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마니나 박사팀은 포항공대 유전공학과 배기리 박사팀과 함께 오늘 세계최초로 인공자궁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하고, 빠르면 내년부터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배 박사팀은 특히 이번에 새로 개발된 인공자궁의 가장 큰 특징으로, 체내에 탈장착이 가능한 것을 들고, 임신이 주는 행복감과 충만감을 가장 실감나게 재현해주는 반면, 출산의 공포와 고통으로부터는 완벽하게 해방시켜 준다는 측면에서 이제까지의 연구성과를 크게 앞지른 획기적인 개가라고 강조했다."(한겨레신문 2011년 5월 15일자)

마침내 인공자궁이 개발되었다. 이로써 임신과 출산의 굴레로부터 여성들은 벗어나게 되었으며, 원한다면 남성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세기에 피임법이 개발되면서 여성과 인류의 역사가 다시 쓰여졌듯이, 이제 21세기 인류는 인공자궁의 개발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이것은 인공자궁이 단지 출산의 고통만을 면하게 해주는 기능적 실효성 외에 엄청난 인류문화사적 충격과 변화를 던져줄 것이라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인공자궁의 출현은 우리 삶의 터전과 환경을 근본으로부터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동생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인공수정 시켜 인공자궁에서 발육시킨 뒤 내 아이로 부양을 한다는 믿기지도 않을 일이 이제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특별히 호주제로 상징되던 종족, 씨족 중심적인 전근대성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어왔던 우리사회에서 이 문제로 인한 찬반양론의 불꽃튀는 논란과 대립은 이제 불가피해졌다.

여성계가 즉각 환영논평을, 환경단체가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전국씨족수호연맹과 유림들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전조(前兆)로 보인다. 다만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강위원 검사가 일단 이 부분에 대한 논평을 유보한 것은 메우 흥미로운 대목이다.

지난 20세기까지 성애(Sex)란 인간에게 종족번식과 문화적 행위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성애와 임신간의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단절시켜준 것이 바로 피임법의 개발이었다. 피임법의 개발이 여성의 지위와 활동 폭을 상당히 확대시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성애와 임신·출산의 인과율'이라는 여성의 원초적·태생적 한계조차 뛰어넘는 반전을 꾀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인공자궁의 개발은 남녀불평등의 부정할 수 없는 한 요소로 작용하였던 '성애와 임신·출산의 인과관계'를 완전히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상호 연관관계를 각각 독립영역으로 존재케 하여 특정 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명적으로 짊어져야 했던 생태적 한계를 완전히 사회화 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피임이 성애를 임신과 분리시킴으로써 sex를 하나의 문화적인 영역으로 끌어냈다면, 이제 인공자궁의 개발은 성애의 영역과 임신영역, 출산영역 사이의 인과율을 완전히 단절함으로써 인간 자신의 개별적 정체성은 물론 가족, 동성애, 결혼 등 우리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학적 기본가치들을 새로이 정립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에 놓이게 하였다.

전통적인 성 정체성이나 성적 역할분담은 물론이거니와 혈연을 중심으로 부모와 형제로 대변되던, 특히 부부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전통적인 가족 또는 가정은, 해체되면서 20세기와 함께 종말을 고하게 되었으며, 가족주의의 해체로 인한 과도적인 혼란과 지체는 일단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유럽일부 국가에서 동성애를 사회적 보편현상으로 받아들여 법률적 부부관계로 인정한 사실을 넘어, 전통적 부부 또는 가족개념은 우호감이나 친밀감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로서 대체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기호공동체나 정서적 공감대를 중심으로 한 생활공동체의 대두는 이러한 추세의 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인다.

한편 인공자궁의 개발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근본으로부터 뒤흔들면서 21세기부터는 '별로 아쉬울 것 없는' 고립된 자아를 양산해낼 전망이다. 이미 산업화시대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고립된 개인의 소외문제는 20세기말 사이버 문화를 통해 그 극점을 치닫게 되었지만, 인공자궁의 개발로 촉발된 21세기에는 오히려 고립된 개별인의 소외문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명제조차도 심각하게 회의懷疑되어야 할 시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씨줄 속에서 오늘을, 사회라는 날줄 속에서 여기에 살고 있는 나 외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물음 앞에 오늘의 철학이 직면하게 됨으로써 전통적인 철학적 담론은 자연히 수정이 불가피해지게 되었다.

이제 인공자궁의 개발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이 어디까지 미치게 될 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과연 인류의 생활방식과 가치의 변화에 조응하는 범위 내에서만 존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과학기술의 진보는 그 자체로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김형완
2000/02/20 00:00 200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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