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정국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



11월 21일, 인사동 느티나무카페에서는 '오늘의 정국을 우려하는 지식인 선언'이 있었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 고은·신경림 시인, 한완상 한성대 총장, 함세웅 신부 등 각계 지식인 22인이 참여한 이번 선언에서 참석자들은 "2002년 대선을 맞이해 다시 팽배하고 있는 반민주적인 흐름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선언의 동기를 설명했다.

이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들은 지금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가 집권해 오는 동안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반민주, 반민족, 반통일 세력들이 다시 머리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서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지식인들이 더 이상 침묵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선언서 일부분이다.

우리는 세계사에서, 특히 현대사에서 개혁을 내건 정치권력이 부패하거나 실해하였을 경우, 지난날의 억압과 수탈을 일삼던 부패하기 짝이 없었던 세력을 국민이 선거라는 과정을 통하여 다시 권좌에 오르게 하는 반동적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을 가슴 아프게 보아왔다. 도처에서 냉전 근본주의자들과 극단적 세력이 되살아나고 있는 듯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반민주적 망령의 부활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21세기의 격동하는 동북아시아의 정국을 바라볼 때 더더욱 그러한 반동적인 선택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위기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살얼음 위를 걸어가듯 예지를 가지고 국민의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주운동이 요구된다. (…)

요즘 선거정국에서 원칙도, 최소한의 체면도 없이 철새처럼 몰려다니는 정치세력, 출세나 이권에 눈이 어두운 전천후 인간들의 모습에 심한 서글픔을 느낀다. 추한 행동은 추한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지난날의 그러한 세력에 둘러싸인 부패한 권력에 대항해서 싸운 것을 뼈아프게 회상한다. 이제 제2의 민주화운동이 요청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선언문에는 글에서 말하고 있는 '냉전근본주의자들과 극단적 세력', '반민주', '반동' 등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표현이 구체적이지 못 하고 상징적이다.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어떤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말은 아니다. 국민들 각자가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를 하고 투표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선후보들을 향해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제2의 민주화운동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슨 단체를 만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의견을 내 놓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2의 민주화운동의 시작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우리 민족의 일에 사사건건 개입하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 우리의 견해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권후보들이 우리의 기대를 모으기에는 미흡하다"는 표현은 특정후보를 지칭한 것인가.

모든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은 후보를 선택하라는 말이다.

'선언문이 말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함세웅 신부는 "70∼80년대 우리가 몸 바쳤던 민주화운동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이는 정치개혁이 뒤따르지 못 했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은 실패할 수 없다. 지금 후보들이 모두 부적격이지만 상대적으로 70∼80년대 민주화정신에 가장 부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선언의 취지를 부연 설명했다.

홍근수 목사 또한 "발표문이 애매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땐 오히려 구체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대선 정국에서 사회가 보수화 되는 경향이 있다.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다"면서 이날 선언이 반민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의지를 아주 구체적으로 표명한 것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명관 교수는 "오늘은 이 정도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정국 상황에 따라 대응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2002/11/21 20:03 2002/11/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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