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지식의 약탈 : 생명특허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생명공학 :
2000/07/12 00:00
1. 최후의 엔클로저운동·생물해적질
생명공학가들이 가장 혐오하는 '적' 중에 하나로 꼽히는 제레미 리프킨은 생명특허를 '최후의 엔클로저운동'이라고 말한다.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던 영국의 엔클로저 운동은 농민에게서 공동지(共同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고 그들을 추방하면서, 농촌의 공동지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맞추어서 사유화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대단히 폭력적이고 비극적이어서 농촌의 공동체는 해체되고 많은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농사짓고 생활해오던 지역으로부터 쫓겨났다. 이들 중에서 운이 좋은 경우에는 도시에서 임금노동자라도 되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유랑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엔클로저 운동으로 야기된 농촌 주민들의 불만은 무수한 봉기로 폭발하여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제레미 리프킨이 보기에는 이와 같은 엔클로저 운동은 16-17세기 영국에서 발생했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어떠한 예외도 남김없이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관철하면서 사유화하려는 엔클로저 운동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토지를 사유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해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여 바다 한 가운데에 선을 긋고, 하늘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이제는 전파의 주파수대도 사유화되고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소유권이라는 개념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던 자연을 상품화고, 그것의 배타적인 소유권을 통해서 대중들을 배제하고 자연을 파헤치는 엔클로저운동은 급기야는 '생명'의 영역에까지 습격하고 있다. 이 야만적인 습격의 합법적인 이름은 '생명특허'다. 리프킨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화의 수백만년의 유전자 청사진을 사적으로 갖게 되는 지적 재산으로 바꾸려는 국제적인 시도는 500년의 상업주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연세계의 마지막 남은 공유지를 구획짓는다는(closing) 것을 의미한다."
반다나 시바는 생명특허가 허용되는 것을 제2의 콜롬버스가 도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492년 이사벨 여왕과 페르디난트 왕은 자신에게 아무런 권리도 없는, 장차 발견된 땅에 대해서 콜럼버스에게 '발견과 정복'의 특권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증여의 칙서'를 통해서 "아로레스(대서양 중부에 위치한 현 포르투갈령 제도)의 남서쪽 인도 방향으로 100리그 내에서 이미 발견되었거나 앞으로 발견될" 모든 섬과 본토를 가톨릭 군주에게 증여하였다. 이 또한 그 땅에서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동의가 없었다는 것을 물론이거나, 원주민들은 그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한 것이었다. 이 때부터 제3세계 국가들의 비극은 싹텄다. 제1세계 백인들의 착취와 약탈, 파괴와 억압으로 500년을 고통받아왔으며, 그들이 뿌리간 무지, 갈등, 전쟁의 씨앗들로 독립된 이후인 지금에도 끔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반다나 시바에게 보기에는 생명특허는 이와 같은 끔직한 제1세계의 착취와 지배의 현대적인 모습이다. 콜럼버스 시대에서 500년이 흐른 지금, 똑같은 식민화 프로젝트가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통해 훨씬 더 세속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3세계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생물다양성 자원과 그것을 관리·유지하며 그 쓸모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켜온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부정하고, 제1세계의 초국적기업만을 유일한 권리로 인정하며 그들의 착취를 합법화하고 있는 것이 생명특허이다. 제3세계운동은 생명특허를 통한 이 '합법적인' 착취를 '생물해적질(biopiracy)'라고 부르고 있다.
2. 생명특허의 역사
제너럴 일렉트릭스사의 인도 출신의 미생물학자인 아난다 차크라바티가 해양에서 기름을 분해하도록 설곅된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에 대한 특허 청원을 미국 특허국(Patent & Trademark Office; PTO)에 제출하였다. PTO는 처음에는 생명에 특허를 부여할 수 없다고 거부했지만, 계속되는 지리한 법적 공방 속에서 이 특허에 대한 소송은 연방 최고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1980년에 최고 연방법원에서는 5대 4라는 근소한 차이로 차크라비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수의견을 대표하는 수석재판관은 이 미생물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며, 보통의 화학물질과 다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특허국과 함께 이 특허 청원 소송에서 법적 조언자로 활약한 민중경제위원회은 이 미생물에 대한 특허에 대한 최고 연방법원의 인정은, 미생물을 비롯하여, 식물, 동물, 심지어는 인간에게까지도 생명특허를 부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10년동안이나 지속된 이 법정 공방에서 집요하게 생명특허를 주장한 것에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경제적인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이 생명특허에 대한 최고 연방법원에서의 기업측의 승리 직후, 생명공학 기업체인 제넨텍(Genentech)이 주식 시장에 공개되자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고자 눈이 벌개진 자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일 주(株)당 35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의 주식은 최고 89달러까지 치솟아 올랐으며, 장이 끝날 무렵 이 회사는 3천5백만 달러를 벌었으며 그 회사는 5억3천2백만 달러로 평가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아직 단 한 개의 제품만을 시장에 내놓았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경제적 가치가 있어서 투자한다기 보다는 억지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영역에 자본이 뛰어 들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최초의 미생물 특허를 획득한 제너럴 일렉트릭스사는 특허를 획득한 기름을 먹는 미생물이 실제로는 실용화가 불가능하여 판매할 의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너럴 일렉트릭스사는 특허 소송을 결코 취소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생물체에 대한 특허 획득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의도때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생물에서 시작한 생명특허의 '공포의 으스스한 행진'은 결코 하등 생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1985년에는 다배체(polyploid) 굴에 대해여 특허가 허가되었으며, 생명특허를 비판하고 반대하였던 사람들이 최초에 우려했던 것처럼, 생명특허가 고등생물에게까지 부여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에는 암에 걸리기 쉽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에 대해서 특허가 허가되었으며, 급기야는 1991년에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생명특허도 최초로 신청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의 연구자인 벤터는 사람의 뇌에서 발견된 377개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 보호와 그 소유권을 요구하는 출원서를 제출하였던 것인데, 이 출원서는 NIH의 기술이전 대리인의 아들러의 합법적인 도움을 받아서 작성되었다. 이는 공공자금을 통해서 연구된 지식을 공공기관이 사유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벤터는 그 후에도 인간 유전자의 약 5%에 달하는 부분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였고, 급기야는 벤쳐자본으로부터 7천만 달러의 지원받아 아예 독자적인 연구소를 만들어서 나갔다. 이 연구소가 소속된 회사가 인간지놈프로젝트와 경쟁한 셀렐라 지노믹스社이고, 그는 아예 인간 유전자 장사길로 나섰던 것이다. 과학자들 사이에도 벤터의 특허권 요구는 '재빠르고 더러운 토지 점령'이라고 불렀고, 미국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전(前) 책임자인 윗슨 박사도 특허권에 대한 완강한 반대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믿고 있다. 인체 유전자 염기서열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총 1,175건의 특허가 부여되었다.
3. 생명특허의 몇가지 사례
1) 인간지놈 다양성 프로젝트
미생물로부터 시작하여 생명이라는 '공동지'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한 최첨단 엔클로저 운동의 착취는 '인간지놈다양성프로젝트(Human Genome Diversity Project/HGDP)'라는 연구 과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간 집단 유전학 연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HGDP는 유명한 인간 지놈 프로젝트와 연관되어서 추진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인간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제안되어 1994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HGDP는 이 연구를 제안한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가와는 별도로, 수많은 논쟁들을 불러오고 있다. HGDP는 샘플을 채취하면서 대상자에게 충분한 동의를 얻지 않는 일이 많았으며, 또한 샘플을 얻는 과정에서 토착민들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는다. 이에 일부 토착민들은 HGDP를 '흡결귀 프로젝트'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1993년 6월에 발표한 '토착민의 문화적 및 지적 소유권에 관한 마타아투아 선언'은 HGDP가 미칠 영향을 논의할 때까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HGDP에서 보다 첨예한 문제는 이 연구를 통해서 얻게 되는 유전적 지식에 대한 특허와 관련이 되어 있다. 1993년 파나마에서 출생한 26살인 한 구아이미 인디언 여성의 세포 계통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출원한 특허에 구아이미 의회, 세계토착민 평의회, 국제농촌발전재단, 그리고 세계 교회 평의회가 반대했다. 이 특허 신청은 곧 철회되었지만, 1995년 3월 14일 파퓨아 뉴기니 외딴 고지에 사는 어느 하가하이족 남자에게서 분리한 유전물질에 대한 특허가 미국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HGDP가 과학적인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인 이윤에 의해서 움직이는 '유전자 사냥꾼'의 사업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토착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세포가 상품화되는 것을 당혹해하며, 그러한 연구관행을 인정할지라도 자신의 몸에서 나온 물질로부터 얻게 되는 이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인도의 님나무 특허
생명특허를 반대하는 제3세계 활동가들이 이런 생물해적질을 비난하면서 흔히 제시하는 사례가 인도의 건조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님(Leem)'이라고 불리는 나무에 대한 특허다. 님나무는 인도 민중들이 오래전부터 의약품, 화장품, 피임약, 목재, 연료, 살충제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백년 동안에 그들의 조상이 했던 것처럼 님 나무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얻어서 사용하는 것에, 인도의 주민들은 한 번도 인도 땅을 밟아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회사인 W.R.Grace사가 생물 제초제용으로 이 나무의 천연화합물에 대해서 특허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1993년에 약 50만명의 남부 인도 농민들은 님 나무 등의 식물에 대해서 외국인에게 특허를 승인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여 규탄집회를 열고 전국적인 항의운동을 전개하였다.
3) 국제농촌발전재단의 '나쁜' 지적재산권 리스트
생명특허에 대한 전세계적인 반대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국제농촌발전재단(Rural Advanced Foundation International; RAFI)은 '제1세계의 특허 제도는 식품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며, 제3세계의 자원과 지식을 강탈'하는 최악의 20개의 생명특허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놓고 있다. 이중에는 작년의 초에 돌리를 만들어낸 영국 로스린 연구소의 생명복제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인간 탯줄 세포도 특허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골수병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이 세포를 외과시술과 수혈에 사용할 때마다 의사들은 특허권을 가진 미국의 Biocyte社에 로얄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턱없이 비싼 의료비용의 내막 중에 하나다. 그리고 유전자 해적질의 잘 보여주는 예도 있는데, 아마존 원주민에 의해서 수세기 동안 재배되고 농업과 의학에 이용된 바바스코(Barbasco)라는 식물은 영국의 민족생물학재단 콘라드 골린스키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봉이 김선달에 비유될 만 하다. 근육 활동의 조절을 위해서 사용되는 이 식물의 추출물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제네카(Zeneca)社와 그락소(Glaxo)社에게 공급되고 있다. 물론 대가로 많은 달러를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4. 생명특허, 무엇이 문제인가 ― 1 : 국제적·사회적 불평등의 강화
1) 생명특허와 신자유주의
생명특허는 인류의 유산인 '인간 지놈'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 대해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시도이다. 제레미 리프킨이나 반다나 시바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토지로부터 시작된 '엔크로우저운동'이 확장되어 해양, 대기권, 전파 주파수대역과 같이 누군가의 소유라는 관념 자체가 없었던 우리의 자연과 일상생활에 자본주의 소유관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끝이 생명체의 내부 공간에 대해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도입하려는 생명특허인 것이다. 그런데 공공 소유인 것들을 사유화시켜서 사적인 이윤의 확대를 위해서 이용하려는 신자유주의 흐름과 이런 움직임은 정확히 일치하며, 더나아가 신자유주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초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의 정부와 함께 WTO-TRIPs(지적재산권협약)을 통해서 전세계의 모든 국가에게 생명특허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 세계화라는 신자유주의의 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2) 과학기술의 공공성 파괴 및 윤리와 충돌
그린피스를 비롯하여 많은 NGO들이 생명특허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로 의학 연구의 왜곡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많은 제약회사들은 특정 유전자의 결핍에 의해서 발병하는 유전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생명특허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면, 그러한 연구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인 과학자와 의사들은 거대 제약회사에 의한 생명특허권이 독점되면 이미 특허가 난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가로막힐 것이며, 인류 전체의 재산인 과학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장기 기증의 전통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명특허는 의료비용을 상승시켜 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생명특허를 금지하고 공공 연구를 진행하는 것만이 이윤에 의해서 움직이는 제약회사로부터 무시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생명특허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과연 누가 생명체에 특허를 부여할 권리를 부여했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 특허청 혹은 국가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특허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들은 누구로부터 그런 권한을 의문받았는가? 이러한 질문이 상당한 철학적인 질문과 관련된다면, 생명특허가 상업적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판단내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윤리적 측면의 보다 실제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생명특허의 반대자들은 상업적인 이윤을 의해서 사용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유전자, 세포, 생물체 및 인체 기관들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몇년 초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한 복제 양 '돌리' 역시 생명특허에 의해서 보장되는 이윤 동기에 의해서 연구개발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명특허를 인정하게 되면 동물들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마음대로 분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기계로 보게 될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을 우려하고 있다.
3) 제3세계 생물다양성 자원의 약탈
한편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토착민의 지식을 강탈하는 생물해적질(biopiracy)은 미국에 의해서 선도되고 있으며, WTO의 TRIPs협약과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적용이 강요되고 있는 생명특허 체제에 의해서 정당화되며 보호받고 있다. 제1세계에 의한 생물해적질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남미 지역의 원산지인 고무나무를 동남아 식민지에 이식하여 대규모 재배하였던 세기초의 유럽 제국주의국가의 강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1993년에 국제농업진흥기금(RAFI/ Rural Advanced Foundation International)의 회장 무니(Pat Mooney)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생물해적질'이라는 용어는 최근의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되어 있는 새로운 현상을 지칭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의해 유용한 형질을 나타내는 생물체의 특정 유전자의 검색, 분리하고, 이것을 조작·삽입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개발됨에 따라서, '원료'가 되는 유전자 자원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이 제1세계의 연구자와 그들을 고용한 초국적기업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마치 세기 초에 석유, 금과 같은 지하 광물자원을 찾아 세계 각지를 훑고 나니던 자원탐사가처럼, 유전자 자원을 찾아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3세계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이를 두고 생물자원탐사(Bioprospecting)이라고 지칭하는 용어까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제1세계 초국적기업이 생물자원탐사에 의해서 '발견'해내는 유전자 자원은 석유와 금과 같은 지하자원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석유자원 등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국가가 그것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물다양성에 의한 유전자 자원을 자국 내에 가지고 있는 국가가 그것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1992년 리우환경회담에서 채결된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국제적인 동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땅 속에 묻혀 있어 탐사자에 의해서 발견되어져야 하는 지하자원과는 다르게, 유전자 자원은 대부분 제3세계 민중들의 공동체에 의해서 오랜 역사 동안에 가꾸어져 온 것이며 그 공동체 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외부의 탐사자가 특정한 생명체에 특정한 유용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제3세계 민중들의 지식을 기초로 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 자원에 주권적 권리란 텅비어 있는 '대지' 아래에 묻혀 있는 지하자원의 채굴권을 그 자원의 판매를 통해서 얻어진 이익의 일부를 나눌 수 있는 권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공동체가 유전자 자원을 관리하고 보전해온 노력과 그의 이용을 위해서 공동체에 의해서 개발되고 전수된 공공의 지식에 대한 권리가 새롭게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협약은 이점에 대해서 부족하나마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WTO/TRIPs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적재산권 체제 안에서는 제3세계 민중들에 의한 유전자 자원을 관리하고 보전한 노력과 그를 이용해온 공동체 지식에 대한 가치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5. 생명특허, 무엇이 문제인가?―2: 지식·문화·환경의 단일경작
1) 창조성의 말살
반다나 시바는 WTO를 비롯한 서구의 학자들이 펼치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정당화 논리에 반대하고 있다. 그녀가 보기에는 지적재산권이 창조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은 거짓이며, 오히려 지적재산권은 오히려 창조성을 억누르고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1세계 측과 제3세계가 생명특허를 두고 대립하게 되는데에는 '창조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바는 (특히 생물과학에서의) 창조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아있는 유기체에 내재해 있으면서 스스로를 진화·재창조·재생하는 창조성
지구의 풍요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이용하는 지식체계를 발전시켜 온 토착 공동체의 창조성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살아 있는 유기체를 이용하여 이윤 창출방법을 찾는 현대 과학자들의 창조성
이와 같은 분류에 비추어보았을 때, 제1세계는 WTO-Trips협약을 통해서 지식과 창조성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대기업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활동만이 유일한 창조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과 비서구 지식체계의 창조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비서구의 토착공동체의 지식체계가 인정될 경우에도 (주로 제1세계의, 혹은 제1세계에 직간접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서구 과학의 언어로서 번역·기술(記述)되었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가치 인정이라는 것은 '재료' 수준에 불과하다.
창조성에 대한 시바의 주장에서 자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창조성이 있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논쟁의 있을 수 있다. 예컨데, '창조성'을 사회적 범주로 이해하는 우리의 지적 관습과 연관하여 생각할 때 자연이 '창조성'을 가졌다고 주장하는데에 동감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생명없는 기계적인 것으로 분해하고 '가치'를 배제하여 무제한적인 이용과 상업화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 현대 환경위기의 근원이라는 생태주의자의 주장을 생각해보면, 이런 시바의 주장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시바가 지적한 두 번째의 토착 공동체의 창조성에 대한 무시는 서구의 과학지식이 자연에 대한 유일하고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패권적인' 인식론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서 무니(Pat Mooney)는 "연구실에서 연구복을 입고서 생산되었을 때에만 지적재산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인식은 근본적으로, 과학발전에 대한 인종주의적 관점"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님나무의 특허가 제1세계 초국적기업의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물해적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도의 님나무의 경우에, 님(Neem) 나무에서 생물농약의 성분(azadirachtin) 추출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받은 미국계 초국적기업인 그레이스社는 자신들의 추출법이 유일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과학자들은 인도에서 이미 그레이스社의 추출법과 같은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님나무의 이용에 관한 지식은 수세기에 걸친 인도 민중의 경험의 산물이며, 이 나무에 생물학적 살충제의 특성이 있다는 지식은 대중적인 차원에서 메타지식―원리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이 주어진다면 님나무에서 다양한 산물을 얻는 다양한 기술과정이 오랜 기간동안 개발되어 왔으며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명백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제3세계 토착민 공동체에 의해서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형성된 지식은 집단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 및 공동체 내부, 공동체 간의 자유로운 지식의 교환을 통해서 발전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이윤을 창조할 수 있는 지식만을 창조성으로 인정하며, 또한 지식의 집단성이라는 성격을 변화시켜 사유화시킴으로써 창조성의 토대를 붕괴시키고 있다. 또한 아카데믹한 과학자 공동체에서 지켜오던 자유로운 지식교환의 전통도 파괴시키고 있다. 이제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서 지식의 공유·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먼저 특허를 출원하려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수한 논문을 공개된 유력한 과학저널에 출판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대신에, 얼마나 많은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가로 그것을 증명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의 영향에 따라, 이윤 창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과학분과 및 분야에는 투자가 이루어지는 반면에 지식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분야일지라도 이윤 창출의 가능성이 적는 분야는 경시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시바는 생물학 분야에 투자되는 연구자금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이 생명기술 산업에 테크닉을 제공하는 주된 원천이 되면서, 다른 생물학 분과들은 점점 위축되어 죽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식물이나 동물을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는 (분류)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기존의 종들이 종들간 혹은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망각해 가고 있다."
2) MonoCluture·단일경작·단일문화
서구 과학기술의 주요한 구성 요소가 되어버린 (생물학에서 두드러지는) 인식론적인 환원주의 경향은 종의 수준에서 보면, 단지 하나의 종(즉 인류)에만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종들에는 도구적 가치만을 부여하며(1차 환원주의), 더나아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모든 행태를 유전자로 환원시키고 있다(2차 환원주의). 이에 따라서 환원주의는 생명체를 유전자에 의해서 지배되고 그 구성요소로 분해되는 기계적인 것으로 묘사하며, 생명체의 자기조직하며 재생하는 능력을 부정하여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조작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또한 문화 환원주와도 연결되는데, 수많은 형태의 지식과 윤리체계의 가치를 서구적인 문화 기준(현대 과학기술의 기준)에 의해서 폄하하게 된다. 이에 따라서 다차원적이며 통일적인 인식론을 가진 제3세계의 지식체계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게 된다.
그러나 생물학적·문화적 환원주의 및 자연과 인간의 분리에 기초한, 창조성에 대한 협소한 인식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위협을 가해될 것이다. 작게는 환원주의와 이에 수반되는 유전자결정론에 기반하여 발전되고 있는 유전공학로부터 비롯된 '생물재해(Biohazard)'의 위협에 처해 있으며, 넓게는 생물체의 창조성과 토착민 공동체의 창조성의 조화 속에서 유지되어온 생물다양성이 파괴될 것이다. 특히 농업 생물다양성은 초국적기업들이 생명특허를 이용하여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우수한' 품종만을 재배하는 단일 경작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으며, 유전자조작된 종자산업에 뛰어든 생명공학기업에 의해서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은 생물다양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문화적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진다. 즉 단일경작이 단일문화를 낳는다고 시바는 주장한다.
6. WTO―TRIPs협약에 대한 제3세계의 비판 및 대안
1) 아프리카 그룹의 비판
1999년 11월 30일에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WTO 뉴라운드에서 TRIPs 협정이 검토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서 <제3세계 네트워크>와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제1세계의 초국적기업에 의한 생물해적질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협정에 대해서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생명특허의 대상 범위를 최대한 협소화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TRIPs의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동식물은 특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나, 미생물은 반드시 특허가 허용되도록 하고 있다. <제3세계 네트워크>에 의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들은 발견의 대상이지 그것이 발명이 아니므로 동식물 및 그것의 일부는 특허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식물 및 그것의 일부를 특허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미생물, 유전자, 세포 등을 법적·과학적으로 분리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세포, 핵산 (DNA 또는 RNA) 서열의 경우는 서열 자체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가 일어나 변화될 가능성이 커서 물질의 동일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유전자의 기능은 특정한 세포내에서만 발휘되므로 유전자의 환경이 그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 그 유전자의 기능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규정 가운데 "본질적으로 생물학적 방법"을 특허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말의 의미가 미생물학적 방법을 생물학적 방법과 구분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미생물학적 방법도 특허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그룹>은 시애틀의 WTO 뉴라운드에 대비하여 지적재산권협약에 대한 수정안을 준비하였다. 이에 의하면, 생물학적 방법과 미생물학적 방법의 구분은 작위적이라고 지적하며 WTO 뉴라운드의 TRIPs 협정 검토회의에서 다음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① 동식물 특허 배제의 선택권이 왜 미생물로 확장될 수 없는 지에 관해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며 ② 본질적으로 생물학적 방법이 미생물학적 방법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명백하게 규정해야 하고 ③ 동식물과 미생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또는 이것들의 일부가 특허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생산하는 자연적 방법도 특허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또한 TRIPs 협정의 제 27조 3b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식물 신품종에 관해서는 특허 또는 이에 상응하는 효과적인 개별체계로 독점권을 인정토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개도국이 실행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사항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① 생물다양성 협약과 세계농업식량기구의 식물유전자자원에 관한 국제협약과 같은 국제 규범과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② 원주민 및 지역사회의 농사, 농업, 보건의료에 있어서 지식과 혁신을 보호해야 하는 개도국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종자를 보관하고 교환저장하고 수확하는 것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한 전통적인 농사 방식이 지속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 개도국의 식량 주권을 위협하는 비경쟁적 (독점적) 권리나 관행은 금지되어야 한다.
2) <제3세계 네트워크>에 의한 집단적인 지적재산권 모색
시바는 지적재산권 체제가 서로 다른 사회의 창조성과 혁신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반드시 다원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원칙에 따른다면 WTO―Trips협약과 같은 단일한 지적재산권 체제가 아니라 놀랄 만큼 풍부한 변형과 조합의 지적재산권 체계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에서 <제3세계 네트워크>라는 단체는 WTO의 지적재산권에 대항하여 1993년부터 집단적 지적재산권(CIR/ Collective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CIR 개념은 지역 공동체의 허가없이 초국적기업들이 지역 지식이나 지역 자원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그 권리를 지역 공동체에게 부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CIR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을 통해, 식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개량시키는 농민의 역할에 중심을 두는 독자적인(sui generis) 권리체계 ― TRIPs 협정의 27조 3.b항에서 식물 신품종의 보호와 관련하여 각국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한 독자적인 지적재산권 체계 ―를 규정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다양한 나라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지적재산권 체계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켰다. 독자적인 지적재산권 체계를 통해 제3세계 농촌 공동체 사이에서 지식과 자원의 자유로운 교환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서 제3세계 생물자원과 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수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명공학가들이 가장 혐오하는 '적' 중에 하나로 꼽히는 제레미 리프킨은 생명특허를 '최후의 엔클로저운동'이라고 말한다.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전반에 집중적으로 진행되었던 영국의 엔클로저 운동은 농민에게서 공동지(共同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고 그들을 추방하면서, 농촌의 공동지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맞추어서 사유화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대단히 폭력적이고 비극적이어서 농촌의 공동체는 해체되고 많은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농사짓고 생활해오던 지역으로부터 쫓겨났다. 이들 중에서 운이 좋은 경우에는 도시에서 임금노동자라도 되었으며 그렇지 않으면 유랑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엔클로저 운동으로 야기된 농촌 주민들의 불만은 무수한 봉기로 폭발하여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을 맺었다.
제레미 리프킨이 보기에는 이와 같은 엔클로저 운동은 16-17세기 영국에서 발생했었던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 어떠한 예외도 남김없이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관철하면서 사유화하려는 엔클로저 운동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토지를 사유화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해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여 바다 한 가운데에 선을 긋고, 하늘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이제는 전파의 주파수대도 사유화되고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소유권이라는 개념조차 상상하기 힘들었던 자연을 상품화고, 그것의 배타적인 소유권을 통해서 대중들을 배제하고 자연을 파헤치는 엔클로저운동은 급기야는 '생명'의 영역에까지 습격하고 있다. 이 야만적인 습격의 합법적인 이름은 '생명특허'다. 리프킨은 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화의 수백만년의 유전자 청사진을 사적으로 갖게 되는 지적 재산으로 바꾸려는 국제적인 시도는 500년의 상업주의 역사를 완성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연세계의 마지막 남은 공유지를 구획짓는다는(closing) 것을 의미한다."
반다나 시바는 생명특허가 허용되는 것을 제2의 콜롬버스가 도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492년 이사벨 여왕과 페르디난트 왕은 자신에게 아무런 권리도 없는, 장차 발견된 땅에 대해서 콜럼버스에게 '발견과 정복'의 특권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교황 알렉산더 6세는 '증여의 칙서'를 통해서 "아로레스(대서양 중부에 위치한 현 포르투갈령 제도)의 남서쪽 인도 방향으로 100리그 내에서 이미 발견되었거나 앞으로 발견될" 모든 섬과 본토를 가톨릭 군주에게 증여하였다. 이 또한 그 땅에서 이미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동의가 없었다는 것을 물론이거나, 원주민들은 그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한 것이었다. 이 때부터 제3세계 국가들의 비극은 싹텄다. 제1세계 백인들의 착취와 약탈, 파괴와 억압으로 500년을 고통받아왔으며, 그들이 뿌리간 무지, 갈등, 전쟁의 씨앗들로 독립된 이후인 지금에도 끔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반다나 시바에게 보기에는 생명특허는 이와 같은 끔직한 제1세계의 착취와 지배의 현대적인 모습이다. 콜럼버스 시대에서 500년이 흐른 지금, 똑같은 식민화 프로젝트가 특허와 지적 재산권을 통해 훨씬 더 세속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제3세계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생물다양성 자원과 그것을 관리·유지하며 그 쓸모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켜온 지역공동체의 권리를 부정하고, 제1세계의 초국적기업만을 유일한 권리로 인정하며 그들의 착취를 합법화하고 있는 것이 생명특허이다. 제3세계운동은 생명특허를 통한 이 '합법적인' 착취를 '생물해적질(biopiracy)'라고 부르고 있다.
2. 생명특허의 역사
제너럴 일렉트릭스사의 인도 출신의 미생물학자인 아난다 차크라바티가 해양에서 기름을 분해하도록 설곅된 유전자 변형된 미생물에 대한 특허 청원을 미국 특허국(Patent & Trademark Office; PTO)에 제출하였다. PTO는 처음에는 생명에 특허를 부여할 수 없다고 거부했지만, 계속되는 지리한 법적 공방 속에서 이 특허에 대한 소송은 연방 최고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1980년에 최고 연방법원에서는 5대 4라는 근소한 차이로 차크라비티의 손을 들어 주었다. 다수의견을 대표하는 수석재판관은 이 미생물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며, 보통의 화학물질과 다르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특허국과 함께 이 특허 청원 소송에서 법적 조언자로 활약한 민중경제위원회은 이 미생물에 대한 특허에 대한 최고 연방법원의 인정은, 미생물을 비롯하여, 식물, 동물, 심지어는 인간에게까지도 생명특허를 부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10년동안이나 지속된 이 법정 공방에서 집요하게 생명특허를 주장한 것에는 당연하게도 엄청난 경제적인 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이 생명특허에 대한 최고 연방법원에서의 기업측의 승리 직후, 생명공학 기업체인 제넨텍(Genentech)이 주식 시장에 공개되자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고자 눈이 벌개진 자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일 주(株)당 35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의 주식은 최고 89달러까지 치솟아 올랐으며, 장이 끝날 무렵 이 회사는 3천5백만 달러를 벌었으며 그 회사는 5억3천2백만 달러로 평가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아직 단 한 개의 제품만을 시장에 내놓았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쯤되면 경제적 가치가 있어서 투자한다기 보다는 억지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영역에 자본이 뛰어 들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최초의 미생물 특허를 획득한 제너럴 일렉트릭스사는 특허를 획득한 기름을 먹는 미생물이 실제로는 실용화가 불가능하여 판매할 의사를 포기했다. 그러나 이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너럴 일렉트릭스사는 특허 소송을 결코 취소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생물체에 대한 특허 획득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의도때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미생물에서 시작한 생명특허의 '공포의 으스스한 행진'은 결코 하등 생물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1985년에는 다배체(polyploid) 굴에 대해여 특허가 허가되었으며, 생명특허를 비판하고 반대하였던 사람들이 최초에 우려했던 것처럼, 생명특허가 고등생물에게까지 부여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에는 암에 걸리기 쉽도록 유전자 조작된 쥐에 대해서 특허가 허가되었으며, 급기야는 1991년에는 인간 유전자에 대한 생명특허도 최초로 신청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의 연구자인 벤터는 사람의 뇌에서 발견된 377개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권 보호와 그 소유권을 요구하는 출원서를 제출하였던 것인데, 이 출원서는 NIH의 기술이전 대리인의 아들러의 합법적인 도움을 받아서 작성되었다. 이는 공공자금을 통해서 연구된 지식을 공공기관이 사유화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벤터는 그 후에도 인간 유전자의 약 5%에 달하는 부분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였고, 급기야는 벤쳐자본으로부터 7천만 달러의 지원받아 아예 독자적인 연구소를 만들어서 나갔다. 이 연구소가 소속된 회사가 인간지놈프로젝트와 경쟁한 셀렐라 지노믹스社이고, 그는 아예 인간 유전자 장사길로 나섰던 것이다. 과학자들 사이에도 벤터의 특허권 요구는 '재빠르고 더러운 토지 점령'이라고 불렀고, 미국 인간 지놈 프로젝트의 전(前) 책임자인 윗슨 박사도 특허권에 대한 완강한 반대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믿고 있다. 인체 유전자 염기서열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총 1,175건의 특허가 부여되었다.
3. 생명특허의 몇가지 사례
1) 인간지놈 다양성 프로젝트
미생물로부터 시작하여 생명이라는 '공동지'를 야금야금 갉아먹기 시작한 최첨단 엔클로저 운동의 착취는 '인간지놈다양성프로젝트(Human Genome Diversity Project/HGDP)'라는 연구 과제를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인간 집단 유전학 연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HGDP는 유명한 인간 지놈 프로젝트와 연관되어서 추진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인간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제안되어 1994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HGDP는 이 연구를 제안한 사람들의 의도가 무엇인가와는 별도로, 수많은 논쟁들을 불러오고 있다. HGDP는 샘플을 채취하면서 대상자에게 충분한 동의를 얻지 않는 일이 많았으며, 또한 샘플을 얻는 과정에서 토착민들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는다. 이에 일부 토착민들은 HGDP를 '흡결귀 프로젝트'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1993년 6월에 발표한 '토착민의 문화적 및 지적 소유권에 관한 마타아투아 선언'은 HGDP가 미칠 영향을 논의할 때까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HGDP에서 보다 첨예한 문제는 이 연구를 통해서 얻게 되는 유전적 지식에 대한 특허와 관련이 되어 있다. 1993년 파나마에서 출생한 26살인 한 구아이미 인디언 여성의 세포 계통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출원한 특허에 구아이미 의회, 세계토착민 평의회, 국제농촌발전재단, 그리고 세계 교회 평의회가 반대했다. 이 특허 신청은 곧 철회되었지만, 1995년 3월 14일 파퓨아 뉴기니 외딴 고지에 사는 어느 하가하이족 남자에게서 분리한 유전물질에 대한 특허가 미국에서 받아들여졌다. 이와 같은 상황은 HGDP가 과학적인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인 이윤에 의해서 움직이는 '유전자 사냥꾼'의 사업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토착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세포가 상품화되는 것을 당혹해하며, 그러한 연구관행을 인정할지라도 자신의 몸에서 나온 물질로부터 얻게 되는 이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 인도의 님나무 특허
생명특허를 반대하는 제3세계 활동가들이 이런 생물해적질을 비난하면서 흔히 제시하는 사례가 인도의 건조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님(Leem)'이라고 불리는 나무에 대한 특허다. 님나무는 인도 민중들이 오래전부터 의약품, 화장품, 피임약, 목재, 연료, 살충제 등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몇 백년 동안에 그들의 조상이 했던 것처럼 님 나무로부터 유용한 물질을 얻어서 사용하는 것에, 인도의 주민들은 한 번도 인도 땅을 밟아보지도 않았을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로열티를 지불하게 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회사인 W.R.Grace사가 생물 제초제용으로 이 나무의 천연화합물에 대해서 특허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에 1993년에 약 50만명의 남부 인도 농민들은 님 나무 등의 식물에 대해서 외국인에게 특허를 승인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여 규탄집회를 열고 전국적인 항의운동을 전개하였다.
3) 국제농촌발전재단의 '나쁜' 지적재산권 리스트
생명특허에 대한 전세계적인 반대운동을 조직하고 있는 국제농촌발전재단(Rural Advanced Foundation International; RAFI)은 '제1세계의 특허 제도는 식품 안전과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며, 제3세계의 자원과 지식을 강탈'하는 최악의 20개의 생명특허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놓고 있다. 이중에는 작년의 초에 돌리를 만들어낸 영국 로스린 연구소의 생명복제 기술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인간 탯줄 세포도 특허권이 설정되어 있는데, 골수병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이 세포를 외과시술과 수혈에 사용할 때마다 의사들은 특허권을 가진 미국의 Biocyte社에 로얄티를 지불해야만 한다. 턱없이 비싼 의료비용의 내막 중에 하나다. 그리고 유전자 해적질의 잘 보여주는 예도 있는데, 아마존 원주민에 의해서 수세기 동안 재배되고 농업과 의학에 이용된 바바스코(Barbasco)라는 식물은 영국의 민족생물학재단 콘라드 골린스키 이사장이 소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봉이 김선달에 비유될 만 하다. 근육 활동의 조절을 위해서 사용되는 이 식물의 추출물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제네카(Zeneca)社와 그락소(Glaxo)社에게 공급되고 있다. 물론 대가로 많은 달러를 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4. 생명특허, 무엇이 문제인가 ― 1 : 국제적·사회적 불평등의 강화
1) 생명특허와 신자유주의
생명특허는 인류의 유산인 '인간 지놈'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 대해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시도이다. 제레미 리프킨이나 반다나 시바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토지로부터 시작된 '엔크로우저운동'이 확장되어 해양, 대기권, 전파 주파수대역과 같이 누군가의 소유라는 관념 자체가 없었던 우리의 자연과 일상생활에 자본주의 소유관계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 끝이 생명체의 내부 공간에 대해서 자본주의적 소유관계를 도입하려는 생명특허인 것이다. 그런데 공공 소유인 것들을 사유화시켜서 사적인 이윤의 확대를 위해서 이용하려는 신자유주의 흐름과 이런 움직임은 정확히 일치하며, 더나아가 신자유주의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초국적기업들은 자신들의 정부와 함께 WTO-TRIPs(지적재산권협약)을 통해서 전세계의 모든 국가에게 생명특허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 세계화라는 신자유주의의 한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2) 과학기술의 공공성 파괴 및 윤리와 충돌
그린피스를 비롯하여 많은 NGO들이 생명특허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로 의학 연구의 왜곡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많은 제약회사들은 특정 유전자의 결핍에 의해서 발병하는 유전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생명특허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면, 그러한 연구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인 과학자와 의사들은 거대 제약회사에 의한 생명특허권이 독점되면 이미 특허가 난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가로막힐 것이며, 인류 전체의 재산인 과학지식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박탈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래된 장기 기증의 전통을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생명특허는 의료비용을 상승시켜 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생명특허를 금지하고 공공 연구를 진행하는 것만이 이윤에 의해서 움직이는 제약회사로부터 무시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생명특허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과연 누가 생명체에 특허를 부여할 권리를 부여했는지에 대해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 특허청 혹은 국가가 살아있는 생명체에 특허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들은 누구로부터 그런 권한을 의문받았는가? 이러한 질문이 상당한 철학적인 질문과 관련된다면, 생명특허가 상업적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판단내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윤리적 측면의 보다 실제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생명특허의 반대자들은 상업적인 이윤을 의해서 사용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유전자, 세포, 생물체 및 인체 기관들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몇년 초 전세계를 경악하게 만든한 복제 양 '돌리' 역시 생명특허에 의해서 보장되는 이윤 동기에 의해서 연구개발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명특허를 인정하게 되면 동물들을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마음대로 분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기계로 보게 될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을 우려하고 있다.
3) 제3세계 생물다양성 자원의 약탈
한편 제3세계의 유전자원과 토착민의 지식을 강탈하는 생물해적질(biopiracy)은 미국에 의해서 선도되고 있으며, WTO의 TRIPs협약과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서 전세계적으로 적용이 강요되고 있는 생명특허 체제에 의해서 정당화되며 보호받고 있다. 제1세계에 의한 생물해적질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남미 지역의 원산지인 고무나무를 동남아 식민지에 이식하여 대규모 재배하였던 세기초의 유럽 제국주의국가의 강탈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1993년에 국제농업진흥기금(RAFI/ Rural Advanced Foundation International)의 회장 무니(Pat Mooney)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생물해적질'이라는 용어는 최근의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되어 있는 새로운 현상을 지칭하고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의해 유용한 형질을 나타내는 생물체의 특정 유전자의 검색, 분리하고, 이것을 조작·삽입할 수 있는 기술 등이 개발됨에 따라서, '원료'가 되는 유전자 자원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이 제1세계의 연구자와 그들을 고용한 초국적기업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마치 세기 초에 석유, 금과 같은 지하 광물자원을 찾아 세계 각지를 훑고 나니던 자원탐사가처럼, 유전자 자원을 찾아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3세계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이를 두고 생물자원탐사(Bioprospecting)이라고 지칭하는 용어까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제1세계 초국적기업이 생물자원탐사에 의해서 '발견'해내는 유전자 자원은 석유와 금과 같은 지하자원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석유자원 등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국가가 그것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물다양성에 의한 유전자 자원을 자국 내에 가지고 있는 국가가 그것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1992년 리우환경회담에서 채결된 생물다양성협약에서 국제적인 동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땅 속에 묻혀 있어 탐사자에 의해서 발견되어져야 하는 지하자원과는 다르게, 유전자 자원은 대부분 제3세계 민중들의 공동체에 의해서 오랜 역사 동안에 가꾸어져 온 것이며 그 공동체 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구나 외부의 탐사자가 특정한 생명체에 특정한 유용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제3세계 민중들의 지식을 기초로 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유전자 자원에 주권적 권리란 텅비어 있는 '대지' 아래에 묻혀 있는 지하자원의 채굴권을 그 자원의 판매를 통해서 얻어진 이익의 일부를 나눌 수 있는 권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공동체가 유전자 자원을 관리하고 보전해온 노력과 그의 이용을 위해서 공동체에 의해서 개발되고 전수된 공공의 지식에 대한 권리가 새롭게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 협약은 이점에 대해서 부족하나마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WTO/TRIPs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적재산권 체제 안에서는 제3세계 민중들에 의한 유전자 자원을 관리하고 보전한 노력과 그를 이용해온 공동체 지식에 대한 가치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5. 생명특허, 무엇이 문제인가?―2: 지식·문화·환경의 단일경작
1) 창조성의 말살
반다나 시바는 WTO를 비롯한 서구의 학자들이 펼치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정당화 논리에 반대하고 있다. 그녀가 보기에는 지적재산권이 창조적인 노력에 대한 보상이며 그것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은 거짓이며, 오히려 지적재산권은 오히려 창조성을 억누르고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1세계 측과 제3세계가 생명특허를 두고 대립하게 되는데에는 '창조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각자의 답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바는 (특히 생물과학에서의) 창조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가지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아있는 유기체에 내재해 있으면서 스스로를 진화·재창조·재생하는 창조성
지구의 풍요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이용하는 지식체계를 발전시켜 온 토착 공동체의 창조성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살아 있는 유기체를 이용하여 이윤 창출방법을 찾는 현대 과학자들의 창조성
이와 같은 분류에 비추어보았을 때, 제1세계는 WTO-Trips협약을 통해서 지식과 창조성을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대기업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연구 활동만이 유일한 창조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연과 비서구 지식체계의 창조성을 무시하고 있으며, 비서구의 토착공동체의 지식체계가 인정될 경우에도 (주로 제1세계의, 혹은 제1세계에 직간접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소에서 서구 과학의 언어로서 번역·기술(記述)되었을 때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가치 인정이라는 것은 '재료' 수준에 불과하다.
창조성에 대한 시바의 주장에서 자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창조성이 있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 논쟁의 있을 수 있다. 예컨데, '창조성'을 사회적 범주로 이해하는 우리의 지적 관습과 연관하여 생각할 때 자연이 '창조성'을 가졌다고 주장하는데에 동감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생명없는 기계적인 것으로 분해하고 '가치'를 배제하여 무제한적인 이용과 상업화를 가능하도록 한 것이 현대 환경위기의 근원이라는 생태주의자의 주장을 생각해보면, 이런 시바의 주장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시바가 지적한 두 번째의 토착 공동체의 창조성에 대한 무시는 서구의 과학지식이 자연에 대한 유일하고 보편적인 지식이라는 '패권적인' 인식론과 짝을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서 무니(Pat Mooney)는 "연구실에서 연구복을 입고서 생산되었을 때에만 지적재산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인식은 근본적으로, 과학발전에 대한 인종주의적 관점"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님나무의 특허가 제1세계 초국적기업의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생물해적질의 대표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인도의 님나무의 경우에, 님(Neem) 나무에서 생물농약의 성분(azadirachtin) 추출법에 대해서 특허를 부여받은 미국계 초국적기업인 그레이스社는 자신들의 추출법이 유일하고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과학자들은 인도에서 이미 그레이스社의 추출법과 같은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님나무의 이용에 관한 지식은 수세기에 걸친 인도 민중의 경험의 산물이며, 이 나무에 생물학적 살충제의 특성이 있다는 지식은 대중적인 차원에서 메타지식―원리적인 지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이 주어진다면 님나무에서 다양한 산물을 얻는 다양한 기술과정이 오랜 기간동안 개발되어 왔으며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명백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제3세계 토착민 공동체에 의해서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형성된 지식은 집단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 및 공동체 내부, 공동체 간의 자유로운 지식의 교환을 통해서 발전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이윤을 창조할 수 있는 지식만을 창조성으로 인정하며, 또한 지식의 집단성이라는 성격을 변화시켜 사유화시킴으로써 창조성의 토대를 붕괴시키고 있다. 또한 아카데믹한 과학자 공동체에서 지켜오던 자유로운 지식교환의 전통도 파괴시키고 있다. 이제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토론을 통해서 지식의 공유·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먼저 특허를 출원하려 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수한 논문을 공개된 유력한 과학저널에 출판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는 대신에, 얼마나 많은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가로 그것을 증명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지적재산권의 영향에 따라, 이윤 창출 가능성이 존재하는 과학분과 및 분야에는 투자가 이루어지는 반면에 지식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분야일지라도 이윤 창출의 가능성이 적는 분야는 경시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시바는 생물학 분야에 투자되는 연구자금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분자생물학이 생명기술 산업에 테크닉을 제공하는 주된 원천이 되면서, 다른 생물학 분과들은 점점 위축되어 죽어가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식물이나 동물을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는 (분류)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기존의 종들이 종들간 혹은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망각해 가고 있다."
2) MonoCluture·단일경작·단일문화
서구 과학기술의 주요한 구성 요소가 되어버린 (생물학에서 두드러지는) 인식론적인 환원주의 경향은 종의 수준에서 보면, 단지 하나의 종(즉 인류)에만 본질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다른 종들에는 도구적 가치만을 부여하며(1차 환원주의), 더나아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모든 행태를 유전자로 환원시키고 있다(2차 환원주의). 이에 따라서 환원주의는 생명체를 유전자에 의해서 지배되고 그 구성요소로 분해되는 기계적인 것으로 묘사하며, 생명체의 자기조직하며 재생하는 능력을 부정하여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조작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또한 문화 환원주와도 연결되는데, 수많은 형태의 지식과 윤리체계의 가치를 서구적인 문화 기준(현대 과학기술의 기준)에 의해서 폄하하게 된다. 이에 따라서 다차원적이며 통일적인 인식론을 가진 제3세계의 지식체계는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게 된다.
그러나 생물학적·문화적 환원주의 및 자연과 인간의 분리에 기초한, 창조성에 대한 협소한 인식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위협을 가해될 것이다. 작게는 환원주의와 이에 수반되는 유전자결정론에 기반하여 발전되고 있는 유전공학로부터 비롯된 '생물재해(Biohazard)'의 위협에 처해 있으며, 넓게는 생물체의 창조성과 토착민 공동체의 창조성의 조화 속에서 유지되어온 생물다양성이 파괴될 것이다. 특히 농업 생물다양성은 초국적기업들이 생명특허를 이용하여 독점적으로 공급되는 '우수한' 품종만을 재배하는 단일 경작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으며, 유전자조작된 종자산업에 뛰어든 생명공학기업에 의해서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은 생물다양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문화적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진다. 즉 단일경작이 단일문화를 낳는다고 시바는 주장한다.
6. WTO―TRIPs협약에 대한 제3세계의 비판 및 대안
1) 아프리카 그룹의 비판
1999년 11월 30일에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WTO 뉴라운드에서 TRIPs 협정이 검토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서 <제3세계 네트워크>와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제1세계의 초국적기업에 의한 생물해적질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 협정에 대해서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생명특허의 대상 범위를 최대한 협소화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TRIPs의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동식물은 특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나, 미생물은 반드시 특허가 허용되도록 하고 있다. <제3세계 네트워크>에 의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것들은 발견의 대상이지 그것이 발명이 아니므로 동식물 및 그것의 일부는 특허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식물 및 그것의 일부를 특허대상에서 제외한다면, 미생물, 유전자, 세포 등을 법적·과학적으로 분리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세포, 핵산 (DNA 또는 RNA) 서열의 경우는 서열 자체가 불안정하고, 돌연변이가 일어나 변화될 가능성이 커서 물질의 동일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유전자의 기능은 특정한 세포내에서만 발휘되므로 유전자의 환경이 그 유전자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 그 유전자의 기능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를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규정 가운데 "본질적으로 생물학적 방법"을 특허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조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말의 의미가 미생물학적 방법을 생물학적 방법과 구분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없는 이상 미생물학적 방법도 특허 대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그룹>은 시애틀의 WTO 뉴라운드에 대비하여 지적재산권협약에 대한 수정안을 준비하였다. 이에 의하면, 생물학적 방법과 미생물학적 방법의 구분은 작위적이라고 지적하며 WTO 뉴라운드의 TRIPs 협정 검토회의에서 다음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① 동식물 특허 배제의 선택권이 왜 미생물로 확장될 수 없는 지에 관해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며 ② 본질적으로 생물학적 방법이 미생물학적 방법과 어떻게 구분되는지 명백하게 규정해야 하고 ③ 동식물과 미생물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또는 이것들의 일부가 특허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생산하는 자연적 방법도 특허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해야 한다.
또한 TRIPs 협정의 제 27조 3b항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식물 신품종에 관해서는 특허 또는 이에 상응하는 효과적인 개별체계로 독점권을 인정토록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을 개도국이 실행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사항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① 생물다양성 협약과 세계농업식량기구의 식물유전자자원에 관한 국제협약과 같은 국제 규범과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② 원주민 및 지역사회의 농사, 농업, 보건의료에 있어서 지식과 혁신을 보호해야 하는 개도국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종자를 보관하고 교환저장하고 수확하는 것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비롯한 전통적인 농사 방식이 지속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 개도국의 식량 주권을 위협하는 비경쟁적 (독점적) 권리나 관행은 금지되어야 한다.
2) <제3세계 네트워크>에 의한 집단적인 지적재산권 모색
시바는 지적재산권 체제가 서로 다른 사회의 창조성과 혁신을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반드시 다원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원칙에 따른다면 WTO―Trips협약과 같은 단일한 지적재산권 체제가 아니라 놀랄 만큼 풍부한 변형과 조합의 지적재산권 체계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입장에서 <제3세계 네트워크>라는 단체는 WTO의 지적재산권에 대항하여 1993년부터 집단적 지적재산권(CIR/ Collective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CIR 개념은 지역 공동체의 허가없이 초국적기업들이 지역 지식이나 지역 자원을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그 권리를 지역 공동체에게 부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CIR에 대한 적극적인 주장을 통해, 식물 유전자원을 보호하고 개량시키는 농민의 역할에 중심을 두는 독자적인(sui generis) 권리체계 ― TRIPs 협정의 27조 3.b항에서 식물 신품종의 보호와 관련하여 각국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도록 한 독자적인 지적재산권 체계 ―를 규정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다양한 나라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지적재산권 체계에 대한 고민을 촉발시켰다. 독자적인 지적재산권 체계를 통해 제3세계 농촌 공동체 사이에서 지식과 자원의 자유로운 교환을 유지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서 제3세계 생물자원과 지식에 대한 체계적인 수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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