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국민에게 진 빚 개혁으로 갚아라
정치개혁 기타/2004탄핵무호범국민행동 :
2004/06/02 11:36
탄핵무효국민행동, 국민대토론회 통해 '민주개혁 의제' 제시하고 활동 마감
탄핵무효·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이하 탄핵무효국민행동)은 1일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민주개혁 의제를 17대 국회에 전달하는 것으로 약 80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탄핵무효국민행동은 국회가 개원하는 6월 1일에 맞춰 국회 헌정기념관 2층 대강당에서 "탄핵, 4·15총선과 민주개혁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국민대토론회를 갖고 17대 국회가 추진해야할 민주개혁 의제들을 제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정국이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과제를 드러내주었음을 지적한 뒤, 앞으로 추진해야 할 민주적인 개혁방안으로 "새롭게 형성된 진보-중도-보수의 삼각구도로 본격적인 정책경쟁이 가능한 토대 위에서 국회의 민주성과 전문성 강화, 참여민주주의 강화, 부패방지 시스템 확보 등 개혁의 현실화"를 먼저 꼽았다.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 문제, 민간인 학살 진상 및 의문사 진상 규명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냉전잔재 청산과 과거 청산"을 시급한 과제로 지적했다. "사회통합과 균형잡힌 경제성장을 위해,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의 철폐와 사회경제적 구조개혁"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등도 동시에 추진해야할 개혁과제로 지목했다.
"탄핵무효운동으로 국민에게 진 빚, 개혁으로 갚아라"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17대 국회에 민주개혁과제들을 전달하는 것이 탄핵무효운동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상기시키며 "국회와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무효운동으로 얻은 국민의 빚을 개혁으로 갚으라"고 주문했다.
이어 탄핵무효국민행동 소속 시민단체 대표들이 각 분야별로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민주개혁을 위한 핵심과제들로 우선 "구시대 정치를 마감과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완성"이 꼽혔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개혁을 추진할 제2기 범국민 정치개혁 합의기구 구성 △국회의 공개성 민주성 전문성 강화를 통한 국회개혁 △국민 소환제 및 국민 발의제 추진을 통한 참여민주주의 강화 △돈세탁방지법 개정 및 공직자 윤리법 개정을 통한 반부패 제도 강화 △유권자 권리 강화 및 집회와 시위의 자유보장을 통한 국민기본권 강화 △대법원, 헌재의 민주적 구성, 법조일원화, 배심제 도입 등 사법에의 시민참여 강화를 통한 사법 개혁 △신문개혁 및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언론개혁과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혁 △ 공무원, 교사의 노동기본권 및 정치자유 보장" 등을 촉구했다.
이어 "냉전잔재 청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파병철회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페지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등한 한미관계 정립을 위한 과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민간인학살진상규명, 의문사진상규명 개정 등 과거청산" 등이 선결과제로 꼽혔다.
또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철폐 등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을 주장하며 주요 과제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분리원칙 유지 등 재벌개혁 지속 △실업문제해소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위한 제도개혁 △민생경제파탄, 사회공공성 파괴하는 쌀, 교육, 의료, 문화 개방 등 WTO개방 반대 △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개선, 국민연금제도개선 등 신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강화 △ 신용불량자 대책, 부동산투기근절, 공공임대주택의 확충 등 서민주거안정화 정책 등 민생현안 조속 해결 △ 신경분리, 시군지부 폐지 등 농어민이 주인 되는 협동조합 개혁" 등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새만금 갯벌의 보존 △ 핵정책 전환 및 핵폐기장 추진 중단,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수립 △ 호주제 폐지 △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확대" 등을 촉구했다.
"17대 국회, 이라크추가파병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부터"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언론개혁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언론분야 토론자로 나선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다양한 여론형성을 위한 신문시장 독과점 및 여론독과점 해소, 편파왜곡보도 시정을 통한 신문의 정론기능 회복, 의제설정기능에 있어 언론계 균형 회복"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또한 17대 국회의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라크추가파병 문제도 강조됐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실장은 "17대 국회가 가장 먼저 처리해야할 사안이 바로 이라크추가파병 철회와 국가보안법 폐지"라고 지목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3당의 6명 의원들은 시민사회의 구체적인 과제별 개혁요구에 대체로 수긍했으나 개혁방향과 우선 과제에 대해서는 견해차이를 내보였다.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언론개혁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다양한 개혁의제들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소통 및 전달되어 제대로된 국민여론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언론부터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논지를 펴며 "언론개혁은 개혁과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시민사회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야간집회 금지 등 집시법 개악에 대해 "주간에 직장생활을 한 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운동을 위해서라도 야간집회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각 당, 개혁요구들은 수긍하나 주안점 달라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개혁진보세력의 단결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의원은 "17대 총선을 통해 우리사회 주류가 수구보수에서 개혁진보로, 냉전세력에서 평화세력으로 교체되기 시작했으나 냉전수구세력은 여전히 우리사회 바탕을 장악하고 있다"며 '진보-중도-보수'의 3분 구분이 아닌 '진보-보수'의 구도에 그에 따른 개혁추진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단기적·중장기적 과제를 나누어 로드맵을 만들고 그에 따라 시급한 사안부터 순차적으로 해결"해나가는 '순차적 개혁'을 주장했다.
또한 "쌍방향 프로세스와 개별의원의 일시적 연대가 아닌 체계적인 협력관계 형성"을 강조했다. 고 의원은 시민사회가 이미 상당한 정책적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여기서 축적된 대안을 "어떻게 공론화, 실현할 것인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주체들간의 연대의 틀 형성"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시민사회가 요구한 개혁과제에 대한 입장에 앞서 권위적인 국회에 대한 성토부터 시작했다. 최 의원은 "국회에 출근하는 당일부터 국회의원의 각종 특권들을 목도할 수 있었다"며 "국회야말로 계급적인 사회"라고 일침을 날렸다.
최 의원은 시민사회의 개혁의제에 대해 "이것만 제대로 되어도 좋은 세상이 되겠다"는 말로 공감을 표명했다. 이어 여성분야의 개혁과제에 대해 강조했다. 최 의원은 "여성노동자의 73%가 비정규직인 상황이다. 또한 출산률이 1.7 대 1이다. 출산을 포함한 모성보호제도 등을 사회가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며 "여성인력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우리사회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점"과 "개혁과 변화가 시대적 요구이고 떨쳐버릴 것은 특권과 권위주의, 그리고 반공일변도의 화석화된 이념"에 동의의사를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개혁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원 의원은 개혁의 큰 방향이 "우리나라가 잘되고 골고루 잘 살자"는 것일텐데 '골고루'를 놓고 성장과 분배냐하는 논쟁이 시작된다는 말로 시작해 초 국경적인 시장과 개방의 상황을 언급하며 사실상 '성장 우선'의 논리를 펼쳤다. 또한 "자주국방, 자립경제, 반세계화 등은 20년 정도 낡은 깃발", "기성체제를 적으로 놓고 시민사회를 대안세력으로 놓는 패러다임도 극복할 때가 되었다"는 견해도 내 놓았다.
또한 언론개혁에 대해서도 신문독과점만이 아니라 방송독과점 문제도 지적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가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제보다는 전체적으로 국민의사표현 수단을 확보하고 문화수단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언론개혁을 위한 각종 규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시민사회와 민주노동당의 '당당하고 공개적인 연대'를 주장했다. 조 의원은 "14개 상임위에 모두 들어갈 수 없어 결국 법사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 못 들어가게 됐다"며 10석이라는 현실적인 한계와 고충을 토로했으나 이러한 한계는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한 대중조직의 힘을 바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시민사회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정당과의 공조라는 막연한 두려움만을 갖고 대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고 공개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은 어떤 조건이 더 갖춰져야 개혁한다는 것이냐"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히 17대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열린우리당에 대한 개혁촉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탄핵기각 후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은 개혁의 전제로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대해 "정권 초기에는 소수 여당의 한계와 보수 언론이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당이 다수당이 되었는데 아직도 언론개혁이 선행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며 "과연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개혁을 한다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김기식 총선연대 사무처장은 "개혁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며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을 선행과제로 선언한 열린우리당의 방침에 강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처장은 "왜 하필 언론개혁과 사법개혁이 선행과제냐. 두 분야 모두 정책적 제도적 수단이 많지 않으며 제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이 크다. 소리만 크고 실제 개혁은 작을 수 있다. 그 소란통에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는 누락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석운 위원장은 "상생이야기가 나오면 개혁은 포기한 것으로 볼 우려가 크다. 단기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개혁은 맨정신으로는 안되는 것 아니냐. 유기홍 의원 주장처럼 열린우리당이 진보개혁세력으로 가려면 그에 맞게 오늘 시민사회가 내는 개혁과제에 대해 열심히 추진하는 것부터 보여달라"면서 "입에 발린 소리로 포장만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합리적 보수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원희룡 의원의 "네델란드 노동자 대타협을 참고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 "노동자가 타협하기 싫어서 안하느냐. 역시 한나라당이다"라고 비판을 가했다. 주택, 교육과 사회복지 등 사회안전망 수준이 비교도 되지 않는 서구 유럽과 일방적으로 비교해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게 고통을 감내하는 식의 '사회적 대타협' 주장은 허구라는 것.
토론자로 참석한 탄핵무효국민행동 측 인사들은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정치적 활동과 대응을 구체적 의정활동과 정책능력 확보를 위한 내실있는 자기준비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호기 교수는 "민주화 과정이 있다. 지난 2002년 대선과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화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질 높은 성찰적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의 핵심은 의회와 시민사회, 즉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생산적 긴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시민사회는 급진적인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고, 의회는 입법과정을 통해 이러한 의제를 법과 제도로 재정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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