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 공동성명 합의를 환영한다
비핵화 :
2005/09/20 14:52
균형 잡힌 절충, 그러나 넘어야 할 산 많아, 신뢰에 기초한 성실한 추가 협의와 이행 뒤따라야
어제(9월 19일) 4차 6자회담 두 번째 회의에서 북미를 비롯한 6자가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2차 한반도 핵위기가 시작된 지 3년만이며, 제네바 합의 이후 11년 만이다. 한반도와 주변 각국의 평화를 위협하던 핵 갈등을 해결할 최소한의 합의점에 도달한 것은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다.
어제 발표된 공동성명은 “북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미국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남북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엄수하고 미국은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북의 ‘평화적 핵 이용의 권리를 존중’하고 경수로 제공은 ‘적당한 시점’에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공동성명은 또한 북미 간 “상호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양자 간 정책에 따라 그들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처”를 취하기로 하였다. 한국은 북에 대한 200만 Kw의 전력 지원 제안을 재확인하고 회담에 참가한 5개국은 북에 대한 에너지 제공의지를 밝혔다. 이 밖에도 6자는 동북아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했고 특히 ‘직접당사자’들은 한반도에서의 영구평화체제를 위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 협상하기로 하였다. 6자는 말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조율된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하고 5차 6자회담은 11월초 베이징에서 다시 갖기로 했다.
공동성명은 오랜 산고 끝에 도출된 대타협의 결과물이다. 북미를 비롯한 6자의 관심 사항이 비교적 균형 있게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적어도 이 합의로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길로 가는 최소한의 합의된 목표와 이정표가 마련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불신과 견해의 차이를 넘어선 북미 당국의 협상 의지, 그리고 막후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한 한국정부와 중국 정부의 평화적 노력이 맺은 첫 결실이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북미간 복잡한 절충과 타협의 산물로서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모든 핵 프로그램의 범위와 검증의 수위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유보되어 있다. 미국이 제기해온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의 실체를 두고는 아직도 논란이 있다. 미국이 우라늄 농축 문제를 입구가 아닌 출구에 놓은 협상전략을 취한 결과 공동성명에 도달했지만 출구는 까다롭고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경수로 문제도 그 시점이 언제인가를 두고 이른바 ‘평화적 핵 이용 존중’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북은 평화적 핵 이용 문제는 주권사항이라 보고 있으므로 모든 핵 폐기와 검증 이후 검토하겠다는 미국 측의 견해를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차 베이징 회담 외에 실무협의 일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고, 평화체제와 관련 ‘직접당사자’의 구성도 불명료하다.
이렇듯 공동성명은 합의의 시작일 뿐이다. 말을 구체화하고 행동의 일정을 잡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평화적 해결에 도달하겠다는 6자의 확고한 의지와 끈질긴 협상태도라 할 것이다. 사실 제네바 합의 등 핵 문제와 관련된 주요 합의가 유야무야 된 데는 북미 양자간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제네바 합의는 양자간의 합의였던 것과 달리, 이번 합의는 비록 공동성명이라는 낮은 수준의 합의이지만 북미간 합의와 나머지 4자의 보장이 함께 하는 다자합의라는 점이다. 북미는 성실한 태도로 첫 합의를 한반도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관계정상화로 완성해나가야 할 것이며 나머지 4자는 이를 적극 격려하고 추동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각국의 후속 노력과 협상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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