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을 넘어 개혁네트워크 구축 노력하겠다"



80년 광주를 경험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광주의 진실을 전해들은 고등학생은 대학에 와서도 "정상적인 대학생활이 불가능했다."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장과 삼민투 위원장-투옥-민청학련 등의 민주화운동 과정을 밟았다.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이 제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과 선택에서 고진화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의 이력은 그다지 특이하지 않다. 민족과 계급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던 눈이 동구 사회주의의 붕괴와 국내의 점진적인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새롭게 성장하는 시민의 눈으로 변했고,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를 직접 보고 듣고 학습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회의식의 뿌리가 광주 학살에 닿아 있는 그가 한나라당, 그것도 현재의 한나라당이 아니라 16대 한나라당에 몸담았다는 것은 자체로서 한 시대의 질곡의 전형이다. 자신과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설명 역시 뭔가 명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특별히 그에게만 아름다움을 요구할 수도 없는 그의 '존재미학'이 중요한 것은 아닐 터.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내에서 그의 '존재' 자체다. 한나라당에서 '여전히 소중한 이 존재'는 총선 이후 방송토론에 나와 전체 정치권에 이라크 파병 재검토론을 지피는 불씨 역할을 했다. 고 당선자는 또한 국회의원들이 왠만하면 언급하기 싫어하는 '평등하고 상호 대등한 우호관계로의 한미관계의 재조정'을 거침없이 이야기 했고, 한나라당에서 여전히 아쉬운 '남북간 평화협력기조의 유지 발전'을 주장했다. 역시 아쉬운 대목이 없진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문제나, 개악 집시법의 개정, 선거관계법에서 참여민주주의 강화 등 일반민주주적 과제들에 대한 그의 시각도 시민사회적 가치들을 비교적 온전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이런 주장을 가진 존재가 자신을 드러내는 데 망설임이 없다면, 그것만으로 한나라당의 변화에 희망을 걸어봄직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 당의 소장개혁파는 당론 앞에서 허약한 존재였다. 자신의 주장을 현실화시키려는 노력보다는 '개혁 이미지 효과'를 노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당 내부에서, 당을 넘어 개혁파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보겠다"는 그의 다짐은 더 없이 소중하자만, 그래서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고진화 당선자와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민주화운동 경력을 포함해 지금까지 이력을 설명해 달라.

"고등학교 2학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 그 시기에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을 하셨던 김진경 선생님을 통해 광주항쟁의 진상을 많이 알게 됐다. 그 선생님이 당시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구속이 됐는데, 그런 분들하고 교류하면서 한국의 사회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당시 대학은 워낙 폭압적인 상황이었으니까, 정상적인 학원생활이 불가능했다. 학생회장도 하게 되고, 삼민투 위원장도 하게 되고, 군 작전권을 미국이 가졌으니까 광주학살에 대해 방조하고 묵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미문화원 시위도 하고 그래서 감옥에도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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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전민련, 민청련이라든가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다. 개인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우리밀살리기운동같은 시민운동도 했다. 정치에 참여한 것은 90년대초 (재야운동의) 정치세력화와 관련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 참여하다가 96년에 꼬마민주당 활동을 했고, 출마도 한 번 했었다. 이후에는 너무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바뀐 세상을 공부도 좀 하고, 아무래도 세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미국의 실상을 보고 오자, 미국에서 한국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한 번 점검 해보자 하는 취지에서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2000년에 한나라당으로 출마를 했다. 그 이전에는 원외 지구당위원장으로 지역활동을 했다."

"전체 정치지형에서 중도 통합의 역할 맡고 싶다"

-경력만 보면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96년 통합민주당에서 출마했다 떨어지고, 미국 갔다 오니까 민주당이 해체가 됐다. 일정 분들은 국민회의로 갔고, 일정 분들은 한나라당으로, 이렇게 됐더라. 그런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다고나 할까. 민주당이 유지됐으면 민주당으로 갔을 것이다. 현실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당시 제3의 힘이라는 것 만들어 386 모여보자, 이렇게 추진을 해보다가, 젊은 피 수혈론이 나오고, 그런 상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덩치가 큰 야당이었다. DJP연합이라 불리는 김대중 정부가, 지역적으로 연합정권이고, 정책적으로 정체성 다른 세력의 연합이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봤다. 야당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집권당을 견인하고 견제할 수 있지 않겠냐, 그런 부분에서 야당의 몫이 더 크다는 생각을 했었고, 당시 통합민주당 측 인사들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다. 그렇게 선택을 했다."

-정치상황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데, 세계관이나 이념의 변화 부분은 설명이 좀 부족하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합의된 가치가 85년 민족·민주·민중이라는 삼민주의에서 발전해 자주·민주·통일 이런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서냉전이 해소되는 90년대 초 이후부터 관심을 가진 분야가 환경문제같은 범지구적 문제였다. 그런 식으로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계급운동 중심의 민족민주진영의 투쟁전선에서 활동하던 것이 80년대 말로 가면서 시민운동이 생기고, 생각들의 변화가 꾸준히 진행돼왔다. 미국에 가서 특별히 변한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변신의 최대치는 어쨌거나 합리적 보수다. 고 당선자는 보수주의자인가?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제도 정치권에 들어와 있는 모든 정당이 보수정당이다. 열린우리당을 진보정당이라 보지는 않는다. 다만 한국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는 것이, (나는) 진취적이고, 분명히 개혁파인데, 이념적인 지향에서 사회민주주의 지향하느냐, 그런 건 아니고, 자유주의적 성향이 있고, 자유주의적 개혁파다, 이렇게 생각한다. 좀 더 논의가 진행되면서 정립이 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

"인간의 최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생산에 질주하는 세력에 대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주장하는 시민운동이 균형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정치도 그런 균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해방공간에서 소위 중간세력은 거의 제 역할을 못하고, 암살 당하거나, 극우파나 좌파 이런 부분에 의해 분열되는 양상으로 갔다. 냉전의 영향력이 컸었는데, 지금 시대에는 중간세력이 극단을 수정하면서 가는 정치지형이 마련되지 않을까 본다. 서구에서 제3의 길이라 말하는 것이 그런 부분인 것 같고. 이제 합리성, 대화와 타협 등 민주적인 일반규칙들이 정착을 하면서, 이념적인 극단이 아니라, 일정한 중심이 있어서 극단을 해소하는 정치지형이 펼쳐지지 않을까 전망을 한다. 한나라당은 보수라서 비판받은 것이 아니라, 완전히 왜곡되고, 극단적이고, 지역감정에 의존하고, 남북화해나 이런 부분에서 냉전적인 사고에 젖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고쳐내서, 실질적인 국민통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개혁세력의 역할이라는 게 꼭 한나라당 뒤집어서 주주가 되겠다는 이런 것보다는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노당으로 해방 이후 이념적 정체성이 분화가 됐다면, 이제는 자기 정체성이 확인된 바탕 위에서 모여가는 그런 것에 기여를 하고 싶다. 한나라당 분들하고 충분히 그런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당선자가 변화시켜려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노선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전개될 정치지형에 대해서 전망해달라.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노당으로 잠재돼 있던 것들이 가사화됐다고 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3개 정당 모두 내적인 정체성 확립에 진통을 겪고 있는 과정이다. 어느 당도 안정화된 정당은 없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은 지도부 뽑는 데, 유연한 사민주의 노선과 좀 더 완고한 계급운동 노선이 있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도 구성원 면면을 보면 근본적인 개혁주의 입장하고, 실용주의 노선 분들하고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예전의 논쟁점보다는 좌측으로 좀 이동했지만 합리적인 보수와 자유주의적 개혁에 기조를 둔 분들이 있고, 전통적 보수랄까 이런 입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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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면, 앞으로 진보-보수로 가느냐, 그 진보-보수 구도도 한나라당과 민노당으로 대별되는 진보-보수로 갈거냐, 아니면 열린우리당-민노당 정도 되는 진보-보수 구도로 갈거냐 하는 전망이 있다. 아니면 민노당 같은 경우 잠깐 반짝하다가 열린우리당 정도의 진취적 입장과 한나라당의 양자 구도로 갈거냐. 이 분화가 안됐기 때문에, 이게 어디로 갈 건지, 특히 한나라당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에 따라 이 변화가 재정립이 될 지---.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의 변화가 정치권 변화에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정치사회 모델로서 단순 분류하자면 유럽식과 미국식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유형을 선호하는가?

"이상적으로는 유럽형이 좋지 않겠나 하는데, 현실적으론 오히려 미국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진보세력의 대중적 뿌리와 기반의 취약성, 냉전 질서가 완전히 없어지지 못한 분단상황의 지속, 거기서 오는 이념적 지형의 제약조건이 있다고 본다. 그 다음 한국이 자본주의 세계질서 속에 있고, 중국이 이런 구조 속에 포섭되어 들어와 있는 상황,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결국은 과거의 진보와 보수의 구도는 어렵지 않을까. 그런데 민노당에다가 민노총-한노총의 통합, 여기에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결합하는 이상적인 하나의 창출이 있다면, 다른 변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원내 정당화냐, 대중정당이냐 분명히 해야"

-이번에 한나라당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이 있었다. 당선자가 생각하는 한나라당의 바람직한 지도체제는 무엇인가?

"지금 상황은 과도기적이다. 원내대표의 위상이 뚜렷이 설정 안됐고, 원내대표와 정당대표 사이에 권한과 책임이 합의가 안된 상태다. 그래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결론이 난 것 같고, 원내대표는 좀 애매한 상황으로 남아있다. 내 판단으로는 원내 정당화로 갈 거냐 안 갈 거냐 논의가 일단락되어야 지도체제 문제가 정비된다. 원내 정당화로 간다고 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원내 정당화로 간다면 정당체계가 간소화되고, 중앙당은 연구소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상징적인 역할만 하면 되는데, 그런 부분이 분명하지 않고, 역으로 민노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진성당원이 일상적으로 당비를 내고 참여하는 대중정당 형태로 가느냐 하면 그런 것도 더욱 아니다. 정치개혁 과정의 결정이라는 게 전부다 원내 정당화, 비용절감 이런 데 포커스 맞추고 갔다. 나는 처음 이것에 반대했다. 아직까지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유형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형태적으로 보면 유럽식의 정당모델 이런 걸 더 거치고 나서 생각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IT산업의 발전과 인터넷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의 요소 강화, 이런 걸 근거로 삼아 원내 정당화로 나갔다.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으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지도체제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원내대표에게 확실한 권한을 주고, 정당 지도부는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정책기능으로 바뀌어서 원내정당의 원내활동을 보조하고, 당의 정체성 확보하는 활동에 주력하는 게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안되니까 지도체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병 재검토 불가피"

-한나라당 관계자로선 처음인가 싶은데, 이라크 파병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파병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지금은 주한미군 문제와 겹쳐버리니까 사람들이 판단하기 어렵게 되가는 것 같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문제가 안보의식과 연결돼, 무너지면 안되는 성역같이 돼있다. 여기에 파병문제 겹쳐서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나 우려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되어야 할 것은 결정되어야 한다. 이번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이 밝힌 대로, GPR(해외주둔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라 전부터 논의가 됐던 것이다. 이 문제와 파병은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

이라크 문제는 일단은 미국이 독주해서는 문제가 잘 안 풀리고 국제사회 연대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드러나는 상황이 지금 미국이 명분이 아주 약화됐다. 포로수용소에서의 인권유린, 그리고 예방적 선제공격을 통한 사전적 평화 개념이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 명분도 위축돼 버렸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부분이 군의 성격 문제인데, 정부가 말하는 평화재건 성격이 사실 애매해졌다.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명분은 약화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라크 파병은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왔다고 본다. 다만 극단적으로 우리는 평화주의자니까 파병은 절대 안한다 이렇게 할 수는 없고, 그런 극단적인 주장을 내비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검토하고 재협상해야 된다. 파병 시기와 조건, 규모 다 재검토해야하고, 특히 미국 선거가 있고, 전쟁에 대한 미국내 여론, 미국내 각 정치세력간의 갈등관계 이런 거 살피면서 접근해야지 한 번 결정했으니까 무조건 파병해야 한다 이런 건 아니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전쟁과 파병부대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우리 사회 세력관계에서 볼 때는 한국과 미국 간의 특수관계를 어떻게 조정하고, 가져 갈 것인가에 대한 입장 차이가 깔려 있다.

"한미동맹을 지지하면 이라크 파병해야 되고, 미국에 항상 우호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입장이라든가, 또 그 반대 입장도 고정관념이다. 한미동맹은 1950년대 전쟁 직후에 형성된 관계에서 질적으로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로 발전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기보다는 생존 자체를 지키기 위한 관계였다. 그 이후 70년대 80년대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또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이제는 그런 것을 다 반영한 관계로 진전해야 한다. 국가간의 대등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 그것이 양국간에 공히 필요한 문제의식이다.

그 다음 동맹관계는 당연히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의 분단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이 자본주의 체제로 통합돼가지만, 중국의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미-중간의 긴장이 분명히 있다. 통일 이후의 국력이나 국제적 위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주도력을 가지고 동북아에서 관계정립을 해 나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런 면에서 예전에는 냉전 하 자유체제 수호자로서 미국이었다면, 지금은 동북아 균형자적 역할로서 미국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

-대등하고 평등한 한미관계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가?

"소파 개정 계속 논의돼 왔는데 잘 안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한미군 재배치 과정에서, 전에는 국방부장관이라든가, 대통령 안보보좌관이 하던 역할을 한 등급 낮춘 사람이 전화로 통보한다든가, 이런 게 과연 한국민 입장에서 대등한 관계로 가려고 하는 것이냐 비판받을 소지가 많다. 미국이 전략적 필요에 의해 하는 거라면, 굳이 우리나라 사람들 안보적 불안이나 의구심 갖게 할 것이 아니라, 협력적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 국민도 좋고, 미국도 좋지 않았을까 한다."

-한나라당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결국 대북정책에서 정교한 논리로 남북화해기조에 반대할 것이란 지적이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에 남북경협 활성화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복원이 좀 돼서 장기적으로 통일 전에 국민총생산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 이런 것은 아주 진취적으로 본다. 남북화해협력의 기조 자체에 동의하는가 문제 제기가 있는데,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기존 한나라당 노선은 전략적인 향로를 잘못 설정한 것 아닌가, 조금 인도적인 지원하려다가도 일정 시점 지나면 다시 갈등과 긴장을 되풀이하는, 이런 것은 문제가 있다. 기조적으로 화해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문제도 있다. 인권 문제, 이런 거 지적하는 데 소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나 줬으니 하나 받자 이런 것은 꼭 아닐지라도, 예를 들어 구호물품 보내고, 경제협력 한다고 할 때 분명히 투명성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당선자가 한 얘기만 들으면 소장개혁파에 상당히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소장개혁파들은 결국 당론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에서 당 내부에서, 혹은 당을 넘어 개혁 네트워크 같은 걸 구상해 본 적은 있는가?

"몇몇 분들하고 얘기를 했는데, 일단 이 번에 소수가 들어간 것은 아니니까 기대를 가져도 될 것이다. 다만 선도투쟁하듯이 하는 방식은 바꿔야 한다. 일이 실제 개혁방향으로 가게 만들려면 다양한 연대를 해서 충분히 설득,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당과 당의 부분은 각 영역 많이 있는데, 연구써클 같은 것 적극 활용을 해서 특수한 정책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평상시 연구써클에서 교류를 많이 하고 생각들을 확인해보면서, 특정 이슈에 있어 여야를 떠나 공동연대와 대응할 수 있는 그런 틀을 꾸렸으면 좋겠다. 몇몇 분들하고 얘기는 하고 있다."

-국가발전전략연구회에 가입했는데, 언론에서는 이걸 개혁노선과 관련된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 성격으로 보도하기도 한다. 어떤 모임이고, 어떤 지향성을 가졌는가?

"정부가 국가를 어떤 원칙에서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 하는 국정지표를 내놓는데, 정책 정당화를 말하는 야당도 국정지표에 대응해서 이런 걸 고치겠다. 이런 걸 선도하겠다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당에서 그렇게 하면 좋은데, 아직 한나라당이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여의도연구소가 있지만 아직 미진하고, 정책운영도 부분 부분에 치우치고 유기적 연관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발적이고 수평적 연대를 기초로 해서, 이런 조직원리에 기본해서 한국사회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의제를 설정하자. 그 부분에서 우리가 여당 못지 않은 대안을 내놓는, 정책경쟁이 가능한 여야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안 사안마다 제기되는 쟁점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내부 상임운영위원회를 뒀다."

"사회경제적 개혁, 한국적 길을 찾자"

-거기에 모인 사람들의 개혁 정체성은 어떤가?

"서로 알만한 분들이 시작했다. 주로 민주화운동을 했거나, 나름대로 개혁 지향성 보인 분들이다. 그리고 국회에 들어온 각계 전문가들도 많이 모셨다. 미래 한국사회가 뭘 먹고 살 거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개혁적인 분들과 결합한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 정체성 부분은 사업을 하다보면 논란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재조정될 것이다."

-시민운동 쪽에서 한나라당의 변화 가능성을 예측하면서 박세일 교수가 들어간 것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박세일 당선자의 개혁노선에 공감하는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그 정도 수준으로 정리되는 것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내용도 박형준 당선자가 발표하는 것 보면 상당히 합리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이 비판받거나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영역들, 예를 들어 합리성의 개념이 단순히 민주주의를 넘어서 경제적인 부분이나 사회 투명성의 부분에서 진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평가는, 정치하고 논리적이지만 결국 성장주의 담론이 아니냐, 그래서 지금 제기되는 사회경제적 개혁과제들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도 있다.

"더 논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1만불 시대에 정체하고 있기 때문에 2만불 시대로 가야 된다, 이 거는 대통령도 말씀하시고, 모든 사람이 합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거기서 발생하는 소외계층, 사회안전망 등 신자유주의의 여러 폐해를 어떻게 시정할 것이냐, 이런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 논의의 중심으로 등장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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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길을 발견해야 된다고 본다. 거대담론으로 따지면 자유주의적 개혁, 신자유주의적 개혁, 사민주의적 개혁 이렇게 나눌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특수하게 형성된 여러 문제들이 있다. 자유주의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부분이 수용되더라도, 당연히 한국사회가 어떤 역사성이나 지금 현재 사회가 놓여 있는 여러 특성을 고려한 적용이어야지, 이것을 미국과 똑 같은 입장에서 또 선진화된 유럽과 같은 입장에서 개혁을 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소위 자유주의적 개혁, 이것이 꼭 미국 모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모델을 답습한다면 저항에 많이 부딪힐 것이다. 노사관계 문제나 이런 것도 현실을 적시해서 보고 가야한다."

-열린우리당의 천정배-신기남 체제가 개혁 우선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이 언론개혁, 사법개혁이다. 김재홍 열린우리당 당선자는 인사와 함께 언론개혁이 개혁을 위한 인프라 작업이라고 하던데.

"김재홍 당선자는 언론개혁에 대해 사명감 가지고 있던데, 나하고는 감이 틀린 부분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특정언론의 비중과 역할을 과도하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이다. 지금은 대체언론, 대항언론이 다양해졌다. 더구나 젊은 세대 활자매체보다 온라인 매체에 훨신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고 하는 것은 이런 변화된 언론환경이 분명히 있다.

언론개혁 과제로서 정간법하고, 방송법이 있는데, 열린우리당은 정간법은 많이 주목하는데, 방송법은 강조를 안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사람들은 전부 방송법 뜯어고치자고 얘기한다. 국민적 공감을 획득하는 과정이 먼저 선행되고, 그 속에서 여당과 야당의 강조점이 다르다면 정돈을 해서 진행했으면 좋겠다. 언론개혁 초점이 지분문제, 편집권 독립, 시장개혁 이런 게 있는데, 영역별로 시장자율이 어디까지고, 제도적 개선 필요 영역은 무엇인지 공론화 과정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차분하게 진행됐으면 한다."

"국가보안법은 기업가들도 불편해 한다"

-국가보안법 문제 등 일반민주주의적 개혁을 심화시키는 것도 17대 국회의 중요한 과제다. 한나라당의 입장이 중요한 과제들이다.

"일례로 선거법 얘기를 하고 싶은데, 선거가 조용해서 좋긴 좋은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만드는 것은 많이 줄었다. 원내 정당화 기조가 사람들이 참여해서 뭔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여지는 계속 축소시킨다고 본다. 예를 들면 최근에 중앙당의 보선 공천을 보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경선도 안하는 이런 방식으로 했으면 과거에는 문제제기가 심했을 텐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결국은 중앙에 있는 소수의 손에 공천권이 넘어 간 것이다. 계파가 없으니까 이의 제기는 없지만, 결국은 국민참여를 좁히는 정치 풍토나 제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집시법도 개악됐다는 평가가 많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도 사실 더 이상 이게 민주화운동 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기업 활동하는 분들, 보안법 얼마나 거추장스럽겠나. 예전에 민주화운동 하던 사람들이 통일문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하는 거 아니고,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소신은 개정인가 폐지인가?

"나는 일관되게 개정을 얘기했다. 한시법이니까 어차피 폐지로 간다. 독소조항 몇 개만 개정을 하면 법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

-어차피 사문화될 법인데 폐지가 아니고 개정을 주장하는 것은 반대세력의 저항과 소모적인 정쟁을 피하자는 뜻인가?

"나는 그런 입장인데, 골격은 유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나는 지금은 그런 논쟁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어차피 사문화 비슷하게 돼버리면---. 91년 남북기본합의서 부분을 법제화하면 굉장히 진전된 법이 된다. 이미 남북교류법은 있다. 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 쟁점이 된다는 이런 생각도 보수적인 것 같다. 기업하는 사람들도 불편을 겪는다면 고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시민운동 교류 강화 필요"

-상임위는 어디를 지원했는가? 거기서 무슨 역할을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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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지원했다. 어차피 한반도 통일과정은 주변 4강과의 외교과정이기도 하다. 통일과 주변국의 평화 문제가 맞닿아 있다. 전환기에 들어섰다. 통일관계법 등 통일을 위한 내부 정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우리 젊은 세대가 북한과의 교류 이런 부분에 있어 한편에서는 냉전 이데올로기 벗어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가 20세부터 다 겪어본 일정한 안정감도 있다고 본다. 그런 세대가 남북관계를 균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 각국의 한민족 2세들을 엮어서 통일 과정과 그 이후에도 일정한 역할을 하게 만드는 일도 하고 싶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한나라당과의 관계가 많이 소원했다. 이 자리를 빌어 시민운동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시민사회 영역이 굉장히 넓어지고 있고, 단순 문제제기 집단에서 대안을 내놓으면서 정치권과의 관계도 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개혁이라는 게 의식, 교육, 문화 등 모든 부분이 바뀌어야 되기 때문에, 이제는 시민운동도 입체적인 활동을 전개했으면 좋겠다. 한나라당 분들은 시민운동에 대해 '그분들 생각이 다르다, 벽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의 개혁 방향이나 정책과 틀릴 수 있지만, 시민사회가 하나의 정립된 주체로 섰기 때문에, 그 주체의 일부분으로 당연히 존재하는 단체와 대화를 하고, 그리고 (한나라당에) 젊은 사람들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더 관계를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

장흥배 기자
2004/05/25 18:10 2004/05/2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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