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窓> 아∼ 민방위교육
칼럼과 기고/홍성태칼럼 :
2003/10/08 23:06

민방위는 박정희의 유신통치가 한창이던 1975년 9월에 만들어졌다. 박정희 정권이 내건 직접적 배경은 월남의 공산화였다. '북괴'가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월남이 공산화되었다. 그러니 '북괴'의 남침야욕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더욱이 '북괴'는 노동적위대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이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군사제도가 필요하다. 박정희 정권은 이런 식의 단순논리로 민방위 제도를 만들었다.
그 내용은 우선 남자들의 군역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멀쩡한 남자들은 누구나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 데, 박정희 정권은 1968년에 '1.21사태'를 계기로 예비군을 만들어서 군역을 크게 늘렸고, 1975년에 월남의 공산화를 빌미로 군역을 다시 크게 늘린 것이다. 이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멀쩡한 남자들은 이렇게 해서 군대 3년, 예비군 8년, 민방위 4년의 군역을 치루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멀쩡한 남자들은 군역을 치루며 청년기를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년의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박정희의 군사통치는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을 군사화했다.
민방위제도는 냉전과 군사독재의 산물이다. 그것은 '북괴'의 침략에 대비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의 머릿속에 전시상황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그 결과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에 감히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점은 민방위제도 자체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
보통 민방위교육은 두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민방위본부에서 준비한 자료나 강사를 이용해서 '정신교육'을 한다. 그 내용은 북한은 여전히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았으니 절대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따라서 남한의 순진한 '좌파'들은 하루빨리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으로 줄일 수 있다. 요컨대 민방위본부는 북한을 지금도 '북괴'로, '붉은 악마'로 보고 있다. 냉전이 끝난지 어느덧 10년이 넘었고, 남북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지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건만, 민방위본부는 지금도 붉은 안경을 쓰고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정신교육' 시간에는 80-90%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젖히고 존다. 나머지 10-20%의 사람들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를 하거나 신문을 보거나 한다. 아무도 '정신교육'을 받지 않는다.
둘째, 응급조치를 중심으로 한 '재난대비교육'을 한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재난을 입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교육은 나름대로 실용적인 의미가 있는 교육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정신교육' 때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주의해서 이 교육에 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야 20-30% 정도의 사람들이 교육을 받는 정도이지만, 아무튼 아무도 듣지 않는 '정신교육'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재난대비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이 실용적인 교육도 사실상 시간 때우기 식으로 행해져서 정말 실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100명,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는 강사가 마네킹을 이용해서 인공호흡법을 가르치는 식이다. 나와서 실습하는 사람은 일찍 보내준다고 대놓고 꼬드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엉터리 '재난대비교육'이다.
지금의 민방위교육은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반감을 키울 뿐이다. 솔직히 이보다 한심한 제도는 없을 것 같다. 이만큼 한심한 제도로는 예비군훈련을 들 수 있을 뿐이다. '정신교육'도, '재난대비교육'도 너무나 엉터리다. 경제적으로 보더라도 민방위교육은 엄청난 자원낭비에 속한다. 대한민국의 그 수많은 멀쩡한 남자들이 4년에 걸쳐 일년에 두번씩 민방위교육장이라는 곳에 가서 하릴없이 졸거나 잡담을 나누다 와야 한다.
지금의 민방위교육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다. 전면적으로 개혁해서 실질적인 '생활 민방위교육'으로 바꾸거나, 그럴 수 없다면 아예 폐지해야 마땅하다. 실질적인 '생활 민방위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냉전의 때부터 말끔하게 씻어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노골적으로 '햇볕정책'을 비난하는 반북냉전주의자가 민방위본부의 전문강사라며 '정신교육'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가 맞을 수 있는 가장 큰 재난에 대비하는 교육과 훈련이다. 다름 아니라 핵발전소의 대형사고에 대비한 대피훈련이 필요하다. 이토록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에서 이토록 한심한 민방위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의 민방위본부가 이런 재난에 대비하는 업무를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민방위본부의 폐지가 아니더라도 발본적 재구성은 불가피하다. 냉전의 덫에서 벗어나 정상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한 각종 재난에 대비한 체계를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 말 그대로 국가적 차원에서 민방위제도를 재검토할 때가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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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생활하기에도 지치고 바쁜데 일년에 두번씩이나
한창 일할 젊은이들을 불러놓고 고작 한다는 교육이
홍성태교수님 말씀처럼 냉전식사고 주입에,쓰잘데없는 재난교육
한심한 tv방송(좋은나라운동본부)감상등 입니다.
도대체 그런 한심한 교육을 밑도 끝도없이 왜 받아야하는지
분통이 터질뿐입니다.
또 웃기는것이 사지멀쩡한데도 각종 이유로
군면제를 받은 사람들은 예비군이나 민방위도
제대로 안받는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민방위는 실생활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며
국민들의 대북 사고방식에도 어떠한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이런 코메디같은 제도는 국가보안법과함께 하루빨리
폐지하는것이 옳습니다!
제발 바쁜 사람들 더 피곤하게 하지말고 없애도록
서명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