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유진의 女언유골> 불황 때 피해보는 이들
칼럼과 기고 :
2003/08/09 15:35
이김유진 격주간 '한겨레 스카이라이프' 기자 ujin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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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통계청은 매년 증명해왔습니다. (2000년 18.5% → 2003년 19.1%)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합니다. 남성가구주의 빈곤율이 95년 11.4%에서 98년 17.8%로 늘어난 반면,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31.8%에서 39.6%로 늘어났습니다. (한국여성개발원)
여성이 가구주가 되면, 생활은 더 궁핍해집니다. 2002년, 전체 남성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63.9%에 그칩니다. 2001년보다 떨어진 비율입니다.
이혼가구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구 1천명당 이혼은 3건으로, 95년의 두배입니다.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해 경제문제 때문에 이혼한 사람은 10년만에 19배나 늘었습니다. (올 7월말 통계청)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에 비해 5.1배나 증가했습니다.
아이가 있는 모자가정의 경우는 좀더 심각해집니다. 아시다시피, 이혼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전업주부로 살았던 여성의 경우, 별다른 기술이나 경력이 없기 때문에 주로 생활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등으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그나마 ‘배운 여성’들 위주입니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은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유흥가로 눈길을 돌리기 십상입니다. IMF 시절 나타난 ‘박카스 아줌마’ ‘노래방 아줌마’ 등이 다시 양산되고 있습니다.
운 좋게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 이들은 언제나 고용불안에 시달립니다. 생활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이혼녀들이 할 수 있는 ‘만만한’ 일들은 모조리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 고용형태에 따른 고용불안은 해체가족의 51%를 차지한다는 모자가정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을 올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자가정은 월 102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립니다. 부자가정 124만원, 일반가정 171만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죠.
통계만 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남편의 불화를 견디고 살며, 대통령의 공약 따위는 잊고 지내야 합니다. 빈곤여성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이 사회에서, 지옥같은 생활을 견디고 살아야만 ‘비정한 어미’란 비난이나마 면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타살이 만연한 이곳에서, 모든 잘못을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는 이 사회에서, 목숨을 부지해야만 그나마 살아남은 자로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겁니다. 답답하지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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