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관련 긴급토론회, "탄핵심판 기간 단축 가능하다" 주장도



3월 17일 오후 2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시민의신문, 오마이뉴스 공동주최로 탄핵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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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학술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가 '3.12 탄핵의결의 정치적 의미'를, 차병직 변호사가 '탄핵안 의결의 부당성 확인과 항의 지속의 필요성을 위한 법률적 검토'를,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이 '신자유주의의 개혁 파시즘을 경계하자'를 발제했다.

정해구 교수는 한나라-민주당이 현행 법상 명기된 탄핵을 했다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분적인 타당성은 있으나, 전체적으로 합법적이지 않다. 헌법상의 국회의 권한을 이용했으나 불법적인 강제를 동원해 물리적으로 강행했기 때문에 결국 쿠데타에 해당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의회에서 이런 쿠데타가 일어난 이유는 "반민주적 세력이 당당하게 정치적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니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민주정치세력이 위기에 몰리면 반민주적인 행태 즉, 과거처럼 군대동원은 이제 할 수 없으므로 합법을 가장한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정 교수는 "민주적 선거절차에 승복하는 것,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들 한-민당은 "최소한의 기본도 지키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이번 상황은 "87년 6월항쟁 이후 일궈온 민주화 규범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차병직 변호사는 탄핵사유, 탄핵사유 추가문제, 의결의 정당성 등에 대한 법률적 해석과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판단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차 변호사는 논란이 되는 탄핵사유 추가의 건에 대해 법률적 해석에 앞서 “탄핵요건으로 제기한 3가지 항목이 함량미달이라는 것을 야당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사유를 추가해서 "9:0이 아닌 8:1, 7:2 라도 나오도록 하기 위해"라고 짐작했다.

이어 차 변호사는 탄핵사유를 추가하려면,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던 것과 같은 똑같은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는 해석을 내리고 폴라 존스 사건으로 클린턴 미 대통령이 탄핵소추를 받았던 예를 들었다. 당시 연방대배심에서 위증과 허위 진술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탄핵받은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각각의 사안에 대해 탄핵의결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차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할 헌법재판소에 "오로지 법률적 판단만 하라는 구호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당파적, 정파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재판하지 말라는 의미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헌법자체가 정치와 판단과 결단의 결과물이다. 국가의 정책결정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헌재가 광의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탄핵심판 기간에 대해서도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헌재판결 기간과 미국의 예를 들며, 거의 매일 심리를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현재 헌재 업무 중 이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며 헌재의 빠른 심판을 촉구했다. 또한 법률은 "소추자의 사정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을 탄핵하는 정도의 중대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조사도 없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탄핵소추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촛불시위 참석자는 물론 탄핵반대를 외치는 국민들을 '친노세력'으로 몰아가는 한-민당과 보수언론에 대한 여론호도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노무현 한 사람을 위해 거리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 상황을 친노 대 반노가 아니라 민주 대 반민주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촛불시위 참가자 모두가 노사모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한나라-민주-자민련이 그렇고, 이문열과 전여옥이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오고 각계 항의가 터져나오고 이런 토론회를 갖는 것도 모두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서다"라고 현재 상황에 대한 명쾌한 판단을 내렸다.

다음은 정해구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탄핵의결의 정치적 의미- 정해구(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3월 12일 국회는 195명의 의원이 참가한 가운데 대통령 탄핵 투표를 실시, 193명의 찬성으로 대통령 탄핵을 ‘의결’했다. 대통령을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행위는 헌정 유린과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국민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 3.12탄핵의결의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하는 이 글은 3.12탄핵의결의 성격을 살펴보는 한편, 3.12탄핵의결의 정치적 배경과 향후 탄핵정국의 추이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의회쿠데타’ 시도로서의 3.12탄핵의결

쿠데타는 통상 통치세력의 일부가 불법적으로 물리력을 동원하여 기존의 정부를 전복하고 그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군사쿠데타는 군부 또는 그 일파가 군을 동원하여 기존의 정부를 전복, 그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의미한다. 쿠데타의 이 같은 의미에 비추어볼 때, 3.12탄핵의결은 의회에 의해 자행된 일종의 쿠데타로 볼 수 있는가? 이를 검토하기 위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기준에서 그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국회가 통치를 분담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국회의 탄핵의결이 물리력을 동원한 불법적인 행위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국회는 통치를 분담하고 있는가?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 그리고 독재자로서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던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대한 경험 등의 원인 때문에 우리는 통상 통치권력이 대통령과 여당 등에 의해서만 장악되어 있고, 따라서 통치는 대통령을 위시한 그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체제 하의 통치권력은 3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등에 분립되어 있다. 물론 정부형태가 대통령제인가 내각제인가에 따라 그 분립의 양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체제 하에서 권력 분립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국회는 통치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정부기구중의 하나이며, 따라서 국회를 구성하는 정당 역시 통치권력 행사의 한 당사자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당연합에 의한 3.12탄핵의결이 물리력을 동원한 불법적인 행위인가? 우리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행위를 했을 때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에 의한 탄핵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야당연합은 대통령이 법을 위반했으며, 또한 국회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으로 탄핵을 의결했으므로 국회의 탄핵의결은 합법적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야당연합의 탄핵의결이 ‘부분적’으로는 합법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것은 ‘충분한’ 합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상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어야 하는데, 과연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존재하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물론 야당연합은 탄핵의 사유로서 대통령의 불법 선거운동, 권력형 부정부패,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서 불성실한 직책수행과 경솔한 국정운영이란 사유는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이는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 권력형 부정부패의 문제는 현재 정치권 모두와 관련된 문제이고 특히 탄핵을 제기하는 한나라당의 부정부패는 더욱 크다는 점에서 대통령에게만 특정해서 그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더구나 측근비리가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분명치 않다. 또한 그것은 지금 검찰의 조사가 진행 중인, 그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위법 행위와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불법 선거운동의 문제이다. 그러나 방송기자와의 회견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대통령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이 불법인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두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대통령의 행위 자체의 불법성 여부가 논쟁적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은 정치적 당파성을 가지고 국민의 선출에 의해 당선된 ‘정치적으로 선출된’ 선거직 공무원이다. 그런 점에서 선거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지위는 정부에 의해 고용된 직업공무원과는 다르다. 따라서 정치적 당파성을 가진 선거직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의 특정 정당 지지 발언은, 그것이 행정부를 통한 불법적인 정치 개입이 아닌 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 과거 대통령의 관권 선거개입의 경험 탓에 대체적인 국민정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서상의 문제로서 법적인 문제인 것은 아니다.

둘째는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대통령의 그러한 행위를 ‘불법’으로 판정했느냐 하는 점이다. 이 역시 애매하다. 선관위에서 대통령에게 보낸 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그것은 일종의 '주의' 경고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선관위의 판정은 법적인 '불법' 판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행위가 설혹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었을지라도 그 위법이 대통령의 탄핵에 이를만한 사유에 해당되는 ‘중대한’ 것인지의 문제 또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 제65조의 탄핵 규정을 말 그대로 적용하다면 대통령의 위법 행위는 그것이 경미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인 만큼, 국정운영의 총체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사유는 이에 상응할 만큼 ‘중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사소한 위법을 문제삼아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그것은 국민주권에 대한 부정일뿐만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제85조), 이는 대통령의 위법 논란으로부터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데에도 헌법 65조가 대통령이 위법 행위가 어떤 것이든 그 모든 위법 행위가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된다면, 대통령의 위법(그것이 경미한 위법이라 할지라도) 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에 대한 형사 소추를 할 수 없는 만큼 언제나 탄핵의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논리라면 대통령이 법을 어겼을 경우, 국회가 그 형식상 조건만 채운다면 대통령은 형사 소추를 당할 권리(?)조차 갖지 못한 채 바로 탄핵소추에 직면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즉 대통령은 일반인보다 못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야당연합의 탄핵의결은 부분적으로는 합법적일지 몰라도, 그 완전한 합법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불충분한 합법성만을 가진 탄핵 사유로 대통령의 탄핵을 의결한 야당연합의 시도는 불법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불법적인 탄핵 시도를 위해 국회에게 부여된 권한과 그 경호권까지 발동하여 강제적으로 탄핵안 의결을 시도한 것은 사실상의 ‘쿠데타’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자신들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또한 정치자금 수사로 인해 그들의 상당수가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연합이 대통령 탄핵을 감행했던 것은 사실 정략적 의도에서였다. 즉 야당연합은 정치자금 수사로 인해 그들의 정당성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성 정치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한편, 이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동시에 보다 장기적으로는 내각제 개헌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통해 그들 주도의 권력 장악을 도모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연합에 의한 3.12탄핵의결은 그들의 정략적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해 헌법의 규범을 악용, 의회에 부여된 권력을 부당하게 동원하여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했던 일종의 ‘의회쿠데타’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헌법의 탄핵 규정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정략적 목적을 달성코자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헌정 유린이 아닐 수 없다. 의회쿠데타가 군사쿠데타와 다른 점은 후자가 불법적으로 군을 동원하여 쿠데타를 감행한다면, 전자는 합법적인 외양으로 사실상의 쿠데타를 감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쿠데타로서 공통적인 성격을 갖는데, 그것은 민주적인 선거를 거쳐 등장한 합법적 정권을 국민의 의사에 반해 전복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이다.

반민주적 ‘의회쿠데타’의 정치적 배경

야당연합은 왜 3.12탄핵의결을 시도하고 나섰는가? 그들이 ‘의회쿠데타’라 지칭될 수 있는 이 같은 반민주적 시도를 추진했던 정치적 배경은 무엇인가? 권위주의시대 독재정권은 그 통치권력을 독점한 채 그것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부 여당을 비롯하여 각 정치세력 역시 민주화에 따라 아래로부터의 선거 결과와 민주적 규범에 일정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 특히 과거 독재세력의 후계세력은 그러한 민주화의 결과에 꼭 순응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반민주적인 행동을 통해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거부했고 민주적 규범을 자주 훼손해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90년 1월에 있었던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합당은 국민 주권에 반하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들의 당적이 3당합당으로 인해 국민의사에 반해 일거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야대여소의 압력 속에서 추진되었던 ‘의사(擬似)민주화’ 개혁은 무산되었고,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3당합당의 지역패권연합에 기반한 김영삼정권이 등장할 수 있었다. 실정법상 위법은 아닐지 몰라도,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국민주권에 반하는 이 같은 반민주적 행동이 민주화 이후에 특정 정당들에 의해 버젓이 저질러졌던 것이다.

야당연합에 의한 이번 3.12탄핵의결 역시 민주적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반민주적인 방법에 의해 그것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실 이번 3.12탄핵의결의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지난 제16대 대선 결과이다. 비주류 정치인인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출범시켰던 제16대 대선 결과를 한나라당은 내심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적, 기득권적 주류 정치집단에 대해 타협적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약화시키고자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던 민주당의 분당과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는 특히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위기의식을 가속화시켰다. 총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그들의 이 같은 위기가 확인되자, 야당연합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극단적인 공격에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3.12탄핵의결의 ‘의회쿠데타’가 바로 그것이다.

1987년 탈독재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의 정치세력들에 의해 이와 같은 심각한 반민주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민주적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적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정당한 정치경쟁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의지와 능력을 결여한 비민주적 정치세력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반민주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3당합당의 반민주적 시도는 독재세력의 후계세력인 노태우정권이 야대여소의 국회에 의한 합법적인 민주개혁 압력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이를 일거에 역전시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발생했고, 이번 야당연합에 의한 3.12탄핵의결의 ‘의회쿠데타’는 기본적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치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의 압력 속에서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중단시키려했데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어떤 점에서 전자에 비해 후자는 더욱 악의적이다. 그 시도의 영향은 더욱 충격적이고 헌법조차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최소한의 조건이 민주적인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이며 민주적 규범에 대한 존중이라면,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정치의 특정 정치세력은 아직도 이 같은 최소한의 조건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그들은 합법성의 외양을 걸치고 내용적으로는 전혀 합법성을 갖추지 못한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연합에 의한 이번 ‘의회쿠데타’는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도전 행위이다. 이와 같은 헌정 유린의 반민주적 행태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위기에 빠져들고 있으며, 따라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놓이게 되었다.

향후 탄핵정국 전망

국회의 3.12탄핵의결 이후 우리 정치는 급속히 불안정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으며 그 전망도 불투명하게 되었다. 우선 국회의 탄핵 의결에 대한 항의의 물결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하기도, 승복하기도 어려운 국회의 탄핵의결의 부당성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로 인해 야기된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항의의 목소리는 급속히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일 동안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항의 시위사태는 그것이 점차 국민적 항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항의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탄핵의결을 주도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에서의 이해 때문에 자신의 행위를 적극 변명하고 나서고 있다. 또한 그들은 그들 자신이 항의사태를 야기시킨 장본인이면서도 이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과 대규모 항의 사태에 대해 이를 선동(특히 방송의 선동)과 혼란으로 치부하고 있다. 야당연합의 이 같은 태도는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기보다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치와 사회는 한편으로는 탄핵결의를 정당화시키고자 하는 측과 다른 한편으로 이에 항의하는 측으로 양분, 그 대립은 급속히 첨예화될 전망이다.

이 같은 유동적 상황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다음의 두 계기이다. 그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이다. 이와 관련 헌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대통령 탄핵결정의 한 당사자가 국회라 한다면 그것의 또 다른 당사자가 헌재라는 점이다. 양자의 판단에 있어 전자가 주로 정치적인 판단을 한다면 후자는 법리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헌법이 대통령 탄핵문제를 입법부와 사법부의 양 기관에 분담시키고 있는 것에는 그 결정의 신중함과 더불어 상호 견제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현실에서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경우 그것은 것잡을 수 없는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국민의사에 반한 국회의 부당한 탄핵의결에 국민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헌재의 그러한 결정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의결을 기각, 사태를 원상태로 돌린다면 탄핵정국은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유동적인 상황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계기는 국회의원 총선 결과이다. 국회의 탄핵의결에 대한 또 한번의 심판은 국민에 의해 내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적어도 헌법 개헌선인 국회재적의원 3분의1을 넘지 못할 경우,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과 총선 결과를 연계시키겠다고 한만큼(그러나 그것은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내각제 개헌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연합의 대통령 탄핵은 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우리 정치가 개헌을 둘러싼 격렬한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탄핵정국을 둘러싼 향후정국에 대한 이상과 같은 전망과 관련, 현재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선택 사이에서 기로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의 선택은 기성의 정치가 연장되는 길이다.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자민련 등 기성 정치세력들이 원하는 바의 길인데,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기득권이 유지될 수 있는 정치적 틀을 재구축하는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 즉 그것은 단기적으로는 기성의 지역주의정치와 구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노무현정부를 약화 또는 붕괴시키는 길이며,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길이다. 특히 국민의 정부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요구가 점차 증대하고 있는 상황은 그들의 비개혁적 태도는 그들의 이 같은 시도를 재촉하고 있다.

다른 하나의 길은 기성의 정치가 변화,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고 비지역적인 새로운 정치가 구축되는 길이다. 그것은 아래로부터의 국민적 요구이자 위로부터는 노무현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시도이다. 그리고 위와 아래의 그것을 제도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국민 직선에 의한 대통령제이다. 국회를 그 기반으로 하는 기성정치와 국민과 대통령을 그 기반으로 새로운 정치 변화 요구가 충돌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적 배경은 바로 이와 같은 바, 그것은 이번에 국회의 대통령 탄핵의결이라는 초유의 충돌로 나타났던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다음의 두 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헌재의 대통령 탄핵 판결 또는 총선에서의 기성정치의 승리-->내각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정부형태 변경-->기성 정치의 장기적 생존 등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기각-->총선 결과 새로운 정치세력의 승리-->대통령제를 통한 정치개혁의 계속적인 추진 등의 길이다. 향후 정국은 어느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 탈독재의 민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문제를 둘러싸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도약과 퇴보 간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최현주 기자
2004/03/18 13:07 2004/03/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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