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은행 추진 여부 신중히 결정해야
정기간행물(종간)/시민과학 :
2002/12/17 00:00
최근 검찰이 범죄자 유전자 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범죄자 유전자 정보은행의 추진 움직임이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검찰은 지난 1994년에 관련 법안을 이미 만들었으며 최근까지 설립 주도권을 놓고 경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2000년 겨울에는 경찰의 설립 시도가 인권 사회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범죄자 유전자 은행은 범죄자나 용의자의 개인 식별 유전정보를 체계적으로 저장해 범인검거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검찰이 들고 나온 명분은 성폭력 예방인데 관련 여성단체들 조차 실효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성폭력 예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섣불리 유전자 정보은행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인권침해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 신고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인권침해
유전자 정보은행을 도입하게 되면 형이 확정된 후나 출소 전에 특정 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DNA 채취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성폭력
처럼 통계적으로 재범률이 높다고 해서 이미 죄값을 치른 범죄자들의 DNA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해 영구히 보관하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비록 범죄자라 할 지라도 자기 신체의 고유한 영역을 강제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개인프라이버시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이런 행위는 범죄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아닌 개인의 유
전적 차이로 파악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굳이 "범죄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을 분석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범죄와 관련된 통계적 결과들을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강제적 DNA 채취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샘플 반환 소송이나 "양심적 DNA 거부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무고한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줄어 들것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좀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유전자 정보 은행에 저장된 DNA 정보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강제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당한 사례들이 외국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관된 DNA의 남용 가능성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 DNA의 수집 관리는 새로운 차별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전자 은행을 찬성하는 일부 인사들은 유전자 감식에 사용하는 DNA부위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전정보와 상관이 없고, 저장된 정보는 식별을 위한 정보이기에 다른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전정보, 유전자의 개념을 협소하게 정의한 것이며 현실과도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신원확인에 사용되는 DNA 부위와 질병정보 분석에 이용되는 DNA부위가 서로 분리 돼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전자 감식 기술에 사용되는 표식자(marker)는 원래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적 목적에서 개발된 것이기도 하다. 유전자 정보은행이 구축되고 범죄자로부터 혈액 또는 타액샘플을 채취하게 된다면 다량의 DNA를 확보할 수 있게된다. 만약 감식 후 DNA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유전정보의 남용 위험성을 줄어들겠지만 차후의 검증 목적으로 계속 보관할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DNA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정보를 추출할 수 있고 이런 정보들은 사회적 차별이나 행정적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보관중인 DNA에 대한 법률적 통제도 가능하겠지만 DNA의 속성상 남용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개인 유전정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유전적 상태(식별 및 기타정보)까지 포함하고있어 가족 모두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 있다.
외국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긴 힘들어
검찰은 미국이나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사례를 들면서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나라는 전국민 주민등록번호제와 지문날인제도를 전산화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국가감시체계를 갖춘 나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전정보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국가의 통제와 감시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설립된 유전자 은행은 입력 대상 범죄가 계속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처음엔 사회적 정당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살인, 아동 성범죄 같은 흉악범에서 나중엔 사소한 절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를 보더라도 처음엔 입력 대상 범죄가 21개였지만 1999년에는 107개로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범죄자 유전자 은행의 자료들은 다른 정보(지문, 행정전산망, 기타 신원확인 유전자 DB 등)들과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유전자 프라이버시나 유전자 정보은행에 대한 사회적, 인권적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 여부는 "과학수사", "범죄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섣불리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인권적, 기술적 논의 후 신중하게 설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인권침해
유전자 정보은행을 도입하게 되면 형이 확정된 후나 출소 전에 특정 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DNA 채취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성폭력
처럼 통계적으로 재범률이 높다고 해서 이미 죄값을 치른 범죄자들의 DNA를 국가가 강제로 채취해 영구히 보관하는 것은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또 다른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법률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비록 범죄자라 할 지라도 자기 신체의 고유한 영역을 강제적으로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는 개인프라이버시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이런 행위는 범죄의 원인을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아닌 개인의 유
전적 차이로 파악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굳이 "범죄 유전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양한 개인의 유전적 프로필을 분석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범죄와 관련된 통계적 결과들을 뽑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강제적 DNA 채취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샘플 반환 소송이나 "양심적 DNA 거부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무고한 용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줄어 들것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좀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유전자 정보 은행에 저장된 DNA 정보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기 위해 무고한 시민들이 강제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당한 사례들이 외국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관된 DNA의 남용 가능성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 DNA의 수집 관리는 새로운 차별과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유전자 은행을 찬성하는 일부 인사들은 유전자 감식에 사용하는 DNA부위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전정보와 상관이 없고, 저장된 정보는 식별을 위한 정보이기에 다른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전정보, 유전자의 개념을 협소하게 정의한 것이며 현실과도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신원확인에 사용되는 DNA 부위와 질병정보 분석에 이용되는 DNA부위가 서로 분리 돼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전자 감식 기술에 사용되는 표식자(marker)는 원래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적 목적에서 개발된 것이기도 하다. 유전자 정보은행이 구축되고 범죄자로부터 혈액 또는 타액샘플을 채취하게 된다면 다량의 DNA를 확보할 수 있게된다. 만약 감식 후 DNA를 완전히 폐기한다면 유전정보의 남용 위험성을 줄어들겠지만 차후의 검증 목적으로 계속 보관할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DNA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정보를 추출할 수 있고 이런 정보들은 사회적 차별이나 행정적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보관중인 DNA에 대한 법률적 통제도 가능하겠지만 DNA의 속성상 남용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개인 유전정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유전적 상태(식별 및 기타정보)까지 포함하고있어 가족 모두의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 있다.
외국 사례를 국내에 적용하긴 힘들어
검찰은 미국이나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사례를 들면서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나라는 전국민 주민등록번호제와 지문날인제도를 전산화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국가감시체계를 갖춘 나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전정보까지 사용하게 된다면 국가의 통제와 감시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한번 설립된 유전자 은행은 입력 대상 범죄가 계속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처음엔 사회적 정당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살인, 아동 성범죄 같은 흉악범에서 나중엔 사소한 절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뉴욕주를 보더라도 처음엔 입력 대상 범죄가 21개였지만 1999년에는 107개로 대폭 확대되었다.
또한 범죄자 유전자 은행의 자료들은 다른 정보(지문, 행정전산망, 기타 신원확인 유전자 DB 등)들과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유전자 프라이버시나 유전자 정보은행에 대한 사회적, 인권적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유전자 정보은행의 설립 여부는 "과학수사", "범죄예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섣불리 추진하기보다는 사회적, 인권적, 기술적 논의 후 신중하게 설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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