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의혹 실체 규명보다 정쟁 수단화
국회/17대국회 :
2004/07/06 22:23
[의정리포트] 증인선정 등 제도개선 필요
17대 국회 첫 국정조사는 고 김선일 씨의 피랍과 피살에 얽힌 의혹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을까? 16대 국회의 국정조사 실적으로만 보면 의혹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16대 국회 동안 시도된 4번의 국정조사를 통털어 의혹사건의 실체가 규명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국정조사가 본래의 취지를 잃어버린 이유는 국정조사요구의 발의, 증인 선정, 증인 조사방식 등 전체 과정에서 여야가 국정조사를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보다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정조사 제도 자체의 여러 미비점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쟁으로 시작해서 정쟁으로 끝난 16대 국정조사
16대 국회에서 시도된 국정조사는 '한빛은행 대출 의혹사건(2000년 12월), 공적자금 운용실태 의혹(2000년 12월과 2002년 9월), 언론사 세무조사(2001년 6월, 8월) 등 4건이다. 16대 국회 국정조사의 파행성은 이 4건의 국정조사 중 단 한 건도 결과보고서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 가운데 언론사 세무조사 국정조사는 조사계획서의 본회의 의결 자체가 무산됐고, 두 번 째 공적자금 의혹 국정조사 역시 증인, 참고인 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간 의견으로 조사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16대 국회에서 시도된 네 건의 국정조사 중 단 한 건도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국정조사가 철저히 여야간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청문회 도중 여야 공방으로 중단된 한빛은행 대출의혹 국정조사 뿐만 아니라 나머지 3건의 국정조사 역시 요란하게 시작됐다가 결국 여야간 정치공방으로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공적자금 의혹 국정조사는 2000년 1월과 2002년 9월, 두 번 시도됐지만, 첫 번 째는 신문방식 등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으로 청문회를 열지 못하고 중단됐고, 두 번 째 국정조사 역시 증인과 참고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청문회 개최는 물론 기관보고조차 받지 못하고 끝났다.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국정조사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정조사의 명칭부터 첨예한 정치공방을 벌여 한나라당은 '김대중정부언론압살음모등의진상조사를위한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맞선 민주당은 '언론사세무조사에관한조사를위한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다. 결국 증인 선정을 놓고 여야간 이견으로 본회의에서 조사계획서를 의결하지 못해 국정조사가 무산됐다.
증인채택 방법 등 제도개선 필요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동의로 요구할 수 있지만 증인채택, 증인신문을 위한 청문회 계획 등이 포함된 국정조사계획서의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국정조사에서 정쟁거리로 등장하는 것이 증인채택이다.
이에 대해 임종훈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2004년 6월 25일 한국헌법학회 주최 학술토론회에서 '국정감사·조사제도의 재조명'이란 발제문을 통해 "현 국정조사 제도는 다수 정파가 동의하지 않는 국정조사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증인 채택에 있어 다수파의 입장도 고려하되 소수파의 권익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소수 정파에게도 증인채택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 의회의 청문회는 청문회 개최일 중 하루 정도는 소수정파 또는 정당이 원하는 증인만을 신문하는 날로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정당이라 할 지라도 사건의 실체적 규명보다는 다수당에 대한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부적절한 증인을 채택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소수정파 배려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임 의원은 나아가 국정조사계획서의 본회의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국정조사특위의 합의만으로 국정조사를 진행케 하는 것이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회의 의결 절차를 생략하더라도 증인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간 정쟁이 본회의에서 국정조사특위로 이동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결국 실체적 진실 규명 이외에 다른 정치적 고려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또 다른 제도개선 과제는 핵심 증인의 불출석, 증인의 위증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조사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청문회 불출석하거나 동행명령을 거부하는 증인 또는 위증을 한 증인에게 형벌을 부과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사무처 의정자료집에 따르면, 13대 국회 이후 국정감사·조사위원회가 진상조사와 관련해 증인의 불출석, 위증 등으로 국회 고발된 84명의 증인 중에서 실형을 받은 증인이 단 한 명도 없다. 위증 혐의가 인정된 증인 역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상황. 결국 증인의 불출석 또는 위증으로 인한 이익이 불이익보다 더 큰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국정조사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으로는 국정조사의 주체인 국회의원들의 불성실과 준비 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카메라를 의식한 호통치기, 장황한 연설형 질문 등이 그간 국정조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습이다.
이 밖에도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의 한계, 피감기관의 조사거부시 적당한 제재 수단 부족 등도 제도개선에서 논의되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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