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 쓰는 비결
국내연대/시민사회 기타 :
2000/02/20 00:00
개인당 연평균 기부액, 한국 5800원, 미국 700,000원
과거 누구든 한번쯤 읽었을 소설 중 하나가 미국의 사회주의 작가 잭 런던이 쓴 [강철군화]이다. 왜 갑자기 소설 자본론으로도 불리는 이 사회주의 서적을 거론하는가 하면, 이 책에 '모어하우스 주교'라는 동정심 많은 한 인물에 대한 묘사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는 잭 런던의, 자선운동은 필연적이지만 체제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인식의 설명을 돕는 정도로만 얘기되었지만,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산까지 팔아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모어하우스 주교에 대한 사실적 표현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새롭다.
모어하우스 주교의 자손들
우리가 이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이념과 목표의 차이를 덮어두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이타심 내지는 공동체에 대한 아름다운 지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이 모어하우스 주교의 자손들은 단지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단순함만으로도 계속 그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작년 10월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와 영국대사관이 공동으로 개최했던 기부금 모집 전략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들은 선진국 시민운동의 성장 크기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일례로 영국 자선단체의 1년 모금액은 40조원에 이르며 그것으로 정부와 민간, 이중의 사회안전망이 짜여진다고 한다. 그만큼 영국 국민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또한 미국 시민들은 전체 GNP의 8%를 기부한다. 그들에게 있어 적어도 재산을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는다는 합의는 이제 확실한 사회의 추세인 것이다.
빈약한 한국의 기부문화
그러나 우리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부문화를 갖고 있지 못하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그렇게 개인주의적이라는 미국과 한국의 기부문화의 차이를 보자. 우리나라의 개인당 연 기부액이 평균 5800원임에 반하여 미국은 583달러, 약 70여 만원이다. 연간 모금시장 또한 우리는 2600억원 수준임에 반해 미국은 약 210조원의 크기를 갖고 있다. 물론 경제력의 차이 등 비교할 수 없는 상대성이 엄연히 있겠지만 여러 가지를 감안한다해도 우리의 기부수준은 절대적으로도 낮다.
우리 한국 현대사의 극명한 멘탈리티가 그런 사치한(?) 생각들을 근본적으로 막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자기 한몸 돌볼 겨를이 없었던(물론 현재에도 그렇다) 격동의 세월에서 남을 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또한 군사정권에 의해 일괄적으로 부과되었던 국민성금과 불우 이웃돕기 강요는 기부에 대한 혐오감마저 키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인식에서 멈출 수 없음은 당연하거니와, 더욱이 갈수록 확장되어 가는 우리 시민사회운동은 공동체 정신, 이타적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자선운동의 장점을 충분히 흡수해야만 그 인간적 성장창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재단'
참여연대는 출범한지 만 5년이 되는 조직이다. 그 동안 참여연대는 '일상적 권력감시'와 '소외된 약자의 인권을 위한 연대'라는 설립목적에 의거해 비교적 충실히 활동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참여연대의 틀을 넘어선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시민사회 확대전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공유와 더불어, 특히 시민사회 전체의 재정확보를 꾀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재단' 설립계획이 제출되었다.
'아름다운 재단'은 우리의 대물림 세습문화를 공익적 기부문화로 바꾸어 나가는 모범을 만들고 '공익적 활동가'와 '소외 받고 상처받은 이웃',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독립적 펀드들로 구성된다. 특히 이 재단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방식이지만 하나의 재단 속에 다양한 주제를 갖는 목적형 펀드를 묶어 네트워크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연자의 의지를 가장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만일 이런 시도들이 성공한다면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에 상당한 재정적 기여가 기대된다. 또한 기부문화가 현실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어떤 형태든 기금마련이 불가능하기에, 출연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좀 더 치밀한 모금계획과 대 국민 설득이 동시에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예에서 보듯이 이제 사회운동은 그 지사(志士)적 성격을 넘어 평범한 시민 각자에게 자신의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참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일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는 시민운동의 크기와 영향력, 지지 층을 확장시키는 과정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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