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구정연휴를 하루 앞두고 아리따운 여중생 여섯 명이 참여연대를 방문했다. 준비되지 않은 첫 비공식 투어 프로그램이 가동된 셈이다. 당초 야심만만하게 준비된 참여연대 투어 프로그램은 현실에선 그 의욕만큼 채 구현되지 않고 있었다.

제1회의실에서 "반갑습니다……" 여섯 명의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막막했던 세기말 기억의 터널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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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을 한달 앞두고 시작된 참여연대 공간개선작업 - 이 역사적 과업(?)에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었다.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길 셀 수 없을 만치 종점이 보이지 않는 미로 같은 공사현장에서 간사들과 자원활동가들은 '말의 성찬뿐인 밀레니엄의 팡파르'도 뒤로한 채 공간개선작업에 매달렸다.

몇 몇 활동가들은 페인트칠 담당이 될까봐 마음졸이며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도 했지만, 정작 작업복을 미처 준비하지 않을 때만 어김없이 페인트 칠 담당이 되었고, 겉옷과 신발에 페인트 자국이 남아 다음날 출근할 때마다 페인트자국을 지우는 곰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만 했다.

많은 시민들의 지원과 참여로 만들어진 공간은 시민들이 참여연대를 방문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 좁은 공간이 실용적으로 활용되어 질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아직도 이 작업은 미처 끝나지 않았지만, 호기심 어린 여러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시뮬레이션 참여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투어' 하니까 아직까지 참여연대를 방문한 적이 없는 독자들은 박물관이나 관광코스로 오인하기 쉽지만, 아니다! 결코 아니다. 가보면 안다!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참여연대의 입구까지 참여연대를 알릴 수 있는 이미지사진(내가 참여하는 만큼 바뀌는 세상)과 참여연대 심벌이 부착되어 있어, 참여연대로 들어서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 3층 안내데스크 사무공간까지 밝고 화사한 색조로 꾸며져 있어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의 첫 인상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3층 유리벽면에서부터 참여연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들과 국내외의 시민단체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게시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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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창립 선언문을 현관에서 처음으로 마주할 수 있으며, 그 뒷전으론 삼삼오오 흡연구역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활동가( 썩을 대로 썩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터무니없는 음모설 - 음모에 기생하는 놈들 때문에 기가 막혀,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도 볼 수 있다. 유리문을 열면 벽면에 설치된 기부자의 벽을 볼 수 있다. 참여연대가 여기까지 오기는 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도움이 있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라! 자막에 흐르는 수많은 사람(영화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의 이름은 그 어떤 장면보다도 감명적이지 않았던가? 오죽 하면 베를린 영화제의 커미셔너가 감탄을 연발했겠는가. 기부자의 벽은 바로 그 장면을 연상시킨다. 안내데스크에 들어서면 투어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참여연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history brief)를 받을 수 있다.]

그런 다음 대상별(청소년, 일반시민, 단체)에 따라 만들어진 홍보비디오를 제1회의실에서 시청하게 된다. 그리고 각종 홍보물(홍보물은 유료다. 방문인들이 홍보물을 구입하는 만큼 홍보기금으로 조성되어 다시 시민들에게 환원된다)을 구입할 수도 있다. 업무공간으로 들어서면 좌측으로 시민권리국. 정책실 우측으로 시민사업국, 문화사업국, 사무국, 처장실, 임원실, 시민감시국 등 업무공간이 한눈에 드러난다. 여기서부터는 시간과 일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온갖 소음이 들린다. 그러나 백병전에 가까운 이 살벌한 전장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아직까지 없었다.

업무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서 있는 벽면과 기둥에는 참여연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설치물이 부착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기둥 사이로 가끔은 움직이는 기둥도 볼 수 있는 데, 자세히 보면 기둥이 아니라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사이버 참여연대의 총수 김형완 협동사무처장은 너무 길어(앉은키도 상당하다) 언뜻 기둥으로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애완견을 동반한 방문인은 개가 전봇대로 착각한 나머지 그의 발 밑에 방뇨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할 일이다.

박원순 사무처장을 볼 수 있으나 끝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붙잡고 계시기 때문에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다. 이런 풍경들을 지나 2층으로 내려가기 직전 좌우 벽면에 각종 자료(의정, 법조)가 전시된 공간이 눈길을 끈다. 참여연대가 기울이고 있는 정책사업의 병참기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잠깐, 눈길을 끄는 게 하나 더 있다. 무지막지 한 보수 같지 않은 보수파의 하수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걸어대는 시비전화에 친절하게(?) 머리를 쥐어짜며 전화기에 매달려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이다. 격려의 박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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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아기자기한 미술 작품이나 참여연대를 알리는 설치물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내려오면 바로 좌측벽면에 참여연대 추진했던 각 사업별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문을 열면 좌측으로 참여사회연구소와 월간 참여사회 사무공간이 있다.

우측으론 참여사회아카데미 수강실이 있다. 여기서 잠시 5분간 휴식을 취하게 된다. 내부공간은 절대금연이므로 담배 피우실 분은 다시 문을 열고 1층 계단으로 내려가 야외흡연실을 이용하기를.. 물론 참여연대 인간탐지기 스컬리간사의 '기동타격'을 능란히 제압할 역량이 있는 분은 알아서 하실 일이다. 3층 강의실에서 사이버참여연대로 접속된 대형 멀티비전이나 빔 프로젝트(누군가 이 좋은 뜻에 동의, 기증해 주신다면)에 비친 사이버 참여연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기에서 참여연대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사업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접속이 끊어지면 여러분들은 참여연대의 자료와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참여연대SHOP에서 참여연대의 가족이 되고자 하는 신규회원가입을 할 수 있으며, 또 다양한 상품들도 구매할 수 있다. 차 한잔과 대화가 추가로 필요하신 분들은 같은 층의 철학카페 느티나무를 이용하시면 금상첨화다.

터널 속을 빠져 나오자마자 반짝이는 눈방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함께 꿈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건축가는 '우리 문화공간엔 국민은 있지만 시민은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삶의 공간 곳곳에는 국가주도 하에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효율성과 활용도가 떨어지는 공간이 무수하게 방치되어 있다. 문화는 말만으로, 또는 아이디어로만으로 만들어지는 달콤한 초코파이가 아니다. 이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시민이 참여하는 문화공간이 하나, 둘 만들어져야 한다.

참여연대 사무실은 시민활동가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여기에 들인 노력과 비용은 여러 시민들의 도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다. 더디지만 알차고 내실 있게 '시민들의 리그'를 만들어가자. 공간개선을 위해 선뜻 기금 해주신 여러 뜻 있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호응을 기대해본다.

유창주
2000/02/20 00:00 200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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