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인세율 인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칼럼과 기고 :
2003/10/09 21:07

하지만 법인세율 인하같은 정책을 충분한 고려없이 정치적으로 선심성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처리하면 조세원칙만 무너지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법인세율 인하를 위한 법인세법 개정안 제출이유에 대해 '최근 국내기업의 투자가 부진하고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도 대폭 감소하고 있으므로 세율을 인하해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 성장 잠재력 확충을 통한 경제 체질을 강화하며 외국인 투자환경 개선으로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 및 경기 활성화를 이루고자'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법인세율 인하로써 이같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경기부양과 투자유인의 효과문제와 재정 안정성 및 조세 형평성의 문제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경기부양 효과의 문제이다. 이번 법인세율 인하안의 주된 목적은 투자 확대와 경기 활성화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주장의 논거는 세율을 인하하면 그만큼 순소득이 증가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주로 전 세계적 경기침체 하에서 인위적인 소비경기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소비 활성화로 대표되는 극약처방의 부작용과 국내·외 불확실한 경기전망에 따른 투자 위축과 소비 위축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는 물론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마저도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하며, 감세를 정책수단으로 채택할 경우에도 법인세율보다는 소비세율을 인하하거나 투자에 대한 조세지원이 훨씬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조급한 경제상황에는 효과가 없고, 장기적인 경우 재정에만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경기부양 효과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맞지 않는 것이고 단지 있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노리는 심리적 착각효과뿐이다.
다음으로 국가간 조세경쟁력 문제이다. 정부가 밝혔듯이 투자유치와 기업경쟁에서 조세가 고려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일 수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예외없이 외국인 투자에 대하여는 거의 10여년간 법인세 등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투자결정에 있어 국내 법인에 적용되는 일반 법인세율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유치 대상자들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 및 신뢰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최고의 투자기준으로 꼽고있다는 사실은 법인세율 인하에만 집착하는 정책 결정자와 정치인들이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세율만 놓고 봐도 OECD국가는 우리보다도 훨씬 높은 세율체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실질적인 경쟁국도 30%의 법인세율이며, 다만 홍콩과 싱가포르 등 대규모 생산기지를 둘 수 없는 도시국가는 중계무역을 장려하기 위해 20%대의 낮은 세율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재정문제이다. 전문가들은 1%의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약 7천8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이나 법인세 인하론을 폈던 정부당국도 법인세 인하시의 세수결손분에 대한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못하고 있다. 당초 재경부는 국제경쟁력 확보와 투자촉진을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감소되는 세수를 법인세 비과세 및 감면혜택을 축소해 보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는데, 이 경우 기업의 전체 세부담은 줄어들지 않게 돼 그들이 주장하는 감세효과가 상쇄되는 자가당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올연말 임시투자세액공제 5%인상, 중소기업 최저한 세율 2% 인하,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최저한세율 적용 배제 등 투자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감면책의 도입이 불가피해지고, 감면일몰제도의 시한 연장이 불가피해진 현실에서 세수결손분에 대한 대안은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형평성의 문제이다. 실제로 2001년 법인세율을 1% 인하한 결과 총 7천500억원의 세수감소분 중 5천500억원이 상위 0.3%의 몇몇 대기업에게 돌아가 대기업에게만 이익을 주는 정책임이 분명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1억원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기업은 전체 법인의 약 10%미만이고 나머지는 1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마저도 각종 비과세·감면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12%(2003년이후 10%로 인하 예정)의 최저한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법인세율 인하의 최대 수혜자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이며, 다른 감면제도보다도 정치인을 통해 법인세율 인하를 고집하고 있는 이들에게 수십억, 수백억원의 국민혈세를 교부금으로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 이 글은 한국세정신문에 10월 6일자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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