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이 된지 14일 이전의 인간세포는 세포덩어리인가 인간개체인가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생명공학 :
2000/06/29 00:00
인간배아복제 '14일論' 집중토론회
생명공학, 과연 장밋빛 미래일 뿐일까?
지난 26일, 사람의 DNA 염기서열의 위치를 해독하는 인간지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완성이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전세계의 신문과 TV는 한결같이 지놈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질병을 극복하고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게 되었다고 흥분하였다.
복제양 둘리 이후, 이미 생명공학은 21세기를 혁신적으로 바꾸어놓을 과학기술이라는 전망은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그에 대한 연구와 기술의 발전은 날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장밋빛 미래로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생명공학에 대한 기대는 새로운 위험의 출현, 생명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을 동시에 수반하고 있다.
6월 29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강당에서는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주최로 생명공학과 관련된 가장 뜨거운 쟁점중의 하나인 소위 '14일론'에 대한 집중토론회가 개최되었다. 14일론이란 수정란이 된 이후 14일까지는 척추가 될 원시선척추가 될 원시선(primitive streak)이라는 것이 출현하기 이전이기 때문에 인간개체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세포덩어리이기 때문에 복제실험 및 그 산물에 대한 연구에 대하서는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14일론 찬성 - 14일 이후에야 인체의 근본이 되는 척추가 형성된다
첫 번째로 '14일론'에대한 찬성쪽의 입장으로 마리아불임클리닉의 박세필 박사(생명공학)이 발제하였다. 박세필 박사는 현재 의료계를 중심으로 14일 미만의 배아실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개진되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의학자들은 14일 이후에야 비로소 인체의 근본이 되는 척추가 형성되며 각종 신체기관이 형성되므로 14일미만의 배아를 인간개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현재 난치병에 대한 연구는 사람간의 동종이식과 사람·동물간의 이종이식으로 행해지는 장기이식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는 장기부족, 밀매, 생체거부반응 등 갖가지 문제가 있는 반면 210여가지의 장기로 분화하는 배아간세포를 이용하면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환자로부터 떼어낸 체세포로부터 핵을 분리한 다음 이를 핵이 제거된 수핵난자에 이식하면 환자자신의 고유한 유전정보를 가진 배아를 만들어 낼수 있으며 이를 배양하면 배아간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 배아간세포는 자기자신을 복제할 능력을 가지며, 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특수한 조건하에서 처리하면 우리몸 각각의 장기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시세포이기 때문에 이것은 장기 및 세포이식에서 가장 큰문제로 대두되는 대체장기나 세포이식의 제한적 공급, 면역거부반응을 일시에 제거할 수 있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14일론 반대 - 접합체, 배아, 태아, 성인은 모두 개체상 동일한 존재이다
이어서 14일론에 대한 반대입장으로 성균관대 철학과의 임종식 박사(생명의료윤리학)의 발제가 이어졌다. 임종석 박사는 막대한 효용가치를 지닌 배아 연구가 윤리적 쟁점이 되는 이유는 연구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되고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배아실험을 반대하는 논거로 동일성 입론을 제시하였다.
동일성 입론은 접합체(수정란)은 그로부터 성장하게 될 배아, 태아, 성인과 개체상 동일한 존재이므로, 배아연구는 접합체 시점부터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지금의 나와 나로 성장한 접합체는 유전적인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동일한 유전자 코드를 갖고 있으므로), 개체상 동일한 존재라는 입장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파하였다.
14일론에 대한 법률적 문제점
- 인간의 존엄과 가치, 인간의 자유로운 발현권, 생명·신체의 불가침성, 학문의 자유, 혼인과 가족생활의 문제
세 번째로 한양되학교 법과대학 정규원 교수가 '14일론에 대한 법률적 검토'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인간복제 내지는 유전자 복제와 관련된 법적 문제점은 첫째, 헌법제10조에 명시된, 인간 그 자체가 목적으로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둘째, 개인의 개성을 전제로 하는 바, 개인의 일회성과 개별성을 그 내용으로하는 인간의 자유로운 발현권 셋째, 생명권을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는 생명·신체의 불가침성 넷째, 연구대상의 선택, 연구형태, 연구방법, 연구내용, 연구시기, 연구장소 등에 대해 국가권력이나 그밖의 사회세력이 간섭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학문의 자유 다섯째, 유전자복제로 인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문제를 들었다.
정규원 교수는 또한 새로운 전문분야에 대한 법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윤리적 논의와 혼재되어 나타나는데, 법적 논의는 윤리적 논의와 그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 인간배아복제의 경우에도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하면서 현행 법체계로는 민사법적 수단에 의한 불법행위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영역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남겨두기에는 연구의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또하나의 문제는 어느 시리로부터 인간이 시작된다고 볼 것인가의 문제라고 하면서, 소위 '14일론'은 원시선을 기준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과연 원시선의 출현이 인간 생명의 징표인지는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행정법적 수단에 의한 규제를 해야할 경우 어느 시점까지 연구를 허용할 것인지는 다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유보하였다.
인간의 삶의 근본을 흔들 생명공학의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앞으로 생명공학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쟁점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쟁점은 단순히 도덕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 존재의 근본적인 부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 가운데 가장 첨예한 쟁점중의 하나인 '14일론'이 어떻게 판가름 지어질지가 매우 주목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어쨌든 결국 그 모든 결과가 결국 모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칠 이러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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