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복원 시공식을 보면서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ollian.net


2003년 7월 1일은 서울의 역사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마침내 청계천 복원이 시작된 날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게 될 청계천에 대한 큰 기대를 안고 많은 시민들이 청계2가에서 열린 시공식 자리에 모여들었다.

이 복원사업은 자연을 없애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박정희 식 파괴적 근대화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말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많은 시민들이 큰 기대를 안고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업에 기대의 눈길만이 쏠리는 것은 아니다. 울분에 찬 불안의 함성이 들리기도 하고,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서울의 도심은 전후 최대의 변화를 맞게 되었다. 청계천 복원은 단지 청계천 복원으로 그치지 않고 그 둘레의 드넓은 도심 낙후지역의 본격적인 재개발로 이어질 것이다. 무교동은 이미 20년 전에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갔다. 그 결과 지금의 무교동은 20년 전의 무교동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 되고 말았다.

낙지골목의 무교동은 사라지고 대신에 현대식 고층빌딩의 무교동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도시공간의 구조적 변화는 당연하게도 사회적 변화와 함께 이루어진다. 요컨대 낙지골목의 무교동은 도시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집지역이자,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한 주거공간이었다. 그러나 현대식 고층빌딩의 무교동은 재벌을 비롯한 대자본이 장악한 땅이자 그들의 회사에 근무하는 사무원들의 일터이다. 지금 무교동은 밤이 깊어지면 사람들이 모두 떠나 텅 비는 이른바 '도심 공동화'의 땅이 되어 버렸다.

청계천 복원사업도 비슷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지금은 대단히 낙후된 지역이라서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깃들이고 살 수 있는 곳이지만, 앞으로 이곳에는 엄청난 돈이 몰려들어와서 가난한 사람들은 결국 어딘가로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울분에 찬 불안의 함성을 외치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청계천 복원사업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정말로 중요한 것, 그리고 필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을 보듬는 방식으로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는 것일 터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청계천 복원의 실질적인 내용과 관련된다. 여기에는 크게 두가지 문제가 연관되어 있다. 먼저 과연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이다. 필자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에 역사문화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영조 때의 준설과 개축을 기준으로 삼아서 적어도 청계천의 도심 구간은 확실히 역사성을 살릴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에 대한 서울시의 태도는 별로 믿음직스러운 것이 아니다.

선전용으로 만들어져서 이미 널리 퍼진 청계천 복원 예상도는 한마디로 '복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청계천 복원의 이름으로 청계천을 다시 한번 망가뜨리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앞으로 정말 많은 애를 써야 할 것 같다. '복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도록 하기 위해서 정말 큰 애를 써야 할 것 같다.

다음에 청계천 둘레의 낙후지역 재개발에 대한 우려이다. 예컨대 세운상가 지역의 경우를 보자. 서울시의 청계천복원추진위원회에서는 일단 기존의 상가 건물을 모두 부숴 없애고 그 자리는 종묘와 남산을 이어주는 녹지공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이 구상은 대단히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애초에 박정희와 김현옥과 김수근이 이렇게 했더라면 그들은 지금까지 칭송을 받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훌륭한 녹지공원을 만드는 대신에 그 둘레의 낙후지역에 무려 25층의 고층 대형건물을 8채나 짓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 지역을 거창한 업무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청계천을 따라서 이런 고층건물들이 줄줄이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 지역은 이를테면 '강북 테헤란로'처럼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청계천은 고층건물들 사이를 흐르는 도심 수변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불안과 우려에는 현실적인 근거들이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시장이 이 훌륭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자기의 취임 1주년에 맞추어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 많은 애를 썼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잘못이다. 이명박 시장은 스스로 '염불보다 젯밥'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불신을 자초하고 말았다. 시공식 자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자리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말았다. 실황중계를 맡은 서울방송의 한 직원은 '완전히 돗떼기 시장'이라고 중얼거리며 힘들어 하기도 했다.

서로 악수하고 인사하는 데 온 신경을 빼앗겨 버린 시의원들이 이런 혼란의 주범이었다. 잠시 정돈된 듯한 자리는 시공식 단추를 누르면서 삽시간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방송이고 뭐고 모두 끝나고 말았다. 애써 청해 모셨을 손님들도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자기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는 시공식의 혼란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그 혼란은 어쩌면 지금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이 엉터리 그림이 불안과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역사와 자연을 되살리는 진정한 복원사업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이 사업의 진행과정을 꼼꼼히 지켜보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3/07/02 18:21 2003/07/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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