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프간 추가파병연장동의안 2시간 만에 졸속의결



1. 국회 국방위원회는 오늘(7일) ‘국군부대의이라크파견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본회의로 넘겼다. 이로써 17대 국회 국방위는 자신들 손으로 직접 이라크 파병을 승인하게 된 것이다. 아프간 파병연장의안(의료부대, 공병부대)도 함께 처리되었다. 이 두 안건(3개 동의안)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2시간 30분이었다.

2. 우리는 국방위 전체회의 전 과정을 직접 모니터하면서, 파병연장이라는 선택이 가져올 중차대한 결과에 대해 국방위원들이 진지하게 심의할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그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이라크 파병 1년 8개월, 자이툰 부대가 추가로 파견된 것만도 4개월이 지났고 그 과정에서 김선일 피살사건 등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났었는데도 17대 국회 국방위는 이를 제대로 진단하거나 평가하지 않았다.

이라크 향후 정세는 어떻게 될 지, 평화재건임무 수행이 가능한지,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내전갈등 가능성은 없는지, 구체적 국익은 무엇인지 등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고 국가적으로도 면밀히 분석해야 할 쟁점들에 대해 정부의 보고나 대책을 요구하지 않았다. 단 2시간만의 형식적인 토론으로 파병연장을 승인한 것이다. 16대 국회 국방위가 보여주었던 졸속 심의를 새로이 구성된 17대 국방위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3. 국방위는 동료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이라크추가파병 재검토 결의안’에 대해서도 끝끝내 무시하고 정부의 파병연장동의안만 다루었다. 국방위 스스로 ‘재검토 결의안’과 민노당이 제출한 ‘철군결의안’은 연장동의안 논의 시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놓고서도, 이들은 결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는 고사하고 토론마저도 배제한 것이다. 무려 50명의 국회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에 대해 단 한차례의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국방위원의 직무를 유기한 것일 뿐더러 해당 의원들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심지어 임종인, 박찬석 등 일부 국방위원들이 요청한 연장동의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 건은 안건으로 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김명자, 홍재형 의원은 토론이 충분하다며 표결을 종용했고 유재건 국방위원장은 본인도 오늘 이 안 건이 처리되기를 바란다며 표결을 강행했다. 이는 파병결정의 찬반을 떠나 국민들과의 열린 논의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4. 김명자 의원과 박세환 의원은 ‘파병을 철회할 현격한 이유가 없는 이상 원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가 파병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조차 이번 전쟁이 잘못된 전쟁임을 시인했고, 파병의 전제인 ‘전후 이라크’가 존재하지 않고, 평화재건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명백해 진 것이 등이 현격한 이유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두 의원은 현재 파병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철군방침을 밝히고 있고, 실제 철군을 단행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김선일씨가 죽었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며, 예정된 정치일정초차 혼미한 전쟁상태의 이라크에 우리 군대를 1년 더 주둔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불필요하다’는 발상은 과연 ‘한국 국회의원’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 한편, 김명자 의원 등은 지금 파병연장이 부결될 경우,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막연한 질문을 한데 대해 국방부 장관은 ‘그 외교적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보란 듯 대답했다.

그러나 파병연장에 반대하거나 그 기간을 축소하는데 따른 ‘외교적 부담’의 실체는 무엇이며, 파병을 하게 될 경우, 우리 군과 국민,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과 위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비교하는 토론은 일체 없었다. 다만 임종인, 박찬석 의원 등이 구체적인 토론을 시도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의 냉소와 무시로 토론되지 아니하였다.

5. 이 날 회의에서 국방장관은 임종인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전투참여 요청이 만약 있다 하더라도 우리정부로서는 재고할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얼마 전 국방장관은 “선거치안임무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정세가 극회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한데, 그곳에서 선거치안임무는 전투참여 요청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은 매우 높은 위험한 임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국방부장관은 이제까지의 국회보고에서 치안유지 임무는 한국군이 맡지 않고, 이라크 군경이 맡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보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내용에 대해 단 한명의 의원도 질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방위원들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파병연장을 심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6. 국방위원회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처리에 앞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의료지원부대’와 ‘건설지원부대’에 대한 연장동의안을 의결했다. 단 30분 만에 이를 처리했다. 우리군은 미국을 도와 아프간에 2년 동안 주둔해왔다. 그동안 미국은 관타나모 고문사건 등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자행했고 이에 대해서는 동맹국인 영국정부마저도 강력하게 항의한 바 있다. 게다가 대선을 통해 이라크 내에 합법적인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여기에 왜 우리 군이 더 주둔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방위는 제대로 따져 묻지 않았다. 30 분 만에 거수기 역할을 다한 것이다.

7. 우리는 자신의 소임을 내팽개친 이들 ‘거수기’들에게 나라와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정부의 활동을 감시할 일감을 맡긴 것이 통탄스럽다. 그들이 2시간 동안 내용 없이 강조했던 ‘국익들’은 국방위의 졸속 의결로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그 중 가장 심각하게 훼손된 것은 민주주의다.

평화군축센터


2004/12/08 15:39 2004/12/0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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