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참여연대로부터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우울한 경험을 전하고 있다는 충고(?)를 들었다. 소심하고 마음 약한 나에게는 한국 살이가 힘들고 버거운 것 투성이다. 이제 겨우 그런 한국생활이 익숙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막상 글을 쓰기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서 생각을 모으면 그 수많았던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나의 글은 또 다시 우울하고 암울하다. 그래도 참여연대의 독자들에게 이주노동자가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보자.

내가 작년에 집회를 하면서 한국생활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하면 한국인들은 날 아주 위험하고 불순한 사람이라고 당장 추방해야한다고 생각할까 걱정이 된다. 나는 이제 27살이고 기죽어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늘 기죽고 주눅들어 있었다. 그러나 작년에 드디어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부산역에 모여서 우리의 목소리로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도 노동자고 우리를 차별하지 말고 추방하지 말라"라고.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TV를 통해서 거리에서 데모하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을 했었다. 데모할 때 경찰이 그렇게 많이 나오고 운전자도 짜증스럽겠고,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면 한국경제에도 손해고 사장들에게도 손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주 놀라운 것은 경찰이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베트남에서는 바로 죽음이었다. 얼마 전에 하노이에 있는 한 의사가 인터넷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유포했다는 이유로 20년 감옥형에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럽다.

처음 부산역에 모여서 집회를 하던 날은 정말로 떨리고 무서웠다. 혹시 이러다가 경찰에 잡혀서 베트남으로 추방당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어떤 겁 많은 친구들은 부산역 앞을 어슬렁거리고 휴대폰으로 전화해서 괜찮은지 확인하고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섭고 겁은 났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주 고무되었고 투쟁을 통해서 '차별 받지 않고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다국적이기 때문에 슬로건도 다 같이 외치기기 힘들었다. 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었으니, 언어도 각양각색이었고,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지나가던 많은 한국사람들이 도대체 저 거무잡잡한 사람들이 모여서 뭘할까 하는 궁금증으로 가던 길을 멈춰서 우리를 구경해주었다. 우리는 그런 것이 우리에 대한 작은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정말로 신났다.

또 늘 맨 앞에서 큰 소리를 구호를 외치고 우리를 이끌었던 내 친구는 TV에 얼굴이 나왔다가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한국에 데모를 하러 온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 친구는 무지 야무지게 사람들을 모아서 선봉에 섰었다. 해고를 당해서 무지 속상했지만 그래도 그 친구는 지금도 씩씩하다. 이제 그 해고 건 마저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한국에 오기 전에는 절대로 데모 같은 것에 참가하면 안 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작년에 "차별반대 추방반대" 집회를 4번이나 참가했고, 올해도 3번이나 집회에 참가했다. 물론 올해는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한 것에 반대한 평화 위한 행진이었다.

한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은 하지 않고 외국인노동자들이 데모만 하는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하루에 12시간 이상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는 이 집회를 통해서 아직도 우리가 요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면과 연수제도 폐지와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제도개선에 대한 아무런 약속을 받은바 없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많은 친구가 생겼고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사는 어려움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한국사람들도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심으로 우리 문제를 걱정하고 우리가 월급을 못 받고 폭행 당하고 출입국에 잡혀가는 것을 우리와 함께 분노하고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한국에서 일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 나라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다양성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정말로 베트남에서 온 나에게는 아주 놀랍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베트남은 공산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데모나 집회가 절대로 허용되지 않는다. 목숨을 거지 않으면 힘들다. 그러나 한국에서 사람들이 아주 쉽게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고 또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것이 한국인들이 민주와 자유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싸워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도 여러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트린 앙 치엔(Trinh Anh Chien) 베트남출신 이주노동자
2003/07/31 12:59 2003/07/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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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으로 좆같네 2008/03/19 18:2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불체자들 추방하는데 반대하는 놈들은 간첩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