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김유진 격주간 '한겨레 스카이라이프' 편집장 ujinlee@hanmail.net


‘100만 볼트의 자극…’ ‘오빠 나야~.’ ‘긴급 입수, X양 동영상.’ ‘당신의 몰카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포르노 스팸메일은 이제 제목만으로도 ‘예술적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사회적인 이슈를 포착하는 ‘감각’ 또한 언론의 그것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오늘 아침에 받은 포르노스팸메일 제목은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북한 미녀응원단 누드가 벌써…’

발신자는 확신범입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응원차 대구에 온 북한여성을 두고 그는 이미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남한 남성들에게, 북한 여성을 보고 흥분하라며 부추깁니다. 천박한 자본주의적 형질이 슬슬 몸을 일으킵니다. 그뿐 아닙니다. 한 네티즌의 이런 글은 어떻습니까.

“꽃을 보냈는데 아름다우면 아름답다고 칭찬해주고 감탄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중략) 눈으로나마 마음껏 즐감하시기를! 미녀응원단!!”

지난해 10월. 부산아시아게임 당시 만경봉호를 타고 온 북한응원단에 대한 세간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체로 ‘미녀군단’ ‘남남북녀’ ‘자연산 미인’이라는 데 머물렀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가 가진 성형수술에 대한 반발과 자연미인에 대한 희구는 알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자연산’이라뇨. 그들이 무슨 우럭, 광어입니까. 북한응원단이 이 얘기를 들을까 걱정까지 됩니다.

어느 때보다 한반도 평화정착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인공기 소각논란을 거쳐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 도착한 북한응원단은 일종의 ‘민간사절’로 남북화해무드를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반갑고 어여쁘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거기까지일까요. 최근 듣게 된 한 남성의 고백은 우리 사회가 북한 여성을 보는 시선에 대한 ‘진심’에 대한 의구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70년대 운동권 선배들과 함께 산동에 갔을 때였다. 북한식당에 들렀는데 식당에서 음식을 날라주는 아가씨가 정말 예쁘고 단아했다. 선배들이 북한 아가씨의 손을 부여잡고 반갑다고 어루만지고, 어깨를 두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곤 부끄럽기까지 했다. 과연 그들이 한 민족이어서, 반가워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북 민간교류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말은, ‘남자는 남쪽이 인물이 낫고, 여자는 북쪽이 아름답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 근원을 알 수 없는 고정관념은 외모를 높이사는 시선을 강화하하며 남북을 불문한 한반도 모든 여성에게 적용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포르노스팸메일의 제목 역시 한 예입니다. 남한 사회가 북한 여성들을 벌써부터 ‘볼거리’로 전락시키고 대상화한다는 것, 이것은 통일에 대한 염원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북녀신드롬’의 재연은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 남성중심주의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배태합니다.

물론 단지 거기에 머물지만은 않을 겁니다. 멀리서 온 동포에 대한 반가움, 따뜻한 정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 통일에 대한 염원 등 사회가 ‘합의’한 대의명분에 대한 신념도 분명 자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순수한 마음이 자칫 그들에게 잘못 전달될까 걱정입니다.

“속 보이는 짓이지만 북쪽의 애교 섞인 ‘미인계’를 웃으며 반길 용의가 있다”거나 “미인계는 미모의 여성을 내세워 손쉽게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일반상식화된 병법이다”는 등의 칼럼을 그래서 이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어여쁘고 잘 생긴 사람을 만나 기분좋은 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나가면 ‘오버’입니다.

2003/08/22 18:15 2003/08/22 18:15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920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