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유진 격주간 '한겨레 스카이라이프' 기자 ujinlee@hanmail.net


한국의 가임여성 1인이 평생 출산하는 인구수는 1.17명. 세계 최하 수준입니다. 사람들은 이대로 가다간 인구가 줄어들지나 않을까, 노동력 태부족 사태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젊은 여성들을 탓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인구억제정책'을 정착시킨 나라 아닙니까. '둘도 많다', '하나 낳아 잘 키우자' 등의 기발한 표어까지 동원해가면서 말이죠. 사람이 적으면, 또 '운동' 한번 하면 됩니다. '인구장려정책'도 시작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구요. '온 국민 화끈한 밤 보내기 운동'. 어떻습니까?

단, '인구장려정책' 이전엔 '결혼장려정책'이 선행돼야 할 겁니다. 인구장려정책 잘못 폈다간 미혼모만 양산될 테니까요. 아시죠? 우리나라에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저급하고 한심한지를. 최근에는 영화 <싱글스>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등에서 멋진 미혼모 등을 소개하는 추세라지만, 위험한 일입니다. 자칫 이런 드라마 속 멋진 미혼모들을 벤치마킹했다간, 우리 사회에서는 '생매장' 당하기 십상입니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혼모는 6700여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혼모 보호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출산율 최하위국에서 사회적 노동인구를 어렵게 낳아기르는 데도 불구하고 미혼모들은 가시면류관을 쓰고 삽니다. '더러운 여자' '정조관념 없는 여자'라는 주홍글씨를 달고서 말이죠.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미혼모의 자녀는 '아버지를 알 수 없는 자'라고 명시해야만 어머니 호적에 입적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아이는 사회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되겠지요. 입학, 취업, 결혼 등 인생의 고비마다 그는 '불명'인 아버지의 그림자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결혼이 없으면 탄생도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법률이 인정한 출생의 근원입니다. 당연히 미혼모 자녀들은 두고두고 좌절감과 차별을 겪게 됩니다.

오죽하면 한 봉사단체가 '미스맘 결혼 대작전'이란 운동을 전개하게 됐을까요. 그들은 '미혼모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가정을 꾸리도록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 일은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짐작케 합니다. 미혼모들에게 필요한 것이 '남자와 돈'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결혼'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비단 미혼모에 대한 것만이 아닙니다.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또한 '장난 아니게' 살벌합니다. 언젠가, 이혼 후 아이를 키우고 사는 '여성 명망가' 선배에게서 "싱글맘을 대접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선배의 얘기 이면에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의 고단함이 담뿍 담겨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끔 '똘똘한 씨받아서 혼자 아이 키우며 살아갈까' 하고 궁리하는 여성들을 가끔 만납니다. 그들에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하지요. 절대 그러지 말라고. 99%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그 길은 웅덩이를 피해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미혼모에 대해 많은 분들이 '미풍양속을 해친다' 또는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파괴한다'고 하시지요. 억지 부리지 마세요. 그렇다면 미풍은 과연 무엇인가요. 게다가 우리네 전통적 가족관계가 이해의 폭이 넓고 서로의 관계가 조화롭다면, 미혼모를 받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현실을 인정할 때 해법이 나오는 법입니다.

프랑스처럼 '아이낳는 처녀'에게 대대적인 축하와 지원약속을 해주지 못할망정, 엄마와 아이를 괴롭히는 일만이라도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여라도 '아이 안 낳기 동맹파업'이라도 여성들이 벌인다면 어쩌시겠습니까. 그러기 전에, 행복하게 아이낳게 해주세요. 네?

2003/07/26 03:02 2003/07/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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