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rayhope@collian.net


청계천 복원사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03년 6월 말에 {청계천 복원 기본설계}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그 내용을 7월 15일에 서울시가 급조한 한 자문위원회에 참석해서 듣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것은 '청계천 파괴 기본설계'였다.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가 처음부터 일관되게 강조해 온 원칙과 내용은 완전히 묵살되었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청계천의 파괴로 치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야욕 때문이다. 지난 주에 그는 벌써부터 대통령 선거에 나설 뜻을 비치기도 했거니와, 이런 셈속 때문에 '청계천 복원사업'은 바야흐로 '청계천 파괴사업'으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의 현 임기 내에는 철거만 제대로 마무리되어도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다. 사실 철거도 600년 역사유적인 청계천의 시굴 및 발굴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이런 사정을 모두 무시하고 '청계천 복원사업'을 그저 커다란 토목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청계천복원추진본부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지난 10개월을 돌이켜 보면, 역사문화분과의 의견을 무시한 직접적인 주체는 결국 청계천복원추진본부였다. 양윤재 본부장이 역사문화분과의 정당한 의견을 묵살하고 '청계천 파괴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이다. 마침 {신동아} 2003년 7월호에는 개발주의자로서 그의 이력과 비리문제를 따지는 기사가 실렸다. 엉터리 {기본설계}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지만, {신동아}가 밝힌 그의 전력으로 보더라도, 양윤재 본부장은 600년 역사유적 청계천의 복원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인 것 같다. 청계천은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다. 그런 만큼 청계천 복원은 역사복원 전문가가 맡아야 한다.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재구성되어야 한다.

지금 청계천은 다시 한번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명박 시장이 막 청계천의 멱을 따려는 참이다. 그가 이렇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그가 청계천을 멋대로 다루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역사문화분과'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이것은 청계천을 되살려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와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이다. 지난 7월 20일에 발표된 '역사문화분과'의 성명서 내용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청계천 복원사업은 '역사 복원사업'이다!

- 기본설계는 완전히 다시 작성되어야 한다 -

2003년 7월 15일 오후에 서울시는 광교 및 수표교의 복원에 관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을 비롯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에서는 김영주 위원장, 김봉렬 교수, 홍성태 교수의 세 사람이 참석했다. 이 회의는 최근에 마무리된 1공구 기본설계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보고의 내용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회의의 좌장으로 호선된 문화재 전문가 김동현 선생은 '청계천을 복원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청계천을 만들려는 것이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이 회의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교 및 수표교의 복원에 관해서는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의 역사문화분과가 심의의 책임을 지고 있다. 역사문화분과는 줄곧 '원형 원위치 복원'을 강조해 왔다. 이것은 역사유적 복원의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교통과 수리의 문제를 들어 이런 원칙에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전문가들을 불러서 역사문화분과의 요구가 지나친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시의 의도는 김동현 선생의 지적과 함께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오히려 이 자리는 서울시가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방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설계에서 분명하게 확인된 사실은 서울시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추진본부)가 '청계천 복원'을 내걸고 또 다른 '청계천 복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본부는 종묘, 고궁, 도성과 함께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인 청계천을 복원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려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추진본부의 진정한 관심사는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한 도심 낙후지역의 대대적인 재개발이고, 그 일환으로서 청계천의 역사를 없애는 '청계천 공원'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공원조차 조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2km밖에 안 되는 짧은 구간을 10개의 주제로 나눠 놓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건축공학 교수는 학부생조차 이런 식으로 설계하지는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역사문화분과의 위원들은 역사문화분과에서 처음

부터 계속 강조해 온 원칙들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문화분과가 처음부터 우려했던 일이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사업을 새로운 '개발사업'으로 이끌고 갈 가능성에 대해 계속 우려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기본설계는 이런 우려를 사실로 확인해 주었다. 서울시는 대대적인 개발을 위해 '청계천 복원'을 추진했고, 그 명분으로 서울의 자연과 역사를 되살린다는 것을 내세웠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역사문화분과를 구성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문화분과에 부여된 임무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새로운 '청계천 복개'를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광교 및 수표교에 대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를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두 다리는 '청계천 복원'의 가장 중요한 상징물이다. 따라서 두 다리를 복원하지 않는다면, '청계천 복원'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명박 시장은 두 다리를 원래대로 복원하겠다고 공언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두 다리를 올바로 복원하지 않는다면, '청계천 복원'의 의미가 퇴색하는 동시에 이명박 시장에 대한 불신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서울시로서는 어떻게든 역사문화분과의 '승인'이라는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울시는 새로운 '청계천 복개'에 대해 쏟아질 모든 비난과 비판의 화살을 역사문화분과에게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역사문화분과를 서울시가 추진하는 엉터리 '청계천 복원'의 든든한 방패막이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역사문화분과는 서울시의 엉터리 '청계천 복원'을 정당화해 주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청계천은 600년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이며, 따라서 '청계천 복원'은 무엇보다 '역사 복원사업'이어야 한다. 역사문화분과의 임무는 이러한 '역사 복원사업'을 올바로 추진하는 것이며, 모든 위원들은 깊은 역사적 사명감에서 이 분과에 참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역사문화분과는 서울시의 엉터리 '청계천 복원'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역사문화분과는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추진본부장에게 다음의 두가지 사항을 요구한다.

- 청계천 복원사업은 역사 복원사업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의 기본설계를 보면, 서울시가 이런 원칙을 조금도 모르고 있거나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번의 기본설계는 '청계천 복원'을 빙자한 '청계천 파괴'일 뿐이다. 하천단면, 둔치, 석축, 다리, 주변 경관의 모든 것을 역사 복원의 원칙에 입각해서 설계해야 한다. 기본설계부터 완전히 다시 작성하라.

- 우리는 처음부터 이런 원칙을 계속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기본설계에서 잘 드러났듯이 이런 원칙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 설계사에서는 이런 원칙에 대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해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는가? 역사문화분과 회의에 참석하는 공무원들이 전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이명박 시장이나 양윤재 추진본부장이 우리의 원칙을 완전히 묵살했기 때문인가? 이 경위를 소상히 밝히라.

우리는 역사 복원사업의 원칙이 제대로 반영된 기본설계가 아닌 어떤 기본설계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추진본부장이 우리를 방패막이로 악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시민과 함께 우리에게 부여된 모든 법적 권한을 이용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엉터리 '청계천 복원'을 막을 것이다.

2003년 7월 20일

청계천복원 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


'역사문화분과'의 이러한 깊은 우려에 대해 서울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교통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만 희희낙낙하면서 이명박-양윤재의 '개발체제' 혹은 '파괴체제'는 조잡한 청계천 공원 만들기를 밀어붙이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6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청계천 일대를 강북의 테헤란로 식으로 재개발하려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그저 당연한 일일 뿐이다. 시민의 힘으로 이명박-양윤재의 '개발체제' 혹은 '파괴체제'를 막고 600년 역사유적 청계천을 되살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서울은 600년 왕도의 면모를 되찾고, 역사와 문화와 자연이 살아 있는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003/08/14 13:50 2003/08/1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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