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유진 격주간 '한겨레 스카이라이프' 기자 ujinlee@hanmail.net


뻔합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조만간 검찰청사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게 될 겁니다. 굿모닝시티 윤창열 씨에게 로비자금을 수뢰했다는 의혹 때문입니다. 이런 류의 '의혹'으로 검찰에 드나든 '선수'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얼마 전,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며 '우아한 한마디'를 던진 선수, 기억나십니까?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웃기게도 요즘 정치권에서는 박지원 씨와 정대철 대표를 비교하는 입방아가 한창이라지요. 한명은 '윗분'을 보호하며 혼자 다 뒤집어쓰는 듯한 인상으로 '제2의 장세동'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한명은 '다 죽자'는 `물귀신 작전'으로 악평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십보 백보, 그 나물에 그 밥이지요. 언제 정치인이 깨끗한 것 봤냐구요?

그런데 왜 유독 모두 남성들일까요. 이제까지 여성정치인이 '수뢰 의혹' 등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을 본 것은 잘 기억나질 않네요. 당연하다고요? 여성이 고위직에 없으니까 그런 일이 없다고요? 하지만 고위직은 그렇다치고 지방공무원이나 하위직 공무원은 여성 비중이 높지 않습니까. 비리로 구속된 지방·하위직 공무원 가운데서도 여성들이 의혹에 오른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옷로비 사건'요? 남편 콩밥 안 먹이려고 수천만원짜리 코트로 로비한 사건이야 남성정치의 일환이라고 보아야지요.

한쪽 성에 권력이 집중돼있으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세계적 경영 컨설턴트 업체 맥킨지 아시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꼼짝 못하는 이 똘똘이 컨설턴트 역시 2010년까지 한국이 경제선진국에 들려면 여성고급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었지요. 2000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낸 정책보고서에는 정치 및 공공분야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가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 정도가 낮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이 청렴지수에서 고득점을 얻고 있다는 얘기지요. 정치인들 역시 여성쪽이 정치자금을 훨씬 아껴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최근 <여성신문>은 여성의원 수가 50%면 세비 역시 25%가량(연간 20여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지난 5월 여야 3당 대표들이 강남의 초호화 룸살롱에서 마신 술값이 700만원이었다는데, 여성정치인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유명 법조인인 강지원 변호사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사법시험부터 여성할당제를 실시해야 나라가 깨끗해진다는 겁니다. 기자와 판검사들이 대낮부터 모여 폭탄주잔을 기울이고 '설화'를 빚은 사건이 또 한두건입니까. 여성 정치인과 여성 법조인이 많아지면 이런 문화, 자연 줄어듭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것 있죠? 초·중등교사를 새로 뽑는 시험에서 한쪽 성비가 70%를 넘지 않도록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이르면 2005년부터 시행하겠다고요. 한마디로, 여교사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좋습니다. 이 좋은 제도 왜 이제 들고 나오는가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제발 많은 부분에 확대 좀 해보세요. 교단의 여초 지적하기 전에 국회의 남초, 국립대학 교단의 남초, 고위 공무원 남초 현상 등에도 이 제도를 좀 적용해보세요. 국회에도 '양성평등 할당제'를 만들어주시고 판검사도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좀 따라해보세요. 부패 스캔들, 정치인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한탄하는 일이 좀 줄어들지, 누가 알겠습니까.

2003/07/21 11:28 2003/07/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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