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관료가 퇴직 후 재벌의 로비스트가 되는 '회전문 현상' 우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지난 6일, 김병기 기획실장의 삼성경제연구소의 취업승인 신청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에 규정한 '밀접한 업무연관성이 없다'며 승인 결정을 내렸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의 이러한 결정은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를 무시한 '자기식구 감싸기'이며, 김병기 실장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취업제한 기간인 2년동안 명의만을 걸어두고 실제로는 삼성그룹 계열사(구체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의 특수 관계인)의 이익을 위해 로비활동을 하는 편법을 재정경제부가 눈감아 준 것으로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경부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에 취업하는 것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취업하는 것으로 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며 "김 실장은 기업컨설팅이나 용역 쪽이 아니라 순수 연구분야 쪽을 맡기로 한 만큼 업무연관성은 더더욱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경부의 이러한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미 지적한 바대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분의 100%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고 영업수익의 약 93%(2002년 및 2003년 기준)가 특수관계인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부터 발생하고 있으며 '공정위의 시장개혁 로드맵에 대한 반박', '재벌총수의 경영권 보호 필요성 역설'등 주요 경제현안에 있어 삼성그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여 왔다. 따라서 삼성경제연구소를 삼성그룹의 경영전략본부로 보고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회전문 현상'(revolving door)을 규제하려는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당연한 해석이다.

또한 정부와 삼성그룹간에 삼성생명 상장 및 이에 따른 법인세 문제, 삼성카드의 금산법 위반에 따른 에버랜드 지분 매각 문제 등 각종 미해결 현안들이 산적해 있고, 이를 총괄하던 재경부의 1급 관료가 삼성그룹 계열사에 취업하였다면, 비록 그가 연구소에서 활동할지라도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형성된 인적관계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의 이번 결정은 과거 선례를 볼 때 충분히 예견되었다. 2002년 이후 삼성생명·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4명의 재정경제부 관료들을 영입했고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민간기업으로 전직한 4급 이상의 공무원의 67%에 해당한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모두 업무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오죽하면 이를 문제삼은 국회의원조차 재경부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겠는가.

물론 능력있는 인적자원이 민간과 공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퇴직공직자가 기업의 로비스트가 되어 정부의 정책결정을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는 제한이 붙는다. 만약 현재처럼 재경부가 자기식구 감싸기로 일관하여 고위공직자의 특정 민간기업과의 부당한 유착관계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공직은 보다 큰 돈벌이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하게 되어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훼손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퇴직후 사기업 취업현황을 모니터하는 등, 공정한 정책결정을 왜곡하는 '회전문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 때 재경위 의원들이 이번 취업승인 결정의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4/08/11 13:50 2004/08/1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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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윤찬 2004/08/22 12:19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정말 걱정스런 자리이동이로군요.
    약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전직 고위관료들이 대기업 임원으로 들어가는 풍토는 별로 바람직해 보이질 않습니다. 사실 공직을 버리고 입사하는 것이긴 하지만 분명 꺼림칙한 부분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