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의 잠망경> 청계천복원추진본부는 다시 꾸려야 한다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화가 상당히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정부사업은 사실상 추진본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한다. 연구지원단과 시민위원회는 사실상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시장은 이런 사실을 우려해서 ‘삼각체제’를 말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청계천복원사업은 추진본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삼각체제’라는 용어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이명박 시장에 대해 큰 우려의 뜻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시민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업이 시작되고 1년여가 지난 지금에 돌이켜 보면, ‘삼각체제’는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추진본부는 시민위원회의 요청을 계속해서 무시하거나 회피해왔다. 추진본부와 시민위원회는 우선 청계천복원의 기본상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추진본부가 제시하고 있는 상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유포된 얄궂은 그림들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화려하게 치장한 도심하천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위원회는 청계천이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므로 청계천복원은 당연히 역사유적복원사업이어야 하며 역사유적복원을 통한 역사도시 서울의 복원사업이어야 한다는 뜻을 계속 밝혀왔다.
시민위원회는 추진본부가 추진하는 사업내용과 사업방식이 모두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시민위원회는 청계고가도로의 철거일정에는 합의를 해 주었지만, 실제적인 복원사업은 시민위원회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추진본부는 시민위원회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추진본부가 시민위원회의 뜻을 꼭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한마디로 ‘삼각체제’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추진본부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일이 일어났다.
2003년 10월 16일 서울시 시정질의에서 민주노동당의 심재옥 의원이 청계천복원사업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양윤재 추진본부장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시민위원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내용으로 답을 했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이다.
| 심재옥의원 시정질문 내용 중 청계천복원사업 부분 (답변 : 양윤재 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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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찰안내서, 기본설계보고서 마련에 있어 시민위원회와 협의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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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항목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항목. 시민위원회는 추진본부에서 마련한 입찰안내서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나 추진본부에서 실시설계에서 다 보완할 수 있으니 정해진 일정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심의를 마쳐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그래서 일부 내용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입찰안내서의 심의를 마쳤다. 양윤재 추진본부장의 주장은 근본적인 면에서 사실과 다르다.
둘째 항목. 양윤재 본부장이 문화재 보호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답변이다.
세째 항목. 심재옥 의원은 오해하고 있지 않다. 문제는 단순히 문화재 복원과 하천선형만이 아니다. 하천폭과 둔치, 양안석축, 다리 등의 물리적인 것을 포함해서 많은 논점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네째 항목. 그야말로 ‘삼각체제’를 부정하는 주장이다. 양윤재 추진본부장의 주장대로 시민위원회의 한 분과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추진본부의 계획에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공청회 등의 이견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은 역사문화분과만이 아니라 모든 분과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다섯째 항목. 속초 워크샵은 기본설계를 검토하는 대단히 중요한 자리였다. 시민위원들이 속초까지 간 까닭은 이 때문이다. 양윤재 추진본부장은 거짓말을 했을 뿐만 아니라 멀리 속초까지 갔던 시민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람의 수준과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다.
심재옥 의원의 질의에 대한 양윤재 추진본부장의 답변을 통해 무엇보다 두가지 점이 분명해졌다. 하나는 양윤재 추진본부장은 더 이상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스스로 자신의 기본자질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삼각체제’는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추진본부는 시민위원회를 악용해왔다. 양윤재 추진본부장이 중심이 되어 만든 조잡한 도심하천공원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렸던 것이지, 정말로 시민위원회의 뜻을 받아들여 제대로 된 복원사업을 벌이기 위해 시민위원회를 꾸렸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이명박 시장의 뜻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간에는 ‘개발업자와 개발론자가 손을 잡고 청계천을 말아먹는다’는 말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개발업자는 이명박 시장이고 개발론자는 양윤재 추진본부장을 가리킨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복원사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권’에 눈이 어두워 현실을 무시하다가는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그의 곁에는 ‘딸랑이’를 흔들어대는 무리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이 정말로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은 유혹의 ‘딸랑이’ 소리가 아니라 잘못을 엄하게 따지는 비판의 소리이다.
시민위원회는 양윤재 추진본부장의 답변이 실수가 아니라 그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위원회는 서울시의 근본적인 대응을 촉구하게 되었다. 그것은 제대로 된 역사복원사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과 이를 위해 청계천복원추진본부를 다시 꾸리는 것으로 줄일 수 있다. 청계천복원사업은 정말로 엄청난 사업이다. 그런 만큼 올바른 내용과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능한 빨리 공사를 마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들다가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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