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년단체 협의회 이적규정 저지와 구속자 석방 촉구 1000인 선인



"범민련, 한총련에 대한 탄압도 모자라 또하나를 이적단체로 묶으려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6·15공동선언과 함께 사문화된 문서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이들 단체들을 정부는 정권유지의 걸림돌로 치부하고 있을 뿐이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의 이종린 의장은 통탄했다.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는 8일 오전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청에 대한 이적규정저지와 구속자 석방을 위한 1000인 선언을 발표했다.

범민련, 한총련에 이은 또하나의 표적

지난 9월 2일 한청 전상봉 의장과 이승호 조국통일위원장, 정대일 사무처장 등 3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이적표현물 제작·반포, 찬양·고무 등의 혐의였다. 9월12일 서울구치소에 송치된 이들은 오는 12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통일연대 한상렬 상임대표, 양심수후원회의 권오헌 대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등 각계 대표들은 선언문을 통해 "한총련에 이어 한청마저 무리사냥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위험한 기도가 우리 사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합법을 가장한 폭력의 악순환을 불러올 것이기에 목소리를 모아 국보법의 폐해를 만천하에 알린다"고 밝혔다.

또한 한청의 부의장인 이상규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구속된 세 명에 대한 경찰의 강압적인 연행과 이적단체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등과 관련하여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청 회원들은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전국청년조직"임을 자부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이들은 지난해 2월 한청의 공식출범식을 가졌다.이들은 그동안 통일운동을 비롯해 지역주민활동, 청년문화활동, 인권보호운동에 앞장서 왔다. 90년대 중반부터 실시한 청년문화학교를 통해서는 노래, 풍물, 연극, 영화교실 등을 열어 대중 곁에 있었다.

왔다갔다하는 정부

월드컵의 열기로 묻혔던 신효순, 심미선 두 여중생 사건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때 집회, 농성장소 어디에서든 한청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정부는 그들의 주한미군 철수와 국보법 철폐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는 이유로 그들을 사정권 안에 넣었다. 결정적으로는 그들의 강령 중 "우리는 7·4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기초하여 통일사업을 전개하고 6·15 공동선언을 지지 이행하여 연방제로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노력한다."가 정부를 자극했다.

하지만 정부의 처사는 헛갈린다. 주간 <한겨레 21>에 따르면 한청의 지역 가입단체의 행사 때 통일부는 북한 영화테이프를 빌려주며 협조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8·15민족통일대회 때 이번에 구속된 이승호 조국통일위원장은 정부가 북측과의 실무접촉을 승인한 표를 받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구속된 전상봉 의장은 지난해 8·15민족통일대축전 방북단의 일원으로 구속됐었다. 12월 보석으로 풀려난 지 9개월여 만에 다시 잡혀간 것이다. 당시에는 정부의 방북승인 목적에서 벗어난 일정을 추진한 혐의였다. 이적단체구성 혐의는 기소내용에 없었다. 전상봉 의장은 이에 대해 "곱징역을 살게하는 공안당국의 몰상식한 처사"라고 언론에 항변했다.

"전체활동을 놓고 봐야한다"

▲ 기독교 회관 7층에서 농성중인 한청 회원들이 시민들로부터 받은 탄원서를 살펴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규 위원장은 "현정부의 불안정성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처사"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현재 다른 한청 회원들과 함께 이적규정 저지와 구속자 석방을 촉구하며 31일 째 기독교회관 7층 복도의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한청의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 중에 또 하나가 '자주민주통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같은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단체는 한청만이 아니라는 것이 한청의 반박이다. 자주민주통일은 전국민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기도 하다. 또한 한청의 광범위한 대중적 활동에 비추어볼 때 이적규정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공소장의 '틈새' 때문에 한청은 법정싸움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고 있는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국보법의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황을 두고 이상규 위원장은 "6·15선언이후 남북관계의 개선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공고한 수구보수세력과의 싸움 역시 통일에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번 사건이 "마지막 관문"이며 "이를 무너뜨려야 보수세력이 약화하고 국보법 역시 없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재 전국 각 지역의 거리운동을 통해 2만장에 달하는 탄원서를 받은 상태다. 한청 회원들과 각계 주요인사들의 탄원서 역시 수천장에 이른다. 국회와 검찰청 앞에서는 각각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농성장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은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 선배들이 그랬듯이 얽힌 실타래를 그들은 차분히 풀어가고 있다. 확신과 함께.
김선중
2002/11/09 10:13 2002/11/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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