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잘못 끼우는 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
입법운동/정치관계법 :
2004/07/19 18:49
범개협 구성·비례대표 확대 등 선결 과제와 방향 논의 뒷전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18일 기자간담회 형식을 통해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를 꺼냈다. 천 대표는 이날 정치자금 후원금 확대, 중대선거구제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을 거론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밖에도 선거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 등 다수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총선 전 시민단체는 '돈 안드는 정치'를 최대목표로 정치권에 정치개혁을 압박했다.
참여연대는 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가 지난 총선 전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만든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라는 틀 속에서 합의된 정치개혁 취지에 상당 부분 벗어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총선 이후 여야 각 정당을 면담하면서 대체로 합의된 제2 범개협 구성 논의는 뒷전에 두는 등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에서 단추를 잘못 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마저도 반대하는 후원금 확대
지난해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의 핵심이 '돈 안드는 정치'였다는 점에서, 천 대표가 거론한 정치인 1인 후원금 한도 확대는 역시 민감한 문제다. 당시 범개협은 국회의원 1인당 연간 후원금 한도액을 과거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여기에 대해 천 대표가 "투명성을 전제로 후원금을 현실성있게 확대하자"고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당내 중진이나 당내 경선후보의 경우 모금 한도액을 현실화하는 논의 자체를 막을 의도는 없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예를 들어 고액기부자의 기부 내역 선관위 신고 등 '돈 안드는 정치'를 목표로 개정된 선거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 그 시행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한 "경선후보나 당내 중진이 아닌 의원 일반의 후원금 모금 한도의 상향조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모든 의원 일반의 후원금 상향 조정을 얘기하는 천 대표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채진원 민주노동당 제1정조위 정책국장은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인터넷에 공개하자는 것이 당론이었으나 다수당의 반대로 선관위에 신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정치자금 모금에서 소액 후원금을 확대하기 위한 개정 논의는 필요하지만 여당이 내놓은 후원금 확대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후원금 확대에 대해서는 지난해 후원한도 축소에 저항했던 한나라당 마저도 개별의원 차원의 발언을 통해 반대입장에 서고 있다.
선거구제 변경에 관한 시민사회 합의는 '비례대표 확대'
천 대표는 지난해 총선 전에도 열린우리당이 선호했던 중대선거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여기에 더해 유인태 의원이 도농복합선거구제 도입안을 조만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이 지역구도 해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여야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데다, 시민사회 역시 논의나 합의가 안된 사안으로, 정쟁만 부를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에 가장 반대하는 지점도 선거구제 변경이다. "열린우리당이 정치관계법 개정을 들고 나온 것은 현재 위기국면에 대한 정치적 물타기 의도"라는 19일 김덕룡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보는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변경 논의 자체에 임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도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 채진원 국장은 "지역주의 극복을 명분으로 중대선거제를 도입하면 영남에서 의석을 얻을 수 있는 여당에게는 유리하지만 호남지역에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낮은 한나라당은 극력 반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달래기 위해 석패율제도를 도입하자는 여당의 제안은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채 국장은 또한 "헌법재판소가 인구편차 3 대 1 이상의 선거구 획정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취지에 비춰 도농복합선거구제 역시 또다른 위헌 소지를 부를 것"이라며 반대했다.
시민사회에서도 중대선거구제는 충분히 논의나 합의가 없어 사회적 지지기반도 약한 상황이다. 김민영 국장은 "선거구제 개혁 논의는 지난 총선에서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과 각계각층의 대표성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비례대표 확대가 되어야 한다"며, 여당의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김 국장은 "사표 심리로 민의가 의석수에 그대로 반영되지 못한 현실에서 그나마 비례대표제가 큰 역할을 했다"면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방향은 비례대표 확대가 맞고, 중대선거제나 노동복합선거구제는 검토된 바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천 대표가 거론한 정치자금법 개정안 중에서 지구당 부활 문제는 다른 사안과 달리 정당내, 정당과 시민사회 상호 간에 의견접근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천 대표는 "선거운동 조직으로서의 지구당 폐지는 당연하다"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여론 수렴과 지역 정책활동을 돕는 차원에서 지구당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논의 일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한나라당은 뚜렷한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으나, 지구당 존폐 문제를 법에 강제할 수 없다며 일관되게 반대 입장에 선 민주노동당의 채 국장은 천 대표의 발언을 "사실상 지구당 부활"로 해석했다.
김민영 국장 역시 "정치자금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됐던 지구당 폐지는 '돈 먹는 하마'로서 지구당이었지 대중참여형 조직으로서 지구당 폐지는 아니었다"면서 "사무원이나 당원에 대한 활동비 지급 등을 막는 조건에서 지구당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범개협 구성부터 먼저"
이처럼 여당의 정치관계법 개정 구상이 그 내용과 절차에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참여연대는 전체 정치권이 공감을 표시한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의 조속한 구성을 여야 정당에 다시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은 현재 국회개혁특위를 구성해 국회개혁에 관한 논의는 하고 있으나, 정치개혁특위는 7월말 구성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개특위 구성 일정과 관계없이 범개협 구성에 관한 논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뒷전이라는 것이 문제다.
김기식 사무처장은 총선 이후 참여연대가 3당 원내대표를 방문해 개혁과제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정치자금법이나 지구당 폐지 문제 등에서 지난 선거법은 '돈 안쓰는 정치'에만 주목해 일부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었다"면서 "정치권에서 먼저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범개협을 통해서 꺼내는 것이 국민적 설득에 유리할 것"이란 말로, 범개협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김민영 국장은 "정치관계법 개정의 방향은 올해 2월 개정된 정치관계법을 보완하고 확대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특히 선거구제 변경은 한 정당이나 정파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에 범개협의 틀 속에서 논의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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