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호] (주)○○대학교=산학협력단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2/07/02 00:00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의 배경과 문제점
대학이 기업을 닮아가고 있다는 불안을 갖는 사람에게는 두려운 일이, 대학이 지금보다 좀 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운 일이 있다. 지난 4월 28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안의 이름을 기존의 산업교육진흥법에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등의 촉진에 관한 법률로 바꾸겠다는 데에서부터 사뭇 심상치 않다.
이번 개정안은 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대학관련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대학정원이 팽창되면서 대학간에 촉발된 경쟁은 대학 내부의 경쟁 메커니즘의 도입으로 이어졌고, 대학의 자원들을 산업발전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대학 내·외부에서도 강하게 일고 있다. 관련법안으로는 이미 국·공립대발전계획이 발표되었고 사립학교법도 개정되었으며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회계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성회계로 나눠져 있던 기존의 체계를 일원화해서 특별회계로 전환하여 수입관리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지출에 대해서는 교육부장관의 승인을 받는 국·공립대 특별회계법도 준비중에 있다.
개정안은 지난 해 12월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정부는 산학협력 체계를 대학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산학협력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각종 법적, 제도적 지원체계를 '선진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별로 1개 이상의 테크노파크를 대학중심으로 조성해서 지역 내의 인적, 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서 이런 산학협력을 조정, 관리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을 설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원들을 겸임교수로 임명하는 등 대학과 연구소 사이의 인력교류를 할 뿐만 아니라 대학이 기존의 창업보육수준을 넘어, 기업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대학주도의 적극적인 산학협력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연구중심대학 정책도 계속 유지하면서 대학별 평가에 따른 지원의 차별화하기 위한 제도의 정비의 필요성과 아울러 대학의 연구개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연구개발회계제도를 도입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았던 경제적 측면에서 대학의 기여라는 부분을 강조해서 법안의 목적에 산학협력을 명시하고[1조], 산학협력의 개념을 정의하며[2조], 산학협력
의 의무[4조]를 지적해서 산학협력의 성과가 교직원들의 평가에까지 반영되어야 한다[9조]고 말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기본계획}에서 제시한 산학협력단의 지위와 임무에 대해 법적인 정비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대학은 산학협력단을 조직할 수 있고, 기술이전촉진법에 제시된 기술이전전담조직(TLO, Technology Licensing Organization)을 겸할 수 있으며 법인의 지위를 갖는다[25조]. 기술이전전담조직은 대학 내의 특허관리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기술이전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으면, 지난 해 12월 11일에 개정된 특허법에서는 과거에는 국가가 소유하던 국·공립대 교직원들의 특허를 개별 대학에서 소유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다.
산학협력단은 산학협력관련업무에 대해서는 대학을 대신해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스스로 벤처캐피탈로 기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31조], 학교기업을 설립해서 교육·연구 및 기술지원에 대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34조]. 이런 면들을 볼 때, 실제로 산학협력단은 학교의 자원들을 이용해서 기업활동을 하는 기관이며 거칠게 말해서 학교의 탈을 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보다는 대학에서 교수로 자리잡으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대학에서는 기업으로 가려는 경향이 없다는 점을 극복하고 산학협력을 보다 긴밀하게 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에서는 연구원들의 인적인 교류를 위해 대학 내부에 외부 기업의 연구소 및 산업단지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서[35, 36조], 기업 연구원들은 교수를, 대학 교수는 연구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과거에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공계열 대학원생들에 대해 실시되던 산학장학제도를 명시하기도 했다[23조].
특허법 개정 당시에도 예견되었지만 이번 안에서도 산학협력이라는 측면에서는 국·공립대라는 이유 때문에 장애를 겪는 문제는 거의 없도록 각별히 '배려'하고 있는 면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국·공립대학은 예산회계법 또는 지방재정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국·공유재산의 사용료 및 제수수료"를 수입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30조(운영재원) 2항], "대학은 국유재산법, 지방재정법 및 대학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령의 규정에 불구하고 계약에 의하여 당해 대학의 교지 내에 산업체 등이 설치·운영하는 연구소를 둘 수 있"으며[제35조(협동연구소 1항], "대학의 교지 내에는 국유재산법 등의 규정에 불구하고" 산업기술단지지원에관한특례법 등 관계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산업기술단지 등을 대학내에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제36조(산업기술단지 등)] 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대학교육에서 산학협력에 대한 강조, 산학협력단의 지위 및 역할, 대학 내의 연구소 및 산업단지 신설 규제완화, 국·공립대에 대한 규정완화 등으로 정리된다. 산학협력이 대학이 사회에 기여하는 한 가지 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번 개정안은 산학협력을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시키려는 구상으로 보인다. 산학협력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 사이의 괴리는 평가와 연동되면서 심해질 것이며, 특정 분야가 과도하게 팽창될 우려가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산학협력단은 대학 내의 또다른 권력기관으로 다른 교수, 직원, 학생들이 개입할 수 없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법인이라는 성격때문에 '지원'의 역할보다는 스스로의 '경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또한 이런 경쟁은 정말 이용되지 않고 있던 자원들을 활용하게 해서 전체 연구재원을 확대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만 낳는 게 아니라 특정한 방향의 연구가 팽창되는 것을 가속화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보인다.
개정안과 최근의 일련의 동향으로 볼 때, 기초 학문에 대한 지원 등 중장기적인 시야를 갖는 사업이 산학협력단 내부에서 배치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공립대를 경제발전으로 환원되지 않는 공공성을 위한 기관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 사립대학과 동일한 수준에서 경쟁을 하도록 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은 대학교육에도 이번 개정안으로 더욱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국·공립대를 다른 사립대들과 동일한 데에서 존재의의를 찾는다면 국·공립대의 의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이번 제도의 개편으로 대학들은 다시 경쟁에 내몰리게 되었다. 이런 경쟁은 개별 대학들에게는 일종의 기회지만, 경쟁과정에서 빚어지는 대학 내부의 재편과 경쟁이후에 빚어지는 승자와 패자 사이의 관계, 경쟁이후의 대학의 모습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조금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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