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의 잠망경> 이 땅에 살기 위하여!
칼럼과 기고/홍성태칼럼 :
2003/06/26 21:17
홍성태의 잠망경-자연이 살아있는 사회 만들기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ollian.net
매일 연재되는 오늘의 칼럼은 홍성태 상지대 교수의 글이다. 홍 교수는 매주 독자들에게 환경과 생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가 던지는 우리 시대 큰 울림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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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곧 휴가철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바다로, 들로 몰려나갈 것이다. 경제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해도, 올해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기 위해 자연으로 몰려갈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잠시 세파를 잊고 삶의 활력을 재충전할 것이다. 그리고 자연의 힘에 다시금 탄복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벌써부터 걱정스러워지기도 한다. 이미 심각하게 파괴되어 있는 우리의 자연이 올여름에는 또 어떤 고통을 겪게 될까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좋아하지만, 정작 자연을 아끼고 지키는 사람은 아직도 드문 것 같다. 예전에 내가 겪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1990년대 초에 지리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6월 초순이 끝나가던 무렵이었는 데, 세석평전으로 가기 위해 한신계곡을 올랐다. 세시간 가량 허덕이며 즐겁게 산을 올랐다. 그런데 계곡이 끝나가는 지점의 한 폭포 위에서 나는 기분이 몹시 상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쓰레기가 잔뜩 쌓여서 썩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쓰레기 썩은 물이 폭포로 흘러 들어가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썩은 물이 흘러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폭포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감탄하며 그 물을 받아마시고 있기도 했다.
2-3년 뒤 가을에 설악산에서도 아주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설악동에서 시작해서 양폭을 지나 희운각 쪽으로 가고 있었던 듯하다. 배낭에 물건을 잔뜩 싸 짊어진 터라 몹시 가쁘게 숨을 허덕이며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언덕받이에 거의 다 이르렀는 데, 거기에는 음료수를 파는 산 속 노점이 있었고, 어떤 남자가 이온 음료를 마시며 내 아래 쪽에서 오르고 있는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이온 음료를 다 마시더니 그 깡통을 뒤로 휙 던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물론 머리는 앞을 향해 자기 동료들을 보고 있는 채로였다.
이런 무심한 행위들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자연이 병들고 망가진다.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을 망가뜨리는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단순히 놀이의 대상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보신의 대상은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산을 찾고 물을 찾을 때, 단순히 놀거나 쉬기 위해 찾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자연은 이미 너무나 망가졌기 때문에 그렇다. 이제는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망가졌는가를 살피고, 망가진 자연을 어떻게 해야 고치고 되살릴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우리가 아직 자연을 깊이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부를 쌓지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연을 더 망가뜨려야 하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은 돈을 번 뒤에야 자연을 보살필 수 있다는 얘기다. 해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망가진 자연을 고치고 되살리는 것은 살아 있는 자연을 지키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엄청난 경제적 부를 쌓았다. 이제 우리에게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이다. OECD국가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해도 우리의 환경지수는 대단히 낮다. 그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경제에서 자연을 보살피는 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연이 살아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살아 있는 자연은 선진국의 핵심 지표이다. 지금과 같은 상태로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자연을 더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는 자연이 살아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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