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합니다. 유치해! 그러나...



제2의 제헌국회가 되기를 꿈 꾼 17대 국회, 그 첫 정기회 가운데 가장 파란만장했던 대정부질문 일정이 20일만에 막을 내렸다. 물론 20일 중 15일은 국회파행으로 때 아닌 늦가을 방학을 맞아 본회의장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나머지 5일간은 고성과 막말로 무지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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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욕설, 국회는 난타중, 본회의장 아수라장 등 온갖 무성한 말들로 국회의원은 질 낮은 사람이 되고, 국회는 질 낮은 국회의원을 구워내는 붕어빵 제조기였다. 정말 이상했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보다는 똑똑한 듯 했던 법조인, 교수 등 사회엘리트들이 왜 국회의원만 되면 그렇게 몹쓸 사람이 되고 마는지.. 초선의원이 많아 새로운 국회를 기대하게 했던 17대 국회도 별 다른 희망을 주지 못하는지..

나는 올해 6월부터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신참간사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란 계륵이다. 정치적 무관심도 만연하지만,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30대 중반, 아이가 둘 있는 생활인이란 조건에 걸 맞는 정도의 관심을 갖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에 대한 정보를 관심 있는 언론을 통해 얻는 정도였지, 국정감사나 대정부질의를 모니터하거나, 생방송을 보고 회의록을 살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의정감시센터에서 일하게 된 순간, 정치란 영역을 돋보기라도 들이대고 보아야했다. 가능하면 고배율의 돋보기로 나의 안목이 향상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17대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을 모니터하게 되었다.

일문일답의 대정부 질문 그러나 장황한 정쟁 유발형 모두질문

대정부 질문은 제헌국회부터 제7대 국회 중반까지는 구체적 사안을 대정부 질문의 의제로 삼았고, 제7대 국회 후반 이후부터는 국정 전반에 관하여 특정 범위 없이 포괄적 질문 방식으로 운영하여 왔다고 한다. (한국국회론, 김현우)

우리 정치사가 비합리와 파행으로 점철되었지만, 2000년 11월 한나라당 김용갑의원의 ‘민주당은 노동당 2중대’라는 발언으로, 무책임한 돌출발언과 이로 인한 국회파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게 대두되었다. 때문에 모두질문과 일문일답으로 병행되던 질문 방식이 2003년 2월 국회법 개정으로 일문일답 방식으로, 질문시간은 20분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정해졌다. 또 국회법 제102조는 의제 외 발언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정부 질문은 일문일답을 통해 정쟁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질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존경하는 국회의장, 선배, 동료 의원을 찾는 말머리로 시작되는 모두발언은 일문일답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번 대정부 질의는 질의시간 15분으로 모두 60명(20%)의 여야 의원들이 질문자로 발언했고, 6명의 의사진행 발언, 1명의 신상발언이 있었다.

이 가운데 10월28일, 11월11일, 11월12일 3일 동안 28명의 의원들이 모두발언으로 160분을 사용했다. 이는 한명의 의원이 평균 5.7분 모두발언을 진행한 것으로 허가된 질문시간의 3분의 1에 해당된다. 7분 이상 모두발언을 한 의원은 안택수, 김부겸, 박계동, 김문수, 이방호, 박성범, 최구식, 정두언의원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모두발언은 대체로 상대 당을 헐뜯거나 정쟁, 또는 자신의 우국충정(?)에 대한 도취일 뿐이었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런 모두발언으로 감동하거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다. 또 국회의원 대부분이 질문형식으로 일문일답을 정한 국회법을 무시함으로 국회법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국회의원, ‘정쟁’ 올인하다

박성범 :

o 북한의 권력구조 속에는 남조선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면 남북한이 공조해서 이 법은 반드시 없애야 되겠다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방호 :

o 총리는 어떤 근거에서 조선과 동아를 역사의 반역자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두 신문은 지난 80년 세월 동안 역사의 굴절은 다소 있었습니다마는 그러나 독립 언론기관으로서 그 필봉이 한번도 무디어 본 적이 없습니다.

o 지금의 총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내각 수반의 모습이기보다는 집권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온 몸을 바쳐서 던지고 있는 행동대장 쯤으로 보이고 있음을 저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택수 :

o 그러면 끝까지 한번 해보자 이 말씀이십니까?

o 막가자네. 막가자고 그러시니 할 수 없네요. 두고 보십시다.

o 부디 좌파 시각에서 벗어나서 시대착오적인 노무현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은 제발 포기하십시요.

주성영

o 그럼 앞으로 통일부 장관 업무에 충실하고, 철책선이 뚫리고 김선일이 피살되고 잠수함이 돌아다니는 업무나 챙기세요. 쓸데없이 다니면서 자신 없는 국보법에 대해 말하지 마세요.

o 핑크콤플렉스는 좌파가 아니면서 좌파처럼 보여야, 즉 북한을 이해하는 몇마디를 지껄여야 인권론자·평화론자로 보이거나 실력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부류와, 실제 좌파 사상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좌파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부류입니다. 노 대통령이 전자이고, 송두율이 후자를 대표하는 부류라고 봅니다.

o 숟가락만 들고 다니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o 대통령이나 장관도 유신시절 판사나 언론인을 하다가 쫓겨난 게 아니라 정치하거나 돈 벌려고 정치를 하거나 변호사가 됐다.

정두언 :

o 열우당이라고 얘기하면 마구 화를 냅니다. 저는 이것이 열린우리당의 독선적인, 자기중심적인 그런 오만과 아집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o 저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는, 그리고 상생을 포기한 총리에 대해서 질문을 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o 이런 총리가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까, 안 합니까?

최구식 :

o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있으나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면장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물며 국가를 운영하는 일이겠습니까?

o 행자부장관은 뭐를 하는 자리입니까?

o 이런 사실을 모르시는 분이 그 회의에서 어떻게 하십니까? 발언하십니까? 국무회의 때 뭐를 하십니까?

한선교:

o 이해찬 선배님! 나오시지요. 질문하겠습니다. ..... 오늘 질문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시지요.

o 정치인 출신 장관들에게는 어떠한 덕목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o 총리의 발언이 적절한 발언이었습니까?

‘헌재 위원은 탄핵받기 전에 물러나라’는 발언은 적절한 것입니까?

o 3공, 4공, 5공, 6공 시절에 법관을 한 것은 잘못된 일입니까?

정형근:

o 이제 좌, 우파를 나누는 편가르기를 그만두자면서도 민주와 진보 개혁을 독점하며 적대 세력을 규정짓는 세력은 과연 누구입니까? 바로 좌파 수구 꼴통 세력입니다.

o 노무현 정권은 ..... 있는 자들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을 확산시켜 국론을 분열시켰고, 모든 문제를 민주적 절차와 합헌적 질서를 무시한 파괴적 집단주의적 사고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습니까.



합리적 대정부 질문 진행한 알곡의원에게 희망을 걸며

하지만 상대적으로 모두발언이 짧았던 의원 중에 최재천, 강기갑, 노회찬, 원희룡, 이낙연의원 등은 정책질문으로 대정부 질문을 잘한 의원으로 평가 받는다. 당연하다. 15분 중 더 많은 시간을 질문에 사용해야 좀 더 정책에 다가갈 수 있다. 물론 모두발언이 짧았던 것 뿐 아니라 합리적 정책질의로 행정부에 대한 견제라는 입법부의 기능을 충실히 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왜 의원들은 여러 동료들의 냉소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무시하고 쓸데없는 말잔치를 벌이는 것일까? 홀로서기를 못하는 유아기적 행태이거나, 길 잃은 어린양을 인도해야 하는 순교자적 행태이거나, 시간 때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론을 거스를 수 없어 당이 정한 전술에 총대 멘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사고를 강 건너 불구경 할 수 없어, 불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제발 자신의 할 일만이라도 제대로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

3일 동안 110개 정도의 의원질문이 이어졌다. 물론 4대 개혁 법안이나, 헌재 판결 등의 문제를 다루는 질의성 정치적 공방도 다수를 차지한다. 또 15분의 질문시간에 여러 건을 질문을 한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끝날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질문 보다는 집요하게 추궁해서 행정부의 정책적 오류를 지적한 몇몇 의원이 더욱 돋보이게 된다.

어쨌든 20일간의 대장정, 5일의 전투는 끝나고 남은 허탈감은 대정부 질문 무용론에 솔깃해진다. 국민에게 즐거움도 희망도 주지 못하고 대통령제의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라는데 관습상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생긴다. 한편으로는 충분한 서면질의로 내용을 풍부히 해서 행정부 정책에 대한 입법부의 실질적 견제가 이루어지는 질 높은 대정부 질문을 기대하고 싶기도 하다. 또 김민전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대정부 질문은 입법 영향력이 없고 ‘말의 잔치’일 뿐인데, 늘어나는 추세”라며 “장기적으로 대정부 질문을 축소하고 실질적인 입법활동 토대인 상임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대정부 질문은 이렇게

최재천 :

o 용산기지 이전은 GPR의 일환이라는 것을 협상팀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그 전제하에서 우리 측 비용부담 원칙을 당연히 받아들인 것인데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지금 GPR의 일환이 아니라고 결국 강변하는 것입니다.

o 협상이 제대로 되었다면 왜 협상이 끝나자마자 한미방위비분담협정이 예정되고 한미방위비분담협정이 시작됨과 동시에 거리에서 C4I 비용에 대한 부담 문제나 그다음에 임대료 분담 문제가 또 나올 수 있겠습니까?

o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주한미군 재배치도 가속화되고 이라크 파병 연장 및 운영은 물론 북핵 문제의 해결에 커다란 영향이 있을 것

o용산기지 이전 협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책임자를 문책하고, 실무자까지 포함한 전면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노회찬 :

o 작년 4월 8일부터 9일까지 열린 FOTA 제1차 회의에서 미국 측은 동맹강화 세부계획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먼저 미국은 한반도에 첨단 C4I 체계를 도입할 것이다. 이는 적이 아군을 식별하기 전에 격퇴 가능하게 한다. 전쟁 수행 능력, 치명성, 생존성을 전반적으로 통합하고, 새로운 작전계획이 완성되면 전통적인 전쟁 수행에 새로운 전쟁 수행 능력이 추가되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특히 C4I와 함께 첨단무기가 도입되면 정밀타격에 있어서 가공할 능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발전된 전쟁 수행 능력을 위해 기지구조를 재조정해야 되며, 미 2사단의 현 위치는 전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

지금 장관이 말씀하신 것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o 장관께서 방금 기밀이라고 말씀하신 그 내용에 새로운 작전계획이 완성되면 전통적인 전쟁 수행에 새로운 전쟁 수행 능력이 추가되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새로운 작전계획이 장관께서는 지금 군사기밀이라고 하는데 지금 현재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미국의 안보정책 전문 사이트인 글로벌 시큐리티에 들어가면 누구나 다 볼 수 있습니다.

강기갑 :

o (쌀 수입개방) 관세화 내용이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연기로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세화가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느냐

o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변해놓고, 외교통상부가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는 ‘국가간에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는데 누가 거짓말하는 것이냐

이낙연 :

o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보지 않으며,정책이 좌파적이어서 문제라는 생각도 별로 없다"면서 "좌파적이든 우파적이든 정책다운 정책이 없는 것이 진정한 문제"

o 참여정부 출범후 "성장이냐 분배냐"하는 말싸움은 요란했지만, 분배 정책이나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본 적이 없다

원희룡 :

o 북한의 변화를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o 형법의 내란죄를 적용할 경우 북한은 내란단체가 되고, 고도의 폭동상태에 있다고 규정된다

o 북한을 고도의 폭동상태로 규정, 내란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 여기에 예비음모는 적용될 수 없지 않냐

o 여당의 안은 구성요건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알맹이 없이 정쟁만 일삼는 의원들에 대한 불신과 허탈감을 접어 두고 날카롭고, 합리적인 정책질문으로 의원들의 하향평준화를 막았던 의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희망을 가져본다. 비록 수많은 쭉정이 속에 파묻혀 잘 드러나지 않는 알곡이지만, 우리는 이런 알곡을 찾아 심고 정성껏 가꾸어야 한다. 이런 우리들의 노력만이 우리사회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정치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제도로 보완해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정치 환경,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 근본적이라 생각된다.

질의시간 중 모두발언 몇 분 이하로 정할 수 있다. 의제 외 발언 금지는 공식적 회의 에서는 상식이다. 그러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16대에서 17대가 되었다고, 초선이 많아졌다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여태까지 모델링의 대상이 없었다면 그 대상의 발견이 제17대 첫 대정부 질문의 성과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시작이다.

* 질문시간 대부분 정쟁식 발언을 했던 한선교, 최구식, 정두언의원 정책질문으로 대정부 질문을 충실히 했던 이낙연, 최재천, 강기갑, 노회찬, 원희룡 의원의 회의록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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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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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식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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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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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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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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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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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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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 대정부질문 회의록 전문보기

구은정 간사 (의정감시센터)




2004/11/22 18:08 2004/11/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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