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ollian.net


위도 주민들이 핵 폐기장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부안군과 산업자원부의 발표는 사실상 거짓이었다. 위도 주민들은 산업자원부에 비싼 값에 위도를 팔기로 했던 것일 뿐이다. 이런 사실은 빨리 현금을 내놓으라는 위도 주민들의 독촉으로 밝혀졌다. 산업자원부가 위도 주민들에게 현금을 주고 위도를 산다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다. 따라서 산업자원부는 위도 주민들의 요구를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위도 주민들과 산업자원부의 잘못된 거래의 내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위도 주민들이야 법을 몰라서 그랬다치고 산업자원부에서 법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위도 주민들과 산업자원부의 잘못된 거래는 결국 산업자원부가 위도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속인 결과라고 보아야 옳을 것 같다. 산업자원부는 이 나라의 산업과 자원의 생산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부서이다. 그런데 이런 부서에서 순박한 섬 주민들을 속여서 핵폐기장을 건설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정말이지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자원부는 믿을 수 없는 부서이다.

위도 주민들과 산업자원부의 잘못된 거래는 그렇다치고, 위도는 과연 핵폐기장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곳일까?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머나먼 곳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극독물을 배로 실어나른다는 발상 자체가 간이 부어도 한참 부은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발상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점도 잠시 젖혀두고 위도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여기서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른바 '선정위원회'이다.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는 '선정위원회'야말로 위도 주민들과 산업자원부의 잘못된 거래를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준 '거간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이 '거간꾼'이 정말 제대로 된 '거간꾼'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속이고 한몫 챙겨서 튀는 '떳다방'인지에 대해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런데 산업자원부는 누구나 알아야 마땅한 '선정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정보를 한사코 공개하지 않다가, 부안군민들이 온통 들고일어나서 사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자 비로소 그 정보를 공개했다. 이 위원회는 모두 14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데, 그 이름은 꼭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각자의 소속과 직책을 포함해서 말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8월 4일에 발표한 논평의 명단을 여기에 옮긴다.

부지 선정위원회 위원명단

1. 장인순 위원장 - 한국원자력 연구소장 (과기부 산하기관)

2. 이태섭 - 한국 지질자원 연구원 원장 (과기부 산하기관)

3. 변상경 - 한국 해양연구원 원장 (과기부 산하기관)

4. 강병규 - 행자부 자치행정국장 (정부 기관)

5. 김신종 - 산자부 에너지산업국장 (정부 기관)

6. 조청원 - 과기부 원자력국장 (정부 기관)

7. 오석보 - 원자력 문화재단 전무 (산자부 등록 법인)

8. 이중재 - 한수원(주) 사업본부장 (사업 시행자)

9. 박시룡 -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언론)

10. 이창건 - 전력기술기준위원회 회장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11. 장호완 - 서울대 교수, 대한 지질학회장 회장 (원자력 안전위원회)

12. 장승필 - 서울대 토목공학과 교수, KEERC 지진공학연구센터 (원자력 안전전문위원회)

13. 황주호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력학회 전문위원 (원자력 안전전문 위원회)

14. 문현구 - 한양대 지구환경 시스템 공학과 교수, 한국 암반공학회 부회장

같은 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도 위원회의 면면을 따져보고 평가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핵심을 간추려 옮긴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부지선정위원 14인 중에서 6인이 정부 인사 또는 핵발전 이해당사자들이다. 예를 들어 김신종 산자부 에너지산업국장, 조청원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 강병규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국장이 정부 인사들이라면,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오석보 원자력문화재단 전무, 이중재 한국수력원자력(주) 사업본부장은 핵발전의 이해당사자들에 해당된다.

나머지 8인도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핵발전과 관련해 산자부나 과기부 등 관련 부처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건 전력기술기준위원회 회장은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며 최근에는 원자력위원회 산하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또 장승필 서울대(토목) 교수와 장호완 서울대(지질학) 교수,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핵공학)는 과기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또 유일한 언론계 인사인 박시룡 서울경제 논설위원 역시 현재 산자부 무역위원회 위원이고 이전에도 정부 기관 주최의 에너지 관련 회합에 언론계 대표로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연구원 변상경 원장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태섭 원장도 정부 산하 연구소의 원장으로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관계 인사들의 지적이다.

이렇게 14인 대부분이 핵발전과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거나, 정부와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이후 평가의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산업자원부가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쳤다. 쉽게 말해서 핵으로 먹고 사는 '식핵론자'들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놓고는 위도가 최적지라고 일방적으로 공표했던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논평은 이들을 '예정된 결과를 충실히 짜맞추는 프로그램화된 로보트이며, 복채를 주는 손님에게 원하는 답을 주는 점쟁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이런 자들이 선정한 땅에 들어설 시설이 다름아닌 '절대적 위험시설'이라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해서 산업자원부는 모든 국민의 목숨이 걸린 일을 가능한 한 민주적으로 처리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반민주적으로 처리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산업자원부는 왜 이렇게 시대착오적으로 일을 하고 있을까?

핵폐기장은 핵발전을 인정한다고 치더라도 쓸모없는 시설이다. 핵발전소 자체가 극도로 위험한 시설이고, 그곳에서 나오는 핵폐기물도 극도로 위험한 물질이다. 그런 물질들을 한 곳에 모아둔 핵폐기장이 극도로 위험한 시설이라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핵폐기장을 짓게 되면 극도로 위험한 핵폐기물을 그곳으로 옮겨가는 극도로 위험한 일을 하게 된다.

요컨대 핵폐기장의 건설은 극도로 위험한 핵시설을 하나 더 늘리는 것이면서, 또한 극도로 위험한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핵폐기장을 지어서는 안 된다.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자체보관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길이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이번의 논란에서 우리는 '참여정부의 반민주성'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이미 분명히 드러났듯이 산업자원부는 위도 주민들을 속였고, 나아가 극소수의 '식핵' 진영을 뺀 대다수 국민들을 속였다. 핵폐기장이 '절대적 위험시설'이라는 점을 구태여 떠올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를 내건 참여정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술을 얻어먹고 청탁을 받은 얼치기 비서관도 문제지만, 참여정부를 반민주적 정부로 만들어버린 산업자원부 장관은 더욱 더 큰 문제이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부안 군민들의 반대가 정당한 것이었다는 것과 경찰이 그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안은 졸지에 10년, 아니 거의 2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민중을 때리는 지팡이'로서 한국 경찰의 능력이 다시금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정말 이 정부가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를 내걸고 있는 것이 맞는가? 우리는 정말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째, 무엇보다 큰 문제는 참여정부에서도 박정희 시대의 에너지정책과 제도가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발전정책은 박정희 식의 자연파괴형 고도성장에나 걸맞는 것이다. 이것은 흔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식으로 설명되는 '국가주의적 공공성'의 논리를 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대'이고, 무엇이 '소'인가? 그 기준은 무엇이고, 또한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왜 늘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만이 '희생양'이 되는가? 이번의 사태에서도 확실히 드러났듯이 산업자원부나 경찰만이 국민을 속이고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 핵발전을 직접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회사를 비롯해서 여러 회사와 기관과 전문가들이 그렇게 했다. 그들에게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핵정책의 진정한 민주화, 그리고 발전정책의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에너지정책과 제도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채로 선진국에 이를 수 있는 길은 없다.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선진국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물리적 공간과 사회적 제도에 이르는 모든 것을 그렇게 고쳐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핵발전 중심의 발전정책이야말로 개혁대상 중의 개혁대상이며, 이 정책을 통해 거대공룡이 되어 버린 관련 기구들이야말로 개혁대상 중의 개혁대상이다. 참여정부가 정말로 참여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이 사실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의 에너지정책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참여정부의 바탕은 언제까지고 반민주적일 것이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3/08/06 09:38 2003/08/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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