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를 강타한 "역사상 최대" 기만행위 사건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2/11/13 00:00
최근 과학에서의 기만행위(scientific fraud) 사건들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과학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7월에 확인된 원자번호 116번, 118번 초중량원소 발견 날조사건에 이어 9월 말에 공식발표된 벨 연구소 연구원의 기만행위 사건은 그 범위나 중요성에서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는 점, 또 그간 생의학(biomedicine)이나 생명공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행위의 무풍지대처럼 여겨져 온 물리학 분야에서 사건이 터졌다는 점 등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각각 지난 10월 3일과 4일자 발간호의 뉴스 지면에서 루슨트 테크놀로지 산하의 벨 연구소 연구원인 얀 헨드릭 쇤(Jan Hendrik Sch n)의 기만행위 사건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네이처≫는 '벨 연구소에서의 부정행위 발견이 물리학계를 뒤흔들다'라는 제목으로 3쪽에 달하는 기사를 실었고, 영국의 과학 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역시 10월 5일자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다.
쇤은 손을 대는 분야에서마다 획기적인 발견과 성과를 내놓아 "마이다스의 손"으로까지 불렸으며, 고온초전도와 나노기술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어 한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신세대 스타 물리학자였다.
≪네이처≫는 같은 특집기사에서 '떠오르던 스타가 다시 땅으로 처박히다'라는 제목 하에 그의 이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쇤은 32살의 젊은 나이로 독일 출신이며, 1997년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후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벨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다. 버트램 배트록의 지도 하에 연구를 시작한 그는, 다섯 개의 인접한 탄소원자 고리로 구성된 분자인 펜타신(pentacene)의 순수한 결정에 금 전극을 달고 산화알루미늄을 코팅한 유기 트랜지스터(organic transistor)를 개발해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어 그와 동료들은 단 한 층의 유기 분자들을 가지고 0.1나노미터 두께의 극소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테트라신(tetracene) 결정을 써서 전기로 동력을 공급하는 유기 레이저를 최초로 만들었고, 버키볼(buckyball)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알려진 탄소 분자가 100℃ 이상의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동료 물리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는 1998년 벨 연구소에 도착한 후 올해까지 100여 편의 논문을 썼는데, 특히 작년에는 8일에 한 편꼴로 논문을 발표할 정도의 놀라운 생산성을 과시했다(≪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 제목 중 하나는 '지나고 나서 보니 논문이 너무 많았다'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전세계의 물리학자들을 사로잡았던 이 모든 연구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날조와 조작으로 밝혀진 것이다.
문제제기는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다. 쇤의 실험을 재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이에 실패한 몇몇 과학자들이 실험결과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 중 몇몇은 쇤이 여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을 서로 비교해 보았고, 그 과정에서 무작위적인 노이즈까지 동일하게 그려진 그래프가 3편의 서로 다른 논문에 실려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올해 5월 이 사실을 벨 연구소측에 통보했고, 벨 연구소는 스탠포드 대학의 전기공학자인 말콤 비즐리를 위원장으로 한 5인 위원회를 위촉해 이를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그리고 9월 25일, 이 위원회는 고발된 총 24건의 부정행위 사건 중 16건에서 쇤이 데이터를 날조 내지 변조했으며, 여기에는 ≪네이처≫≪사이언스≫≪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와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25편의 논문도 포함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즐리 보고서에 따르면 쇤은 데이터를 날조·변조하는 데 다양한 테크닉들을 사용했는데, 그래프상에 점을 표시할 때 실제 데이터 대신 수학 공식을 이용한다거나, 한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다른 그래프(예컨대 다른 물질로 실험한 결과를 표시한 그래프)에서 섞어 쓴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들이었다.
벨 연구소는 발표가 있기 전날 쇤을 해고했으며, 쇤은 성명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발표했던 과학적 결과가 실재하며 흥분을 자아내는 일이고 또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었다'고 자신을 변명했다.
이 사건은 쇤이 공동연구자와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저지른 기만행위인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일단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조사결과를 접한 물리학자들은 벨 연구소의 연구관리 체계와 학술지의 논문심사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쇤은 지난 3년간 다른 이들의 조력을 받긴 했지만 실험은 사실상 거의 혼자서 해 왔으며 실험 데이터도 대부분 파기해 버린 것으로 드러났는데, 비판자들은 몇 차례씩 노벨상을 수상했던 저명한 연구소에서 어떻게 이토록 허술한 실험 관리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쇤이 속속 내놓은 획기적인 성과들에 눈이 어두워진 벨 연구소의 스탭들이 쇤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벨 연구소는 책임을 부인하면서도 앞으로 감독자의 책임과 내부심사를 강화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비판
자들은 ≪네이처≫와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들이 운영하고 있는 동료심사 체계에도 일침을 가했다. 단순히 논문을 비교해 읽어보기만 해도 찾아낼 수 있었던 잘못을 어째서 학술지 편집인과 논문 심사자들은 알아채지 못했는가 하는 것은 누구나 품어봄직한 의문일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요 언론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소위 "섹시한" 연구결과를 자기 저널에 싣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충실성이나 엄정한 심사 절차는 뒷전으로 미루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모두 사설에 해당하는 "오피니언"과 "에디토리얼"에서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 기세가 아닌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서인지 ≪네이처≫ 10월 24일자에서 무려 5쪽을 할애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사이언스≫의 편집인인 도널드 케네디의 말마따나, 현재의 동료심사 체계는 기본적으로 동료 과학자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것으로, 맘먹고 시도한 "영리한 기만행위"를 잡아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답변에 만족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일 것이다.
쇤의 연구결과를 재연하고 그의 연구방향을 뒤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던 물리학자들의 4년 허송세월은 둘째치고라도, 쇤의 연구에 그동안 들어간 돈의 적어도 일부가 공공자금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쇤은 독일에서 대학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기구인 DFG의 연구비도 받았는데, DFG는 자신이 지원한 연구비가 날조된 논문에 쓰였음이 확인될 경우 연구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또한 쇤의 연구성과가 이른바 "6T" 중 하나인 나노기술에 대해 과장된 기대와 환상을 품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새겨야 할 지점이다.
부정행위 사실을 전해들은 나노과학자들은 당혹감을 감추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 단일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한번 환멸을 맛본 정책결정자들과 일반시민들이 앞으로도 이들의 희망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과학계를 넘어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 사건이 국내에서는 거의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 과학언론의 취약성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지난 6월에 ≪중앙일보≫에 한 번 보도되었고, 기만행위 조사결과가 발표된 9월 말에 ≪동아일보≫에 짤막한 기사가 실린 것이 전부이다.
9월 말에 ≪연합통신≫에서 ≪뉴욕타임즈≫를 인용해 제법 긴 관련기사를 송고했지만 어떤 신문에서도 이를 수록하지 않은 듯하다. 흥미로왔던 것은, ≪네이처≫ 10월 3일자에 쇤의 기만행위를 다룬 기사와 나란히 실렸던 말라리아모기의 게놈 해독에 관한 기사는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면서 신문들 "6T 밀어주기" 음모이론을 떠올린다면 필자의 지나친 망상일까?
과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로 꼽히는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각각 지난 10월 3일과 4일자 발간호의 뉴스 지면에서 루슨트 테크놀로지 산하의 벨 연구소 연구원인 얀 헨드릭 쇤(Jan Hendrik Sch n)의 기만행위 사건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네이처≫는 '벨 연구소에서의 부정행위 발견이 물리학계를 뒤흔들다'라는 제목으로 3쪽에 달하는 기사를 실었고, 영국의 과학 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역시 10월 5일자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다.
쇤은 손을 대는 분야에서마다 획기적인 발견과 성과를 내놓아 "마이다스의 손"으로까지 불렸으며, 고온초전도와 나노기술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어 한때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신세대 스타 물리학자였다.
≪네이처≫는 같은 특집기사에서 '떠오르던 스타가 다시 땅으로 처박히다'라는 제목 하에 그의 이력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쇤은 32살의 젊은 나이로 독일 출신이며, 1997년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후 연구원 자격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벨 연구소에 자리를 잡았다. 버트램 배트록의 지도 하에 연구를 시작한 그는, 다섯 개의 인접한 탄소원자 고리로 구성된 분자인 펜타신(pentacene)의 순수한 결정에 금 전극을 달고 산화알루미늄을 코팅한 유기 트랜지스터(organic transistor)를 개발해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이어 그와 동료들은 단 한 층의 유기 분자들을 가지고 0.1나노미터 두께의 극소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는 테트라신(tetracene) 결정을 써서 전기로 동력을 공급하는 유기 레이저를 최초로 만들었고, 버키볼(buckyball)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알려진 탄소 분자가 100℃ 이상의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동료 물리학자들을 매혹시켰다.
그는 1998년 벨 연구소에 도착한 후 올해까지 100여 편의 논문을 썼는데, 특히 작년에는 8일에 한 편꼴로 논문을 발표할 정도의 놀라운 생산성을 과시했다(≪뉴사이언티스트≫의 기사 제목 중 하나는 '지나고 나서 보니 논문이 너무 많았다'이다!). 그런데 지난 4년간 전세계의 물리학자들을 사로잡았던 이 모든 연구성과들이 하루아침에 날조와 조작으로 밝혀진 것이다.
문제제기는 올해 초부터 시작되었다. 쇤의 실험을 재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이에 실패한 몇몇 과학자들이 실험결과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 중 몇몇은 쇤이 여러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을 서로 비교해 보았고, 그 과정에서 무작위적인 노이즈까지 동일하게 그려진 그래프가 3편의 서로 다른 논문에 실려 있음을 확인했다.
그들은 올해 5월 이 사실을 벨 연구소측에 통보했고, 벨 연구소는 스탠포드 대학의 전기공학자인 말콤 비즐리를 위원장으로 한 5인 위원회를 위촉해 이를 조사하도록 의뢰했다. 그리고 9월 25일, 이 위원회는 고발된 총 24건의 부정행위 사건 중 16건에서 쇤이 데이터를 날조 내지 변조했으며, 여기에는 ≪네이처≫≪사이언스≫≪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와 같은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25편의 논문도 포함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비즐리 보고서에 따르면 쇤은 데이터를 날조·변조하는 데 다양한 테크닉들을 사용했는데, 그래프상에 점을 표시할 때 실제 데이터 대신 수학 공식을 이용한다거나, 한 실험에서 나온 데이터를 다른 그래프(예컨대 다른 물질로 실험한 결과를 표시한 그래프)에서 섞어 쓴다거나 하는 것이 그 예들이었다.
벨 연구소는 발표가 있기 전날 쇤을 해고했으며, 쇤은 성명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발표했던 과학적 결과가 실재하며 흥분을 자아내는 일이고 또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었다'고 자신을 변명했다.
이 사건은 쇤이 공동연구자와의 협의 없이 단독으로 저지른 기만행위인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일단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조사결과를 접한 물리학자들은 벨 연구소의 연구관리 체계와 학술지의 논문심사 체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쇤은 지난 3년간 다른 이들의 조력을 받긴 했지만 실험은 사실상 거의 혼자서 해 왔으며 실험 데이터도 대부분 파기해 버린 것으로 드러났는데, 비판자들은 몇 차례씩 노벨상을 수상했던 저명한 연구소에서 어떻게 이토록 허술한 실험 관리가 가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쇤이 속속 내놓은 획기적인 성과들에 눈이 어두워진 벨 연구소의 스탭들이 쇤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벨 연구소는 책임을 부인하면서도 앞으로 감독자의 책임과 내부심사를 강화하겠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아울러 비판
자들은 ≪네이처≫와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들이 운영하고 있는 동료심사 체계에도 일침을 가했다. 단순히 논문을 비교해 읽어보기만 해도 찾아낼 수 있었던 잘못을 어째서 학술지 편집인과 논문 심사자들은 알아채지 못했는가 하는 것은 누구나 품어봄직한 의문일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요 언론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소위 "섹시한" 연구결과를 자기 저널에 싣기 위해 앞다투어 경쟁하는 과정에서 논문의 충실성이나 엄정한 심사 절차는 뒷전으로 미루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모두 사설에 해당하는 "오피니언"과 "에디토리얼"에서 즉각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 기세가 아닌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서인지 ≪네이처≫ 10월 24일자에서 무려 5쪽을 할애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사이언스≫의 편집인인 도널드 케네디의 말마따나, 현재의 동료심사 체계는 기본적으로 동료 과학자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것으로, 맘먹고 시도한 "영리한 기만행위"를 잡아내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답변에 만족하는 것은 이번 사건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을 감안했을 때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일 것이다.
쇤의 연구결과를 재연하고 그의 연구방향을 뒤따라가기 위해 노력했던 물리학자들의 4년 허송세월은 둘째치고라도, 쇤의 연구에 그동안 들어간 돈의 적어도 일부가 공공자금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쇤은 독일에서 대학의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기구인 DFG의 연구비도 받았는데, DFG는 자신이 지원한 연구비가 날조된 논문에 쓰였음이 확인될 경우 연구비를 회수할 계획이다). 또한 쇤의 연구성과가 이른바 "6T" 중 하나인 나노기술에 대해 과장된 기대와 환상을 품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새겨야 할 지점이다.
부정행위 사실을 전해들은 나노과학자들은 당혹감을 감추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누군가 단일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지만, 한번 환멸을 맛본 정책결정자들과 일반시민들이 앞으로도 이들의 희망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과학계를 넘어 그토록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 사건이 국내에서는 거의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 과학언론의 취약성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인 지난 6월에 ≪중앙일보≫에 한 번 보도되었고, 기만행위 조사결과가 발표된 9월 말에 ≪동아일보≫에 짤막한 기사가 실린 것이 전부이다.
9월 말에 ≪연합통신≫에서 ≪뉴욕타임즈≫를 인용해 제법 긴 관련기사를 송고했지만 어떤 신문에서도 이를 수록하지 않은 듯하다. 흥미로왔던 것은, ≪네이처≫ 10월 3일자에 쇤의 기만행위를 다룬 기사와 나란히 실렸던 말라리아모기의 게놈 해독에 관한 기사는 거의 모든 국내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보면서 신문들 "6T 밀어주기" 음모이론을 떠올린다면 필자의 지나친 망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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