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전망, 암담한 현실



빠르면 오는 4월말부터 KBS1 TV와 라디오를 통해 시청자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랜기간동안 방송법 개정과 시청자 주권을 요구했던 여러 단체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방송되고 있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시청자가 참여하여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공익성이 강조되며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하고 제작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국내에서 방송하게 된 시청자프로그램은 외국처럼 지역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이 아닌 공중파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어서 외국의 시청자프로그램과는 큰 차이를 가진다.

본격적인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방송에 앞서 지난 3월 각 시민사회단체가 프로그램의 성격과 방향 그리고 실무를 협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4월 방송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모두들 시청자프로그램에 큰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 그 동안 언론으로부터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한 사안들을 시민의 이름으로 알려내고 쟁점화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더구나 시청자프로그램은 향후 위성채널 등을 통해 폭넓게 확대, 생산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중파 뿐 아니라 다른 경로나 매체를 통한 프로그램의 제작도 함께 검토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시청자프로그램의 위상과 전망이 밝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실제 시청자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실무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기본적인 장비의 문제, 방송경험부족에서 오는 여러 문제들은 시청자프로그램의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게 한다. 특히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는 시청자 프로그램이 자칫 시청자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차라리 시청자프로그램을 아니한 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각에선 시청자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꼭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단의 말인즉슨 심야시간대의 토론방송이 실제 시청자가 많지는 않지만 우리사회의 중요한 쟁점들을 다루고 소수이나 영향력(?)있는 시청자들이 있음으로 그 의미를 가지고 방송에 탄력을 받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시청자프로그램이 그러한 까닭으로 이해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전문방송인이 만든 프로그램보다 기술적 열세에 있으며 방송감각도 그만 못하며 프로그램제작여건도 열악한 시청자프로그램이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발전되어 갈지… 물론 방송발전기금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이 약속되어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금에서의 지원이 언제인지 얼마의 액수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기에 이러한 걱정은 계속된다.
탁현민
2000/04/03 00:00 2000/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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