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1년 내내 열어도 좋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이 만들어졌다. 이때 통치기구에 관한 규정 중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과 국회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점이다. 유신헌법 이후 행정부 주도의 권력질서를 반영하여 대통령이 국회보다 앞서 설치(규정)되었던 것이 국회를 앞세우는 것으로 변경된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국회의 개회일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종래 정기회와 임시회를 합하여 연 150일을 초과할 수 없었던 규정이 삭제되었다. 1년 365일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국회를 열어 국사를 논하고 민생을 살피라는 취지였으리라. 민주화를 통해 높아진 국회의 위상을 반영한 헌법개정이었다.

국회가 또 열렸다. 그러나....

지난 6일 임시국회가 다시 소집되었다. 파행으로 막을 내린 선거법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다. 방탄국회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는 국민들의 대의기관이다. 항상 열려있어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이를 마다할 국민들은 없다. 16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도 산적해있다. 호주제폐지법안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고, 통합도산법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인권의 사각지대 보호감호제를 없애기 위한 사회보호법 폐지법안은 법사위 소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시대착오적 법률은 손도 대지 못했다. 이처럼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들을 마저 하기 위해 소집된 임시국회였다면 국민들은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김밥이라도 싸서 당장 국회로 달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안중에는 그들이 지켜야할 밥그릇과 다가오는 ‘총선거’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밥값은 해야지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올해 연간 1억원을 넘어섰다. ‘국회의원수당등에관한법률’에 의해 지급되는 각종 수당과 입법활동비ㆍ정액급식비ㆍ가계지원비ㆍ명절휴가비 등 기타비용을 통틀어 세비라고 한다. 월 평균 8백 41만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세비만 받는 것은 아니다. 세비와는 별도로 국회내 의원회관 사무실유지ㆍ운영비로 월 45만원, 전화ㆍ우편 등 공공요금 명목으로 월 91만원, 차량유지비로 월 35만 8천원, 유류비로 월80만원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국정감사보좌활동지원 매식비’, 정책홍보유인물비, 의정보고자료발간비, 의정보고자료발송비 등의 명목으로도 연 1천만원 이상이 보조된다. 큰 돈은 참모들에게도 들어간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과 2명, 5급 비서관 1명, 6ㆍ7ㆍ9급 비서 각 1명 등 총 6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는데 이들의 연봉의 합은 2억 5천만원이 넘는다. 결국 법규에 의해 국회의원 1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4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공무로 여행할 때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의해 비용을 지급받으며, 언제든지 새마을호 특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을 이용할 때도 의전실을 사용하고 입국시 세관을 거치지 않으며,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방문국 주재 대사의 극진한 접대를 받게 된다. 일반인이 갖지 못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도 국회의원들은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으며, 아시다시피 16대 국회는 그 권한을 마음껏 누려왔다.

밥값도 못하면서 법만 어기나

앞서 살펴본대로 국회의원 1명을 위해서 1년에 최소 4억원, 4년이면 16억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사용된다. 여기에 전체 의원수를 곱하면 430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직접 국고에서 빠져나가는 돈외에도 국회의원들은 유형ㆍ무형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밥값은 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래야 국민들도 꼬박꼬박 내는 세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밥값을 하기는 커녕, 입법기관이면서도 법을 어기는 일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얼마전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현역의원인 307명 가운데 불법정치자금이나 개인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은 35명에 이르며, 이들이 받은 검은 돈은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56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이미 12명이 의원직을 잃었고, 등원 전에 개인비리로 5명이 기소되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제16대 전ㆍ현직 의원의 28.7%인 88명이 각종 부정비리와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밀려드는 짜증스러움을 감당하기 어렵다.

제16대 국회의 마지막 장면

무능력과 부패로 얼룩진 16대 국회가 임기만료 1달여를 앞두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이다. 노무현정부의 잘잘못을 떠나 탄핵안이 만약 가결된다면 어찌될까 생각해봤다. 야당이 3분의 2를 넘는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형식이야 어찌되었든 의회에 의한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다. 과연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1년밖에 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탄핵해야할 사유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무엇보다도 탄핵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 38일쯤 남은 것 같다. 16대 국회는 더 이상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만들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유권자 심판의 그날을 맞으라.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처장, 변호사)
2004/03/08 10:19 2004/03/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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