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종 국민행동 문화행동위원장
정치개혁 기타/2004탄핵무호범국민행동 :
2004/03/26 10:27
민주주의, 신명나는 광장에서 살려내자
지난 20일 광화문은 거대한 촛불로 활활 타올랐다. 서울 한복판 뿐이 아니었다. 전국 50여개 도시는 물론, 바다 건너 타국에까지 퍼진 그 불길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도 함께 일어선 100만의 물결은, 4.19 혁명을, 87년 6월 항쟁을 국민들의 아련한 기억 속에서 꺼내놓았다. 그러나 4.19 혁명과 6월항쟁때 경험했던 공포와 긴장감은 간데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웃음과 신명이 들어섰다.
촛불행사를 '시위'라기보다 '축제'로 만들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두셋인들 만족할까? 320 백만인대회는 성공리에 끝났지만 그들은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곧바로 27일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 범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귀가할 시간인 저녁 9시에 떡하니 실무회의를 잡았다. 시간에 맞춰 오기도 힘든 지금종 국민행동 문화행동위원장을 인터뷰라는 이유로 일찍 오게 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광장은 예전에도 지금도 없다. 광장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외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의식과 감성, 동시에 표출되는 한마당
- 피곤해 보인다.
“잠이 많이 부족하다. 실컷 자봤으면 좋겠다.”
- 백만인대회때 직접 모금함을 들고 돌아다니던데, 시민들을 만난 소감은?
“시민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그날 하루만 1억 1천 3삼백만원이 모였다. 어떤 이는 10만원짜리 수표를 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 백만인대회를 문화행사로 준비하는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문화행사는 의식과 감성을 한꺼번에 표출시켜야 한다. 문화제이기도 하지만 고도의 정치성을 가지고 있는 집회이기도 하기 때문에 두가지가 결합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한계들이 존재했다. 출연진들이 가지고 있는 끼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어려웠다. 또한 규모에 비해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 출연진들은 모두 노개런티였나?
“그렇다.”
- 출연진 섭외의 기준은?
“우선 가수들의 경우는 '지나치게 폭을 넓히지 않는다'는게 전제가 돼 있었다. 행사전체 구성으로 볼 때 공연으로만 갈 수는 없지 않나. 그리고 행사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지와 인기도와 관계없이 꾸준하게 이 부분에 참여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자원자들은 최대한 무대에 참가시켰다.”
- 깜짝 놀랄만한 빅스타가 나온다고 해서 일각에서는 기대도 했었는데 결국 무산되었나?
“이거야말로 진짜 해프닝이다. 원래는 발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데 기자들의 관심에 답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흘려진 것이다.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다. 네티즌들이 원하는 스타들을 최대한 접촉해봤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기인에 의존해서 집회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국민들의 다양한 열망 표출, 그 누가 막겠나
- 백만인대회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문화행사 집회를 했는데 그게 좀 더 민주적인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백만인대회를 준비할 때 돌발상황에 대한 우려로 인해 통제 시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참여와 다양성이 침해당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 27일 다시 대규모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되나.
“백만인대회보다 규모가 작을 것이다. 이번에는 많은 수를 모으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만인대회의 평가를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한 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 '총선에 영향을 주거나 정치권에 악용될 소지로 인해 촛불집회를 그만하자'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심으로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 정략적이라고 본다. 백만인대회의 기본 동력은 반민주적인 의회쿠데타에 대한 분노이다. 열린우리당에게 유리해졌으니까 그만하라는 것도 야당측 입장이 되는 것 아니냐. 결국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피해가는 것이다. 아직도 탄핵정국이고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바람과 욕구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국민행동이 그만둔다고 국민들의 분노가 멈추겠나. 그것 또한 대중들의 열망을 인위적으로 누르는 것이다.”
무섭다는 것은 낯설다는 것..., 신명의 광장을 만들어야
- 시위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집회가 문화적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감성의 문제이다. 예컨대 시위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동조한다 하더라도 무서워서 참여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서운 것은 낯선 것이다. 시위자들의 말과 행동이 낯설기도 하고, 참여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사회문제에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 어떤 방법들이 있겠나?
“똑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도 표현 방식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구호를 외칠 수도 있고 격렬한 몸짓을 할 수도 있고 춤과 노래로 표현할 수도 있다. 누드시위도 할 수 있는거다. 사회이슈는 비장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도 안된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획일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라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이를테면 유럽의 68혁명 같은 경우를 주목해보자. 기존의 권위, 편견, 인습들을 깨나가는 혁명이었고, 우리 사회도 서서히 진행중이다. 앞으로는 시위문화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참여하는 주체들의 자발성을 꺾는 것 보다는 다양한 표현의 통로를 열어주는 방식을 많이 고민해야 한다.”
- 요즘 광장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광장은 예전에도 지금도 없다. 그나마 광화문이 모임의 장소가 되었다.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간정의'라는 측면에서 보면 참 한심한 나라이다. 이렇게 차 중심적인 나라가 많지 않다. 굉장히 후진적이다. 광장을 없앤 것은 집회를 못하게 하기 위한 독재정권의 음모였다는데, 어찌됐건 사람들이 모여서 놀고 토론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들을 요구해야 한다.”
광장 이야기에 점점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던 지금종 문화행동위원장에게 지나가던 국민행동 관계자가 회의 시간이 다 되었다며 말을 건넨다. “정각에 시작해서 최대한 빨리 끝냅시다. 오늘은 잠 좀 자야지요.” 오는 27일 광화문에 모일 사람들에게, 인터넷 접속으로 참가할 사람들에게, 웃음과 신명 그리고 다양한 표현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종 문화행동위원장은 오늘 밤도 기꺼이 바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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