에 수반되는 인권침해나 상업적 피해 등을 규제하기 위한 전세계적 규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과학센터
2002/06/03 17:30 2002/06/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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