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혁의 전진이냐 좌절이냐
국회/17대국회 :
2004/09/01 10:00
첫 정기국회 의미와 참여연대의 대응전략
17대 첫 정기국회가 9월 1일부터 100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는 시작하기도 전에 산적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제 정당과 정치세력의 극심한 대립을 예정해 놓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역시 이번 정기국회가 17대 국회 4년 전기간에 걸친 개혁성을 가름하는 중대한 정치적, 시기적 분수령으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 채비에 나섰다.

격돌 예고된 첫 정기국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미 반부패 정책, 선거법 개정, 행정수도 이전, 과거사 청산 등 일련의 현안을 중심으로 극심한 정쟁을 벌여왔다. 분양원가 공개, 재벌규제 정책, 거시경제정책, 이라크 파병 등 주로 경제와 외교 현안에 있어서는 민주노동당이 양당과 완연히 대비되는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구도에서 중대한 변수로 부상했다. 이미 전초전을 치르고 있는 각 정당에게 이번 첫 정기국회가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둘러싼 각축장이 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한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정기국회 100대 과제'를 선정해 이를 정치적 상황에 맞게 단계별로 우선 처리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따르면 9월에는 사회보호법 폐지, 변호사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고, 당론 정비와 여론 향배에 시간이 필요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그리고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고비처) 설치 등 법안은 11월 이후 처리한다는 복안이다.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 언론개혁 입법, 사립학교법 개정, 국회법 개정 등도 대 한나라당과의 여론 및 논리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시기를 골라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정체성 수호' 차원에서 열린우리당이 논의를 주도하는 과거사 청산, 국가보안법 개폐 등을 저지하는 것을 중심과제로 놓고 있다. 또한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민생정책에 주력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목표 아래 재래시장활성화특별법, 법인세법 인하 등의 법안 처리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부유세 도입을 위한 세제개혁, 노동 관련 법안 등 8대 민생과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국회개혁 등이 6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안별 타 정당 공조,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의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각 정당이 주력하는 법안과 구상하는 법안 내용의 현격한 차이, 그리고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에 의해 이번 정기국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사안별·정당별 대립·공조라는 복잡한 세대결 양상을 띌 전망이다.
사안별로 정당의 정쟁과 공조 양상을 예측해보면, 과거사 청산 관련, 사립학교법 개정, 반부패 정책 등을 둘러싸고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대략적인 공조가 예상되는 반면, 재벌규제 관련 경제정책,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 노동 및 민생 법안 등에서는 민주노동당을 한 축으로 하고 양당을 다른 축으로 하는 대립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법과 국회법 개혁에 있어서는 3당 3색의 각축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여당의 당론 결정이 대세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의 대응 전략
참여연대는 이번 정기국회가 향후 17대 국회 남은 기간 동안 개혁의 진전이냐, 좌절이냐를 규정할 중대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17대 국회는 개혁 표방 정부의 집권과 여당의 과반 장악, 진보정당 원내 진출 등 외양만 놓고 봤을 때 개혁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지만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이런 낙관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개혁 후퇴 기조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과반 여당은 개혁과제 추진에 있어 대체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변신을 약속했던 한나라당은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현 정세를 진단했다. 김 국장은 "첫 정기국회에서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을 등에 업고 시민사회가 개혁과제를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17대 국회의 남은 기간에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개혁과제 실현에서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각 분야별 13대 개혁과제를 정해 놓고, 이들 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기국회 총력대응 태세에 들어갔다. 13대 개혁과제는 △선거법, 정당법, 국회법 등 정치개혁 과제 △백지신탁제도, 돈세탁방지법, 고비처 신설 등 반부패 정책 과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국민연금기금법 개정, 종합부동산세 신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 등 사회경제개혁 과제 △이라크 추가파병 연장 동의안 부결, 용산기지이전 및 LPP 개정 비준안 부결 등 평화정착 과제 △국보법 폐지, 집시법 개정, 과거사 청산 등 민주개혁 과제 등이다.
그러나 16대 국회까지 정당간 일사불란한 세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던 정치권의 정쟁이 수평적 리더십이 정착해 가는 과도기에 들어서면서 시민사회의 대응전략도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당별 입장에 따른 단순 대응은 물론이거니와 정당 내 각 세력별, 의원별 입장에 대한 일대 일 대응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시민단체의 정치권 대응전략 역시 변화된 정치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경우 의정 모니터링의 주안점을 과거 출결 상황, 법안 발의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에서 개혁의제를 중심으로 정당의 찬반 입장, 개별 의원의 발언과 행보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이런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권력감시를 위해 국회 운영의 전 과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개입과 감시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투명성 강화 요구 역시 시민단체의 중요한 대응전략이다.
김민영 국장은 "참여연대 회원, 지역 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의원 개개인을 감시하는 '1000인 네티즌 모니터링단'을 꾸릴 계획"이라며 "39인 여성 의원에 대한 밀착 감시를 선언한 여성단체의 움직임, 풀뿌리 지역운동단체와 연계해 지역구 의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언론사의 등장 등은 권력감시 운동의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13대 개혁과제에 대한 정당, 의원들의 입장을 집중 모니터링해 이를 시민사회에 공개하고, 정치권 압박을 조직하기 위한 사이트(watch.peoplepower21.org)를 오는 6일 오픈할 계획이다.
한편, 국감연대 구성 등 일상적인 연대 활동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전교조는 사립학교법 개정, 여성단체는 호주제 폐지 등 각 단체별 중심 사안을 중심으로 정치권 감시와 압박활동이 펼쳐질 전망이다. 물론 상임위 논의 과정의 인터넷 공개, 소위 논의 과정 공개 등 시민단체 일반의 공통 요구는 정기국회 초기에 공동 명의로 발표하고, 국정감사가 끝난 10월말 이후에는 사안별, 시기별 공동 기자회견, 규탄집회 등은 예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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