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집시법 개악을 중단하라 !
집시법이 크게 개악되었다. 어제(19일) 행정자치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심사소위 마련한 집시법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이번에 의결안 집시법 개정안은 '신고제'로 운영되어 오던 집시법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꾼 것으로써,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크게 제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공론의 과정없이 단 이틀 만에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의결된 집시법 개정안은 원래 상정되었던 박종회 의원 등의 법안에도 없었던 내용이 대거 포함되어 개악되어 있었다. 개악된 내용의 대부분은 경찰청이 행자위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었다. 행자위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지키고자 하는 여론보다는 경찰청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청 의견이 대폭 반영된 개악된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18일에 개최된 법안심사소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법안심사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의 의원은 전용학, 이병석, 민봉기(이상 한나라당), 유재규, 전갑길(이상 민주당), 이강래(열린우리당)이다.
한편 집시법 개악을 규탄하기 위해서 민중·시민·인권·사회단체들은 오늘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늘 집회에는 민주노총, 민중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실천시민연대, 천주교인권위, 민가협 등이 참여하였다. 비가 오는 도중에서도 기자회견은 30여분 동안 진행되었다(기자회견문은 아래 상자 참조).
이번 집시법 개정안은 27일 국회 법사위 심사를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다른 민중·시민·인권단체들과 긴급하게 모임을 가져 집시법 개악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집시법 개악 규탄 기자회견문
1. 설마 설마 하던 일이 결국 저질러졌다. 19일 국회 행정자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집시법 개악안이 통과된 것이다. 주요 내용은 ▶집회 신고를 3백60~48시간 전으로 제한 ▶집회에서 폭력 발생 시 남은 집회와 같은 목적의 다른 집회 금지 ▶외교기관 주변 집회 선별적 허용 ▶관할 경찰서장이 고속도로와 전국 95개 주요 도로행진 허용 판단 ▶소음규제 ▶사복경찰관의 집회 현장 출입, 각 경찰서에 시위금지 및 제한을 논의하는 자문위원회를 설치 ▶초중고교나 군사시설 주변 집회 금지조치 가능 등이다. 이는 한마디로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 일색이라는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어떻게 '국민참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정권에서 이와 같은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이며 위헌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2. 먼저 집회신고를 15일에서 2일 전에 하게 하는 것은 '싹쓸이 집회선점, 위장신고'를 규제하기 위해 나온 발상이겠지만 현실에서 보면, 대규모 집회의 홍보는 수개월 전부터 집회 장소가 확보되어야 하므로 이는 집회·시위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다. 위장집회가 문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집회가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나중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는 경찰의 자의적 법집행 때문이다. 악의적인 위장집회신고에 대하여는 처벌을 부과하고, 두가지 집회가 경합될 경우 집회 주최자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집회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무조건 금지통고하는 경찰의 자의적 법집행의 문제를 시정해야 하는 것이다.
3. 집회에서 폭력 발생 시 남은 집회와 같은 목적의 다른 집회 금지한다는 것은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는 다시는 합법적인 집회·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예컨대 사소한 충돌이 생겨도 이를 빌미로 집회를 금지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집회현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이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충돌이 발생하는 것도 대부분 경찰이 무리한 대응으로 집회참가자들을 자극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제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며, 현재 허가제처럼 운용되는 각종 단서 조항들을 삭제하고, 집회·시위 금지 통보에 대한 절차, 이의신청과 구제의 신속성을 보장하는 방향 등으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4. 외교기관 주변시위에 대해, 대규모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거나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외교기관 주변 100m이내 시위 금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다. 사람도 없는 휴일에 소규모 인원만 하라는 것이 어떻게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인이란 말인가? 외교기관 주변이라도 제한없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청와대, 국회, 법원 등의 주요공관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조항도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사회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통로나 힘이 없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식이 집회 시위인데, 국민의 소리를 국가의 주요기관들이 무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5. 관할 경찰서장이 고속도로와 전국 95개 주요도로에서의 행진을 금지할 수 있게 하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기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를 명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다. 실제로 도심의 거의 모든 도로가 주요도로에 해당하고, 이를 빌미로 집회신고가 종종 금지되는 현실에서 이는 행진을 아예 막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예컨대 얼마전 종로서는 청와대앞 인도상의 집회신고 마저도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했다. 소음기준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몇백명, 몇천명이 모인 집회에서 몇 데시벨을 넘었는지 안넘었는지를 놓고 쓸데없는 갈등만 초래할 것이며, 최근 80데시벨 이하로 하자는 것에서도 볼수 있듯이 사실상 '침묵시위'를 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6. 사복경찰관의 집회현장 출입은 그야말로 반민주적 발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사복경찰은 집회현장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현행법을 어기고 집회현장을 드나들며 감시함으로써 집회참가자들을 위축시키거나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데 이를 아예 공식적으로 허용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오히려 처벌조항을 두어서 사복경찰의 출입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집회현장이나 행진장소를 전경차를 동원해 에워쌈으로써 시야를 차단하고 집회 시위를 방해하거나 신고된 집회장소로의 출입을 막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 또한집회장소 안팎에서 집회 전과정을 촬영하는 행위는 자유로운 집회참가를 억압함으로써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참가자의 초상권을 침해하므로 역시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초중고교나 군사시설 주변 시위를 제한하는 것도 교육의 문제, 군대 특히 미군문제에 대해 눈을 감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7. 집회 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근본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집시법 개정은 이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집회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고, 특히 국민들이 삶과 권리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집회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집시법 개정은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 시위가 분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구시대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시위문화 개선은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하면서도 "불법시위를 주도하고 선동하는 지도부로부터 일반 시민이나 선량한 구성원들을 구분하고 이 선량한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설득 및 대화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노동자들이, 농민들이, 부안군민들이 지도부 선동으로 집회 시위에 나선단 말인가? 노무현대통령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대중들이 스스로 분노하고 시위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군사정권으로 회귀하는 것 마냥 집회 시위 제한을 통해 이를 억누르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집회 시위의 자유 제한을 억압의 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집회 시위의 자유 제한이 정권의 목적달성을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집회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인권적 반민주적 집시법 개악을 중단하라 !
1. 집회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시법을 개정하라 !
2003. 11. 20
집시법 개악에 반대하는 제 민중·시민·인권·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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