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참여연대』는 매주 수요일,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수요논객>이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춘 글이라면 주제와 자격의 제한 없이 소개할 것입니다. 논객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성함과 신분, 연락처를 명기해 desk@pspd.org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수요논객으로는 언론노조 조준상 정책국장이 송두율 교수 사건에 대한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매카시즘적인 접근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조준상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cjsang21@hanmail.net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이른바 '송두율 사건'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의 간첩 연루설을 유포하고 기획입국설을 퍼뜨리고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받아쓰는 모습에 대해 '매카시즘'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 여간 못 마땅한 게 아니다. 그런 비판은 "매카시즘이 뭔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란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간첩 사건"이고 그런 비판을 하려면 '송두율이 간첩이 아니라는 증거를 대라'는 식이다. 조중동의 보도태도에서 느껴지는 것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니, 언론의 평상심을 잃는 일도 발생한다. <조선일보> 10월 3일치 시론에는 '송두율 당장 구속하라'는 서울지검 조사부의 이영규 부부장검사의 글이 실렸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히 다른 검사가 왈가왈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은 주임검사의 소신만 믿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게 이영규 부부장검사가 이 글을 쓴 이유란다. 송두율 사건은 "당연 구속사안임은 물론, 국내 연계세력에 대한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고까지 역설한다.

이 부부장검사가 글을 스스로 보내왔는지, <조선일보>가 글을 청탁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배경이야 어떻든, 동료 검사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꽤 높은 직위에 있는 동료 검사가 '너를 믿을 수 없으니' 언론에다 대고 '밤 놔라 배추 놔라' 하는 꼴이다. 구속을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조선일보>의 눈물겨운 '우국지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송 교수 문제는 조중동의 보도처럼 온 나라를 뒤집을 만큼 '경천동지'할 사건도 아니다. 오히려 나라의 중대사로만 따지면, 이라크 파병이나 부동산 값 문제 등이 더 엄청난 문제다. 이들 문제야말로 조중동이 송 교수 사건에 대해 지면에서 누차 강조하는 것처럼, '나라를 결딴낼 수 있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 있는 중대사에 해당한다. 과연 그걸 이들 신문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가?

<조선일보> 10월 8일치 사설 '정부조사단이 파병 논란 더 키워서야'라는 사설을 보자. 이라크 파병의 득실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라크 전투명 파병 문제는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테러방지법'이라는 법률의 제정으로까지 이어질 엄청난 사안이다. 이른바 반세기가 넘은 '북한의 위협'에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법률이 이라크 파병에 따른 위협으로 인해 만들어질 판이라는 얘기다.

그런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한국군의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모술 지역에 대한 9박10일의 조사기간 중에서 이 지역에 대한 직접조사는 단 45분에 불과했다는 '부실조사' 의혹은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해명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사설은 이 부실조사 의혹을 "볼썽사납다"고 교묘히 오도한다.

"결론부터 말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본말이 바뀐 것이다. 이라크에 조사단을 보낸 이유는, 현지 상황을 우리의 눈과 귀로 직접 파악함으로써 파병 문제라는 중대한 국가적 결정에 필요한 객관적 자료와 기준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사단이 내놓는 보고서와 거기에 담긴 의견은 '참고자료'일 뿐, 파병 문제에 대한 최종 판결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논란은 마치 조사단의 활동과 보고서를 무슨 절대적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고 있다."

도대체 누가 조사단의 활동과 보고서를 "무슨 절대적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고 있다"는 것인가. 문제는 조사단의 활동과 보고서가 아무리 참고자료라고 하더라도 부실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부실한 조사는 이라크 파병을 기정사실로 만들려고 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설은 '조사단이 되레 국론을 분열시킨 꼴이 됐다'고 호도한다. 부실조사에 대한 책임 문제는 흔적도 사라진 것이다.

송 교수 사건에 대한 조중동의 '우익 포퓰리즘'적인 보도태도는 송 교수의 잦은 '말 바꾸기'로 인해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그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밝혀내고, 밝혀진 사실에 따라 남북관계와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고 처리하면 되는 문제이다.' <조선일보>가 10월8일치 사설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 정부가 한·미 동맹 관계와 국제정세·국내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간첩 연루설'이니 '기획 입국설'이니 '국내 연계세력'이니 하는 무책임한 폭로는 그 자체가 매카시즘이며, 우익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수구세력이 애용하는 '포퓰리즘'이란 비판의 잣대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에게 향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조준상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2003/10/08 14:00 2003/10/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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