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에 대한 전략적-실용적 접근 (박건영, 가톨릭대, 2005. 3)
북미갈등과 핵위기/자료-시민사회 :
2005/04/29 22:19
한미일 3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난 3월 23일 6자회담 전망과 해법을 제시하는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와 조엘 위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과 다케사다 히데시 일본 방위연구소 교수는 이날 CSIS가 한국경제연구소(KEI), 맨스필드재단과 공동 개최한 ‘6자회담의 미래’ 세미나에서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새로운 노력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다음은 박건영 교수의 발표문을 국문으로 요약한 것이다(영어원문 첨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북핵문제에 대한 전략적-실용적 접근
가톨릭대학교 박건영 교수 (브루킹스 연구소 객원 연구원)
I. 문제의 발단
2002년 10월 초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계획을 경고하기 위하여 특사를 파견하였을 당시 북한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제네바 합의는 붕괴되었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스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북한은 최근 재처리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으며 덧붙여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핵실험 혹은 다른 나라로 그것을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하고 수십 년간 미국의 안보정책의 기초였던 비확산 체제와 미국의 상업적 기회를 손상시킬 수 있는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2기 부시 행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지한 자세로 북핵문제에 임하여야 한다.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이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II. 미국과 북한의 입장
미국은 북한이 우선 핵개발 계획 일체를 중단하고 우라늄 농축계획 및 핵무기도 함께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이 이를 약속할 경우, 6자회담 참가국들이 조건부 다자간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에너지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위한 필요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의 우려사항을 미국과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서면으로 불가침 약속을 하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의 제한장벽을 없애며, 핵 폐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서 북한은 여러 차례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또한, 북한은 우선 첫 조치로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동결하고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이나 그것의 이전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폐기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와 테러지원국 해제, 에너지 지원에 대한 미국의 참여 등 핵동결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양측의 의견차가 매우 크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전망이 그리 어두운 것은 아니다. 양측의 관계를 보다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III. 전략적-실용적 접근
1. 사안의 분리와 병행 해결 (Disaggregation of the Problem and Parallel-Processing)
플루토늄은 몇 달 안에 핵무기 전환이 가능한 반면에 우라늄은 훨씬 많은 기간이 소요되므로 미국이 북한과의 핵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우라늄 카드를 제시하는 것은 그 실익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에 시간을 더 주는 것이므로 이는 현명하지 못하다.
따라서 플루토늄과 우라늄 문제를 각각 분리하여 이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이슈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우라늄 문제로 인해 전체적인 협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문제를 별도로 처리할 경우, 북한이 플루토늄을 포기한다고 해도 억지력으로서 우라늄 프로그램을 보유하려고 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미국 측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높은 신뢰가 요구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북한 측의 입장에서 볼 때, 훨씬 효과적인 억지력인 플루토늄을 포기하면서 우라늄 프로그램을 유지하려고 할 이유가 없다.
북한은 협상 대가가 적절하다고 본다면 두 프로그램 모두 포기할 것이고,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양 프로그램을 모두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이 비밀스러운 우라늄 프로그램을 계속 갖고 있을 경우 그 기회비용이 엄청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플루토늄 문제
북한이 ‘진정된 그리고 본질적인’ 협상이 예상된다고 여긴다면 미국의 우선 핵폐기 요구에 대해 북한은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다. 북한 측의 주장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이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미국 주도의 다자간 안전보장’을 하고 경제제재 및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며 미국을 제외한 참가국들이 에너지를 지원한다. 북한은 플루토늄 활동을 동결하고 미국 혹은 제3자가 플루토늄을 관리하도록 하며 사라진 연료봉에 대해 입증하도록 한다. 만일 미국이나 북한 어느 한 쪽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른 참가국들이 합의를 이행할 것을 압박하는 집단행동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제안으로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미국 측 입장에서는 크게 유리할 것이고 최소한 잃을 것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으로부터 느끼는 위협은 절박하고 심각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선제 핵공격 대상국으로 삼고 있고 ‘악의 축’으로 그리고 ‘정권교체’가 필요한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낡은 재래식 무기나 빈사상태의 경제 등 북한의 위기 상황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더욱 크게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이전에 우선 미국의 안전보장 제공을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에 대한 불가침 약속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리적인 대안으로 미국 대통령이 불가침을 약속하는 서한에 다른 4개국이 서명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은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것이라고 불안해 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안전보장은 양자 모두에게 본질적인 이익이 될 것이다. 만일 북한이 약속을 어기고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해도 미국은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게 더 유리할 것이다.
나머지 4개국은 미국의 에너지 지원을 촉구하거나 북한의 거짓 행위를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그들이 쉽게 되돌릴 수 있는 행동을 약속하는 것임에 반해 북한 측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유리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우라늄 문제
우라늄 문제는 미국이 갖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적절히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동시이행 방식으로 북한의 플루토늄 활동을 동결시키면서 동시에 우라늄 농축 문제에 관한 전문가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 미국의 이해에 맞다. 회의에서 미국은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모호한 것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는 특히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정보가 거짓으로 드러난 시점에서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원을 밝힐 경우 북한이 이를 찾아내어 이 정보원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부인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은 그 정보가 어떻게 모아졌는지 밝히지 않은 채 고밀도 알루미늄 관이나 원심분리기 등 북한이 확보했다고 믿고 있는 물질들을 제시하면 된다. 만일 미국이 갖고 있는 정보원이 김정일 위원장이 전적으로 신임하는 최고위 관료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해도, 미래 정보수집의 가능성의 문제보다는 핵무장한 북한이 더욱 위험한 일이며 이에 따르는 결과는 막대한 만큼 미국이 그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다.
더욱이 최근 북한의 두 가지 핵무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임을 중국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미국이 정보데이터가 중국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 미국은 주장하고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북한이 그것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회의가 열리고 미국이 증거를 공개한다면 북한은 그것에 대해 설명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이 때 미국은 북한의 자백에 따른 부담을 줄이도록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이 평화적 이용 목적으로 연료 주기를 맞추기 위해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하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2002년 북일 평양선언이 나온 것도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 유연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R&D 차원에서 우라늄을 농축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2년 10월 켈리 차관보의 방북 직전에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HEU 관련한 정보를 전달받았지만, 미국의 이러한 언질이 두 나라가 북한과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저지시키지는 못했다. 미국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위협이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 한국과 일본은 2002년 9월과 10월초에 북한과 그러한 관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더욱이 그 정보는 애초 한국 정보당국이 미국에게 제공한 것이었다.
북한이 HEUP를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증거는 미 행정부가 최근에 ‘HEUP'(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대신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HEU에서 H(Highly)를 뺀 것은 미국이 2002년 10월 북한이 HEUP를 인정했다고 밝히면서 2차 핵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만일 미국의 증거와 북한이 제시하는 물질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면, 북한이 그러한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제네바 합의와 다른 협정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다른 참가국들은 그 물질의 폐기를 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분명히 플루토늄 협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고 문제 해결을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다.
합의 일탈 경우를 대비한 ‘4개국 사찰체제’ 만들기
미국이 증거제시를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증거가 제시되면 북한이 그 프로그램을 다른 장소로 이전시켜 미국 측 주장이 거짓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속임수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미국에게 사전 예고 없이 불시 사찰할 권리를 주는 방법은 북한 측의 반발을 살 것이 분명하다.
양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다른 4개국으로 이루어진 사찰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의 핵활동을 발견했거나 그러한 의혹을 갖고 있다면 이 사찰 체제는 미국에게 사찰권리를 주고 미국은 4개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사찰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사찰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1999년 금창리 사찰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사찰 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정치적 의지이다. 플루토늄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우라늄 농축 활동에 대해서는 100%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든 참가국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핵문제 해결 후 양국관계 정상화과제 (Upon Resolution of Nuclear Problems, Normalize Relations with North Korea to Transform It)
북한의 만족할만한 설명을 통해서든 혹은 4개국 사찰체제 구성에 동의하는 것을 통해서든, 만일 북한이 미국의 우라늄 농축 의혹을 성공적으로 해소한다면 핵협상은 빠른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관련 시설과 무기를 폐기하는 대가로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하고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수단과 경수로 등을 포함한 본질적인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NPT에 재가입하고 경수로에 대한 IAEA사찰이 가능하도록 즉시 IAEA 안전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또한 북한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가입하고 그 약속들을 준수해야 한다.
미국은 외교관계 정상화를 북한에 대한 보상으로 여기고 있으나, 달리 보면 중-미 외교 정상화 이후 중국이 개방 실용 노선을 걷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개혁에 나서고 개방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미국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실용적이고 개방된 그리고 국제사회와 통합된 북한은 핵무기를 갖는 것이 그들의 근본적인 이해에 손실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과 전면적으로 관계를 전환하고자 한다면 북한이 인권이나 공격적인 재래식 무기 배치 변화 등을 포함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진정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어서는 안된다. 미국은 예를 들어 한국이나 중국의 인권문제를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은 한국에서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중국과 외교관계가 성립된 이후에나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IV. 과연 해결 의지가 있는가?
2002년 경제개혁 이후 북한에는 시장경제 요소가 확산되고 있으나 신의주 특구의 실패와 미국과의 관계 악화 결과로 인해 예상되었던 경제개혁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반면 김정일 정권은 확고하게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군사적 측면에서 북한은 보다 공격적이고 무모해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북한은 미국의 군사공격 가능성에 취약해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비판 중 하나는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심각한 혐오와 관계있다고 보고 있다. 1954년 미 국무부 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는 공산주의를 악이라고 여기고 중국의 주은래와 악수하는 것조차 거부했었다. 그러나 1971년 투철한 반공주의자이지만 전략적이고 실용주의자였던 닉슨은 베이징으로 날아가 주은래와 악수를 하였다.
일부 비판자들은 부시 행정부의 의지 부족을 북한과 관계하는 것 자체를 클린턴이 했던 것과 같은 것으로 보는 ‘네오콘들의 알레르기’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형편없는 협상을 하느니 협상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 다른 비판자들은‘음모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들은 북한이라는 위협 대상이 없으면, 부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수많은 방산업체 계약자들에게 유리한 미국의 MD 계획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음모론자’들은 일년에 10억 달러 정도의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한국 시장을 잃을까봐 한반도 긴장 완화를 꺼려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존경받는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 이러한 의혹을 제거해야한다. 그것이 미국과 세계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WPJ(박건영).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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