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참여연대』는 매주 수요일, 사회적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수요논객>이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참여연대의 입장과 다르더라도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춘 글이라면 주제와 자격의 제한 없이 소개할 것입니다. 논객으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성함과 신분, 연락처를 명기해 desk@pspd.org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번 주 수요논객으로는 정치칼럼사이트 <시대소리>의 장신기님이 '한나라당의 퇴행적 정치 행태를 비판한다'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한나라당은 현재 원내 제 1당이자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정당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의 분당으로 인하여 여권이 분열됨으로 해서 의회 내에서의 한나라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리고 작년 지방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 해서 한나라당은 정권을 잡지 못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으로 인해서 ‘노풍’으로 응집된 개혁 역량이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며 이는 한나라당에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었음에도 한나라당에 대한 낮은 국민적 지지율에서 증명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자업자득이다. 한나라당은 몸집만 클 뿐 그에 부합하는 큰 정치를 하지 못한 채 과거회귀적인 정치 행태로 일관했으며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하고 지속시켰을 따름이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대선 재검표를 요구했으며 대북 송금 특검법을 통과시켰으며 노무현 정권의 일련의 인사에 대해서 색깔론을 제기하면서 한나라당의 극우적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본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하면서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하는 등 한나라당은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반대가 당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대안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해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치적 행태는 지금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는 등 청와대의 날카로운 대립을 지속하면서 정치적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송두율 교수 문제를 두고 매카시즘적인 공세를 무차별하게 전개하는 등 한나라당의 극우적 본성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3일 언론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핵심 세력이 정부 내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대한민국 국기가 위험한 수준까지 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박 진(朴 振) 대변인은 개천절 논평에서 "지금의 집권세력은 `개혁'을 구실로 이념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국법질서와 국체마저 부정하는 언동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과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등 현 집권세력에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한나라당의 모습에는 미래가 없다. 한나라당은 9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지금까지 정치적 불안정을 조장하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낡은 정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무현 정권의 약화라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편승하여서 한나라당의 퇴행적 정치 행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수구 언론의 외곽 지원까지 합세해서 보수 - 극우적 헤게모니의 정치적 영향력은 견고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만은 가중되고 고조되면서 정치 허무주의가 발생하게 된다.

한나라당, 즉 한국의 극우 세력들은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하면서 정치와 국민들 사이의 거리감을 발생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극우 세력들은 국민을 향한 덧셈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뺄셈 정치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비젼을 가지지 못한 그들의 정치적 한계로 인하여 발생한 현상이다.

정치적 논쟁은 미래 지향적 발전에 대한 관점과 방법에 대한 차이에서 발생할 경우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치적 담론에 비젼이 담겨 있어야 그 비젼의 성격에 대한 논의 그리고 그에 따른 대안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다른 한 쪽이 정치적 비젼 제시 능력을 상실한 퇴행적 사고를 하고 있을 경우에는 자신들의 퇴행적 성격을 감추기 위해서 모든 변화에 대한 논의에 대한 부정적 덧씌우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공세는 정략적 관점에서는 유용할 수 있으나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지점은 한정되어 있고 그 속에서 관성적으로 지지하는 세력들의 전통적인 투표 행위에만 기대어서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구 세력들은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정치를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정치가 이렇게 될 경우 사회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에도 수구 세력들은 정치를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시키려고만 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정치가 소모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젼 제시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며 보수 - 극우 세력들의 정치적 결사체인 한나라당은 이와 같은 상황을 조장해왔고 지금도 유지시키려고 한다.

한나라당은 집권 능력과 집권에 대한 비젼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집권을 통해서 정치적 비젼을 구현해보겠다는 진지하면서도 깊은 성찰에 기초한 정치적 행동이 한나라당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한나라당은 오직 퇴행적 정치 행태를 통해서 정치판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조장하는 국민적 뺄셈정치를 통하여 정치인 개개인의 선거 승리에만 혈안이 된 직업 정치인들의 집합소로 전락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 막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나라당에 속한 정치인들이 이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이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건전한 정책 대결의 공간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나라당이 퇴행적인 정치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만 한다.
장신기(시대소리 칼럼니스트)
2003/10/22 13:02 2003/10/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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