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회원모임 <우리 땅> 봉은사 답사기



11월 10일 참여연대 회원모임 <우리땅>은 봉은사라는 절과 선정릉이라는 무덤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습니다. 두 곳 모두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지요.

그래서인지 먼 곳으로 떠나기 전의 설레임이나 들뜸 같은 건 별로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참여연대 간사들과 회원은 아니지만 답사에 동참해 주신 여러분들이 계셔서 그 여백을 은은하게 채워주셨습니다. 간만에 따스했던 가을날씨는 뜻밖의 정겨운 손님이었구요.



테헤란밸리라 불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나날이 가속도를 더해가는 그 북적거림 가운데 봉은사는 위치해 있습니다. 성스러운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일주문부터 저 심산유곡에 자리잡은 절집들과는 분위기가 자못 다릅니다. 종교와 권력과의 관계. 이것이 봉은사에서 공부할 커다란 주제였습니다.

일주문의 위용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거부감은 왜 하필 이곳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듯했습니다. 그 실타래는 부도탑으로 이어졌습니다. 소화인지 대정인지는 모르겠으되, 누군가에 의해 으깨져버린 일본식 연호 표기를 보는 마음은 개운치 않았습니다.

사천왕문과 법왕루를 거쳐 대웅전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소위 대가들의 붓글씨가 몇몇 있었습니다. 위창 오세창, 추사 김정희, 백련 지운영 등. 터자리도 터자리이지만, 대가들의 붓글씨가 널려 있는 것만 보아도 이 절이 평범한 절은 아니라는 눈치는 금방 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절은 왕실원찰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조선 명종기, 당대의 실력자라는 문정왕후의 후원으로 터와 세력을 키워 이곳으로 이전하였고, 정세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다가 일제시대에는 본산사찰 중의 하나가 되어 많은 수의 암자를 관할하였다고 합니다. 대웅전의 측면 벽화나 감로탱이라는 불화를 보며 문득 지난 10월 답사때의 보광사가 떠오릅니다. 부처님의 진리 아래 신자들뿐만 아니라 농민이며 전경이며 모든 사람들의 대동화합을 표현하고 있던 보광사의 불화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웅전 돌계단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난번 답사와 겹쳐지는 또 하나는 바로 명부전 한켠에 모셔져 있는 북파공작원들의 위패와 추모비였습니다. 때마침 매정하게도 (이들이 아닌) 죽은 자들을 기리는 산 자들의 염불과 눈물이 있었고, 그 한켠에 자그마한 추모비가 적적하게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지난 답사 때 파주 인민군 묘지의 적막과 침묵의 풍경이 가슴 속을 맴돕니다.

다음 답사지는 인근에 위치한 선정릉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조선시대의 성종과 그 계비 정현왕후 및 이들의 아들인 중종이 모셔져 있습니다. 입구에 위치한 안내도를 보면서 왕릉 일반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사찰의 배치와 마찬가지로 왕릉 또한 봉건적인 배치는 매한가지입니다. 참도, 어도, 정자각, 또는 곡장,병풍석,난간석,혼유석,망주석,문/무인석 등등 생소한 용어들을 한올한올 새기며 홍살문을 지났습니다.

성종의 무덤인 선릉에 올라 이런저런 생소한 이름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대면해 보았습니다. 선릉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길은 마치 먼 곳으로 떠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고즈넉하고 아스라했습니다. 단풍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낙엽은 낙엽대로 질세라 제 풍취를 자아냅니다. 자귀나무니 두더지의 흔적이니 기타 이름 모를 늦가을 친구들의 자태가 아직도 어른어른하네요.

성스러움과 권력의 올바른 자리지움. 속됨을 초월한 자리지움은 결국 이 속됨 한복판이겠지요. 호국과 권력의 때는 반면교사로서 그 자리를 밝혀 주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매김은 일주문과 홍살문의 울타리를 박차고 내려온, 바로 지금-여기 이 속됨의 한복판, 가난하고 낮은 자과 함께 하는 그 곳이 아닐런지요.

다음달 12월에 <우리땅>은 암사동 선사주거지, 몽촌토성, 방이동-석촌동 고분군, 풍납토성 등의 장소를 통해 도시개발과 문화재 보존의 문제를 공부해 보고자 합니다. 덧붙여 무덤의 문화사나 기타 생활양식의 변천 등도 짚고 넘어가 볼까 합니다.

<우리땅> 모임이나 답사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회장 또는 총무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땅 홈페이지 http://ourland.ngokorea.org


사이버참여연대
2002/11/19 10:30 2002/11/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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