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엔의 한국살이>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칼럼과 기고 :
2003/08/07 14:08
트린 앙 치엔(Trinh Anh Chien) 베트남출신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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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갑자기 회사에 일이 많아져서 휴가가 없어져 일을 해야겠다며 제주도 여행을 포기한불쌍한 "현대판 노예들"! 산업연수생인 친구들은 그렇게 제주도의 꿈을 포기하고 많아진 일을 묵묵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조금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비행기를 타고 1시간만에 제주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첫인상부터 아주 좋았다. 이 섬에서 푸른빛의 만물들이 모여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시 거리의 조상과 저마다 자유스러운 몸짓과 각각의 건물마다 가지고 있는 디자인은 참 독특했다. 푸른빛의 바다와 푸른빛 사람들의 얼굴. 편안하고 만족함을 느꼈다.
여행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제주시를 구경할 때 토니를 만났다. 그는 캐나다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동남아시아 등 몇 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보다 2살이 아래였는데 성격이 무척 쾌활하고 적극적이며 베트남 말도 곧 잘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 베트남인 친구들에게 배웠다며 지금은 거의 잊어 버렸다며 나와 함께 구경하는 동안 자꾸 나에게 베트남어를 물어왔다. 그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나는 자세히 설명해 주었고 토니도 내가 궁굼해 하는 캐나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녁을 먹고 신제주에 있는 호프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고 한참을 놀다가 그 친구와 작별을 했다.
제주도는 한국 같지가 않다. 관광지라서 특유의 친절함이 사람들 속에 베인 것도 그렇고, 어쨌든 나는 이런 독특한 문화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사람들은 길을 묻는 나에게 어디에서 왔느냐? 어디로 가느냐? 한참을 물어보더니 나에게 길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베트남인인 나에게 많은 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한국사람들과도 많이 사귀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제주도는 여러 가지 풍경과 복잡한 지형의 변화를 갖추고 있어서 더욱더 아름답고 농민들이 밭을 갈아 무엇인가를 심어서 잘 자라게 되어있다. 환경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에 살았음 좋겠다는 생각. 참 이 섬은 내 성격대로 편안하고 조용하여 내게 탁 맞는 곳이었다.
마지막 날은 중문에서 아침에 일찍 잠자리에서 나와 안개 낀 바다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홀로 바닷가에 걸어갔다. 주변에 몇몇 가족들이 즐겁게 노는걸 보며 좀 부러웠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 정말 즐거웠다. 완벽한 여행이었지만 한가지, 마지막날 한낮에 너무 더워서 중문폭포로 아무 생각없이 뛰어들었다. 주머니 속에 있던 카메라와 전자 수첩을 걱정한 것은 물 속에서 한참을 수영하고 놀고 나온 후였다. 에고! 카메라는 친구에게 빌여 온건데...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고용허가제와 연수제도를 병행실시 하겠다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정리했다. 같은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을 하기는 마찬가지인데 누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노동자로 인정받고 누구는 연수생으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로 말도 안 된다. 2003년 3월 31일까지 3년 미만인 친구들에게는 2년 비자를 주고 3-4년 미만은 귀국을 했다가 재입국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4년 이상인 친구들에게는 아무런 약속이 없어서 답답하였다.
그럼에도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온 우리 친구들이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투쟁하여 왔기 때문에 그 나마라도 얻은 결과라고 믿자.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여름의 남쪽 바다는 무한대로 넓었다. 수평선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다 앞에서 실감하는 넓이는 과거보다는 밝은 미래를 느끼게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좀더 많은 것을 배우고 좀더 깊이 생각할 기회가 생긴 것이 큰 보람이었다. 때로 우리를 속이려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대다수 사람들의 친절 속에 아주 조그만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을 한국에서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베트남에 가야되더 라도 나쁜 추억과 상처를 다 잊어 버리고 좋은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을 간직할 수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유명한 제주도에게 가봤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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